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추계위원회 신설해 정원 정하자는 내용
'의대정원 교육부 소관' 고등교육법과 충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3일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강선우·김윤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심의·상정할 예정이다. /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게 한 법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감원 가능성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의정 갈등 해소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지만 숙의가 필요하단 의견이 제기됐다.
20일 국회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위는 오는 23일 강선우·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심의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상임위 일정이 취소됐다.
두 법안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수급추계위)를 설치해 의대 정원 등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 의원 안은 수급추계위 심의사항을 반영해 보정심에서 보건의료인력 양성대학의 정원, 지역의사 정원, 지역별 의료인력의 정원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강 의원 안 부칙에는 '수급추계위 심의를 거쳐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조정할 수 있고, 전 학년도 증원 규모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등을 이유로 증원 규모의 조정이 필요한 때 정원을 감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급추계위는 정부와 의료계 인사로 구성된다.
강 의원 안은 감원도 명시했다는 점에서 '25·26학년도 중 한 해 모집정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온 의사단체 입장과 가깝다. 2026년 의대정원 논의 시작만으로 의정갈등 해소의 단초가 될 거란 기대감이 나왔던 이유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지난 9일 입장문을 내 "교육의 질을 담보하려면 25학번과 24학번의 동시 교육이 불가능해 순차적으로 1년 후에 교육해야 한다"며 "결국 26학번 인원의 모집 불가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10일 성명에서 올해 의대 신입생 모집 절차를 중단하고 내년도 의대모집 인원을 재조정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수급추계위 심의를 거쳐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고등교육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등교육법 32조는 '대학의 학생 정원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고등교육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학칙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대학이 어떤 과에서 몇 명을 뽑을 지는 각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얘기다. 다만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보면 교원·의료 인력 등은 국가인력수급체계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모집 단위별 입학정원을 정하게 돼 있다. 즉, 어느 대학이 의대생을 몇 명 뽑을 지 정하는 건 교육부 소관이다.
의대정원이 수급추계위 심의를 거쳐 정해지게 된다면 사실상 의대정원을 교육부장관이 아닌 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 김미애 의원실 관계자는 강 의원 안에 대해 "소위 심사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고등교육법 상 의대정원은 교육부장관이 정하게 돼 있는 것과 법리 상 충돌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별히 새로운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2026년에도 '2000명 증원' 계획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투자계획을 밝혔듯 교원, 시설 확충 등을 통해 증원 인원에 대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대비해왔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낸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에는 교육 기반시설 확충, 국립대 의대 교수 3년간 1000명 증원, 교육용 시신 기증제도 개선 등이 담겨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24·25학번을 합쳐 최대 7500명 교육에 어려움이 있단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교육이 아주 불가능하진 않다"며 "2030년까지 짜인 계획에 따라 교육환경을 점차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