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국회 통제는 포고령 근거, 내란이라 생각 안 해"
경찰, '윤석열 내란죄' 본격 수사…김용현 출국금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은 경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조지호 경찰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박안수 계엄사령관 요청을 받고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은 경찰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조지호 경찰청장은 당시 박안수 계엄사령관 요청을 받고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출입 통제는 포고령에 따라 했으며, 해당 행위가 내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위법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조 청장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국회 출입 통제를 묻는 질문에 "계엄 선포 후 처음부터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제가 지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11시37분께 계엄 포고령 후 국회 출입 전면 통제를 두고는 "계엄사령관 전화를 받고 지시했다"고 했다.
조 청장은 "처음에는 제가 법적 근거가 없어서 못한다고 거부했다"며 "이후 포고령 내용을 확인하고 서울경찰청장에 전체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시를 내릴 때 포고령 어디에 국회의원들의 정상적인 의정활동, 특히 비상계엄을 해제하려고 투표에 참여하는 것을 막으라는 조항이 있었냐"고 물었다. 조 청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고, 포고령 1호에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한다고 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국회가 기본적으로 정치의 장이다. (국회의원 출입을 막은 것은) 포고령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은 "당시 여러 가지 상황이 충돌했고, 저희도 (계엄 선포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며 "포고령 등 정당한 지시를 따라야 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저희들이 했던 행위가 내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헌법에 따라 계엄 해제를 하기 위해 국회 진입하는 의원을 막았다'는 윤 의원 지적에는 "물론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내란죄에 동조한 것"이라며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이 국회 행안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국회 출입 통제는 두 차례 이뤄졌다. 계엄령 선포 후 오후 10시46분께 첫 통제가 이뤄졌다. 20분 뒤 국회 관계자 출입이 허용됐다. 하지만 조 청장이 포고령을 확인 후 오후 11시37분께 전면 통제를 지시했고, 다음 날 오전 1시45분께까지 전면 통제가 유지됐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 선관위 경찰력 배치는 "방첩사령관 전화"
조 청장은 비상계엄령 선포 후 무장한 계엄군이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진입했을 당시 경찰 인력이 배치된 배경을 두고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전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선관위 경찰력 배치를 묻는 민주당 질의에 "저희는 거기에 대해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며 "(방첩사령관이) 선관위에 특이한 상황이 있으니 우발상황에 대비하라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방첩사 주관으로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에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해서 '준비하겠다'고 했고, 구체적으로 실무단계로 연락이 오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방첩사령관은 계엄사령관도 아닌데 경찰청장이 방첩사령관의 말에 경찰력을 보낸 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회 민주당 의원도 "방첩사가 뭐하는 곳이냐. 말 그대로 간첩 수사하는 곳"이라며 "경찰에 인력을 요청한 것은 방첩사를 통해 국회의원을 체포해서 간첩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조 청장은 "방첩사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제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0시33분께 계엄군 10명이 선관위 청사에 투입됐다. 같은 날 오후 11시9분~25분께 경찰 4명이 도착해 정문에 배치됐다. 이후 11시58분께 경찰 90여명이 청사 밖 버스에서 대기했다. 선관위에 배치된 경찰은 다음 날인 4일 오전 7시께 철수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 '윤석열 내란죄' 본격 수사…김용현 출국금지
경찰은 이날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죄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안보수사과에 배당했다.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김 전 장관 출국금지 요청 압박에 행안위 회의 도중 밖으로 나가 출국금지 지시도 내렸다.
우 본부장은 "해당 사건은 안보수사과에 배당됐다"며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할 의지가 있느냐'는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는 "의지가 없으면 어떻게 사건을 배당하느냐"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경찰에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목현태 국회 경비대장 등을 형법상 내란과 군형법상 반란 혐의로 고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59명도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김 청장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역시 이날 내란 혐의로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박 총장, 이 장관을 비롯해 여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조 청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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