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도망 염려 단정 어려워"
친인척 부당대출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는 모습./이동현 인턴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친인척 부당 대출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남부지법 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손 전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증거인멸 또는 도망 염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범행에 대한 공모관계나 구체적인 가담행위에 관한 검찰의 증명 정도에 비춰보면 피의자가 이를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피의자의 일부 진술이 거짓으로 보이거나 과거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현 상황에서 구속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손 전 회장은 이날 오후 법원에 출석하며 '친인척 부당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부인하는지', '임종룡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대출을 알고 있었는지', '법정에서 어떤 점을 소명할 계획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내준 수백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 의혹에 손 전 회장이 직접 관여했다고 보고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 사업자 등에 내준 616억원 규모의 대출 중 350억원 규모가 부정하게 대출됐다고 올해 8월 발표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금감원에서 발표한 350억원 규모 이외에 70억~80억원의 추가 불법 대출 정황도 파악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부당 대출을 주도한 혐의로 우리은행 전 본부장 임모 씨를 지난 9월 구속 기소했다. 임 씨는 우리은행 신도림금융센터장과 선릉금융센터장을 지내며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 씨와 친분을 맺고 부당 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도 특경법상 횡령 및 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18일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우리은행 전 부행장 성모 씨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손 전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을 상대로 친인척에게 수백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 의혹에 직접 관여했는지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 등을 압수수색해 부당 대출 의혹 관련 내부 문서와 결재 기록, 전산자료 등도 확보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피의자로 명시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김 씨의 대출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검찰은 임 회장과 조 은행장 등 현 경영진이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해 묵인이나 지시가 있었는지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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