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상민 사건만 이첩
21일 尹 검찰 조사→공수처로
"조사 일정·방법 등은 아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로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건을 이첩받았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지난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 답변을 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검찰에서 이첩받았다. 출범 이래 수사력 논란을 겪어온 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정점인 윤 대통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반면 이번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비상계엄 TF(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는 사건을 검찰에서 기록을 넘겨받아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대검찰청은 18일 공수처와 중복수사 방지 방안을 포함한 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청 관련 협의를 진행한 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사건을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공수처는 김용현 정 국방부 장관 등 나머지 피의자 이첩 요청은 철회했다.
공수처법상 검찰과 경찰은 공수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중복 사건의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응할 의무가 있다. 검찰은 이첩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적법 절차 논란이 불가피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중복 수사 등 일부 혼선 우려는 해결됐다. 윤 대통령 조사는 온전히 공수처의 몫이 됐다.
다만 검사 25명을 포함해 100명 규모인 검찰 특수본 인력에 비하면 공수처 수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오동운 공수처장 아래 수사 인력 전원인 검사 15명과 수사관 36명을 투입했지만 검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21년 설립 이래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5건에 불과하다. 그동안 청구했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최근에는 1심에서 처음으로 유죄를 받았던 고발 사주 의혹마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졌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 10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배정한 기자 |
공수처 이첩을 두고 검찰 특수본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지난 18일 박세현 고검장은 대검을 찾아 심우정 검찰총장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 일각에서는 대검의 이첩 결정에 항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심 총장은 전국 검사장들에게 서신을 보내 "이번 사건은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는 중대 사건으로서 그 전모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적법절차와 관련한 어떠한 빌미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의 이첩 요구가 강행규정으로 명시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위법 수사 시비를 막기 위한 결정이라는 의미다.
이에 검찰은 공수처에 수사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어디까지, 얼마나 넘길 것인지도 아직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향후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내린 총장의 판단은 정무적으로 옳았다는 시각이 많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공수처가 이 사건을 수사할 인력도 없지만 비슷한 규모의 수사를 해본 적도 없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첩을 통해 전체적인 수사 주도권을 공수처가 갖고 군 관계자 수사는 검찰이 맡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에 공수처로서는 그간의 수사력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볼 수도 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출석 조사와 신병 확보에 성공해 수사 기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수처 측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일정이나 방법 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