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계속된 근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상 과로의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선은양 기자] 재택근무는 업무상 과로의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단기 과로'를 주장하며 요양신청을 냈다가 거부당한 김모 씨가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 씨는 지난 2021년 8월 왼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발생했다. 이후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공단에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를 근거로 요양신청을 했다.

공단은 김 씨의 업무 수준이 단기·만성 과로 기준에 맞지 않고, 업무상 스트레스도 일상적인 수준이라는 이유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는 공단의 불승인 처분이 위법이라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자신이 발병 직전 1주일간 자택에서 추가로 근무했고 사업장에서 근무한 시간과 야간에 재택근무한 시간을 할증하면 평상시보다 30% 이상 근무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단기 과로' 기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회생 절차를 밟고 있던 회사에 근무해 해외 업체들이 제기한 소송 관련 업무를 하면서 높은 긴장 상태에 놓여있었다고도 했다.

통상 '단기 업무상 과로'는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량이나 시간이 이전 12주 동안의 1주 평균보다 30% 이상 증가했거나 업무 강도나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었을 때 인정된다.

법원은 김 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무와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이메일 내역만으로는 원고가 근무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자택에서 계속해서 근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원고가 제출한 재택근무 확인서도 원고의 근무 유지 상태를 확인하고 작성됐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질병이 업무상 스트레스가 아닌 기저질환일 수 있다는 감정의 소견을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뇌출혈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당뇨, 고지혈증, 음주, 흡연이 있던 상태"라며 "업무상 부담이나 스트레스로 촉발된 뇌출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haezer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