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사건사고③] 의대증원 파장은 진행형…탄핵정국에 더 안갯속
입력: 2024.12.30 00:00 / 수정: 2024.12.30 00:00

의대 증원에 의사들 반발, 10개월째 평행선
신입생 모집에 탄핵 정국까지, 더 꼬인 의정 갈등


지난 2월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10개월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이다.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이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지난 2월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10개월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이다.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진은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이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2024년 우리 사회에는 하나를 꼽기 힘들 만큼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다. 더팩트 사건팀은 다양한 사건·사고를 묶는 인상적 이슈 3가지를 선정해 결산 기사로 싣는다. 세번째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따른 파장으로, 의정 갈등은 1년이 다 되도록 출구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조채원·이윤경 기자] 지난 2월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10개월이 지난 현재도 진행 중이다.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의정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내년도 신입생 모집 절차는 진행됐다. 당장 내년 의대 교육 정상화가 시급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 정국까지 맞물리면서 의정 갈등 사태는 해를 넘겨 이어질 전망이다.

◆ 2000명 증원에 의정 갈등 10개월째…내년도 입시 절차는 진행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의대 증원 없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명분이었다. 정부는 기존 입학 정원 3058명을 5년간 5058명으로 늘려 2035년까지 1만명 확충을 목표로 했다.

유일 법정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필두로 의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가 늘지는 않는다고 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 의대 교육 질 저하 등 미래 의료체계에 미칠 결과에 고민 없이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들 반발이 거셌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났다.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도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 공백 여파는 심각해졌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와 수술 지연 등 환자들 불편은 커졌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다. 정부는 지난 5월30일 전국 39개 의대 2025년 신입생 모집인원을 전년보다 1497명 늘어난 4610명으로 확정했다. 의사들은 '정부의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수 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줄줄이 기각됐다.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싸고 의정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의사들은 줄곧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고, 정부도 재논의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사진은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정기 휴진에 들어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박헌우 기자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싸고 의정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의사들은 줄곧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고, 정부도 재논의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사진은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정기 휴진에 들어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 /박헌우 기자

의정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의사들은 줄곧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고, 정부도 재논의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도 출범했지만 야당과 의협, 전공의 단체 등이 불참했다. 대한의학회 등 의사 단체마저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협의체는 20일 만인 지난 1일 좌초됐다.

평행선을 긋던 의정 갈등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후 최고조에 이르렀다. 계엄사령부 제1호 포고령에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다. 의사들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 교육 현장 혼란 불가피…탄핵 소용돌이에 갈등 해소는 요원

의정 간 첨예한 입장 차에도 내년도 의대 입시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각 대학은 지난 26일까지 수시 모집 추가 합격자를 발표했다. 추가 합격으로도 채우지 못한 인원은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로 넘어간다. 내년 1월3일 정시 모집 마감을 앞두고 있어 의사들의 내년 의대 증원 철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의사들은 수시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증원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내년도 정원 조정이 어렵다면 올해 늘어난 정원만큼 내후년도 정원을 줄이거나 신입생을 뽑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의학 교육이 가능한 수준으로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내년 의대 교육은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정상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내년 정원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 집단 휴학한 1학년들이 돌아올 경우 의대 교육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올해 1학년 3000여명에 내년 신입생 4500여명까지 7500여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이 내년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의사들은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내후년에는 최대 한 학년 1만2500명을 수용해야 하는 교육 불능의 사태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대 교수는 "대학 총장에게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지만 다음 주 정시 모집이 시작되면 물리적으로 2025년도 정원은 더 이상 얘기하기 불가능해지는 것"이라며 "교육 현장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났다.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도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 공백 여파는 심각해졌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와 수술 지연 등 환자들 불편은 커졌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이새롬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났다. 의대생들은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도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 공백 여파는 심각해졌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와 수술 지연 등 환자들 불편은 커졌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이새롬 기자

해법 마련이 시급하지만 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의정 간 대화 창구는 사실상 닫힌 상태다. 의정은 2026년도 정원도 논의해야 하지만 제대로 협상을 이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의 입장차도 여전해 단기간에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의정 협의는 의대 정원 문제 해결에 달렸다"라며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정부는 정원 감축을 안 하려고 할 것이고 의사 단체는 내년 1500명 늘어난 게 근거 없으니 원점을 주장할 것이라 시작부터 평행선을 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026년 정원도 4월 말까지가 기회다.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되려면 빨라도 내년 봄은 돼야 할 것 같은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며 "권한대행이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설까 싶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전보다 지금이 더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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