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 "尹 즉각 하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무산된 가운데 계엄사령부가 전공의 등 의료진을 향해 '48시간 내 복귀'를 명령한 것을 두고 의사들이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장윤석 기자 |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전공의 등 의료인의 48시간 내 복귀, 위반 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엄포한 것을 두고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의사들은 특정 직역을 처단 대상으로 삼아도 되느냐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는 4일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라'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역사책에서나 봐야 할 계엄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선포되는 것을 목도하게 된 우리 모두는 절망을 넘어 분노의 밤을 보내게 됐다"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계엄 포고문에 국민의 생명을 최일선에서 지켜온 의사들을 처단 대상으로 명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사들이 반국가세력인가. 의사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는가. 전공의들을 끝까지 악마화할 것인가"라며 "우리는 분노와 허탈을 넘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오늘 이후 더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했다.
아울러 "탄핵 과정은 너무나 길게 우리나라를 상처입힐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심이 남아있다면 속히 하야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지은 죄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내란에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5항에서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려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실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며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비상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들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치료할 것이다"며 "독재는 그만 물러나라"고 규탄했다.
사직 전공의 A 씨는 "전공의들 사이에선 해석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이미 취직을 다 해서 어디로 돌아가라는 건지 싶었고 처단한다는 말이 직결 처분권을 의미한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특정 직역을 상대로 국가가 이 정도 적의를 드러낼 수 있는지에 대해 굉장히 개탄하는 심정도 많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아직도 전공의가 파업하는 줄 아는데 현실 인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의사들을) 동원한다는 건 법적 근거도 없다"며 "처단이라는 인식을 가진 상태에서 일이 벌어졌으니 해결이 안 되는 거고 무식함을 그냥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도 "전공의들이 이탈했다는데 이미 사직서는 다 수리됐다. 성립이 안 되는 내용을 포고문에 담고 계엄 조치를 내린 건 현실 인식이 그정도밖에 안된다는 거다"며 "계엄 정당성을 위해 (전공의들을) 희생양, 재물로 삼으려던 것 같은데 그게 얼마나 통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것은 의사와 전공의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고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그동안 정부가 이렇게 비민주적으고 반민주적으로 정책을 보여주는 거라서 묵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내란 세력이다. 하야나 탄핵하기 전에 사실 바로 체포해야 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질타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현 상황과 관련해 의사 회원들의 안전 도모와 피해 방지를 위해 협회는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현재 파업 중인 전공의는 없다. 사직 처리된 과거 전공의들은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으니 절대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새벽 입장문을 내고 "사직한 의료인은 과거의 직장과의 계약이 종료됐으므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계엄 선포로 인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인은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