'조류 충돌' 경고→충돌까지 6분
전문가들 "기내 상황 급박했다는 의미"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탑승객들의 가방과 캐리어를 수색하고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
[더팩트ㅣ조성은·이다빈 기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역대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로는 가장 피해가 큰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엔진 이상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의문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랜딩기어 미작동 △급박하게 이뤄진 동체착륙에 주목했다. 정확한 원인은 수거한 블랙박스 내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 분석을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29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제주항공 7C2216편이 관제탑으로부터 새 떼와의 충돌 경보를 받은 뒤 동체착륙해 활주로 벽에 부딪히기까지의 시간은 6분 정도다. 6분 사이 7C2216편은 새 떼와 충돌해 오른쪽 엔진에 불이 났고, 착륙 시 작동해야 할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채로 동체 착륙했다. 전문가들은 엔진에 문제가 있었어도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봤다.
우선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에 문제가 생겨 다른 기능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랜딩기어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 "시스템상으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면서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버드 스트라이크와 랜딩기어는 직접적인 관련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은 상호 연동되는 경우가 없다. 랜딩기어가 고장 나면 자동화하든 수동화하든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일축했다.
최세종 한서대 항공정비학과 교수는 "버드 스트라이크와 랜딩기어는 관련이 없을 수 있다"면서도 "왜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고 동체 착륙을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랜딩기어 수동 조작을 할 수 없을 만큼 급박했다는 의미"라고 봤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동체착륙 했어도 승객들이 전원 생존한 경우가 더 많다"며 "동체착륙을 하려면 공항 측에 미리 얘기해서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급박한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항공 7C2216편이 관제탑으로부터 새 떼와의 충돌 경보를 받은 뒤 동체착륙해 활주로 벽에 부딪히기까지의 시간은 6분 정도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더팩트 DB |
실제로 동체착륙 과정은 급하게 진행됐다. 7C2216편은 무안공항 01방향 활주로로 접근하다가 '고어라운드(go-around·복행)' 했다. 고어라운드는 고도를 높여 공항 상공을 한 바퀴 도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어라운드를 할 경우 한 바퀴 돈 뒤에 원래 착륙을 시도했던 01방향에 내려야 했다. 그런데 7C2216편은 고어라운드와 동시에 곧장 방향을 180도 틀어서 19방향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기장은 "한쪽 엔진이 살아있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사고가 난 여객기는 갑자기 180도로 돌았다. 충분히 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당연히 활주로 중앙에 착륙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매우 급박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엔진이 모두 죽었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