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명품 시계를 선물 받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운데)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해외에서 명품 시계를 선물 받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의 주요 쟁점은 양 총괄이 시계를 직접 갖고 입국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검찰과 양 총괄 측 모두 뚜렷한 증거는 없어 향후 치열한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전날 양 총괄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관세) 혐의 첫 공판에서 "지난 2014년 9월16일 문제의 시계를 갖고 입국한 게 양 총괄인지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계가 선물인지, 협찬인지가 이 사건에서 유의미한지 의문"이라며 "중요한 것은 당시 시계를 소지하고 입국한 게 입증이 됐냐, 안 됐냐"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 양 총괄 측은 협찬 목적으로 국내에서 시계를 받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양 총괄 측 변호인은 "국내에서 시계를 전달받았기 때문에 관세법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관세법 위반이 되기 위해선 양 총괄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때 소지하고 있는 것이 포착돼야 하는 증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내에서 받았다는 자료가 있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관련 증인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협찬 목적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협찬 계약서와 협찬 대가는 없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YG에서 양 총괄의 정확한 법적 지위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해외에서 명품 시계를 선물 받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왼쪽 세번째)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향후 재판에서는 양 총괄이 시계를 소지한 채 입국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정한 기자

검찰은 양 총괄이 싱가포르에서 입국 당시 시계 2개를 밀수입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양 총괄은 2014년 4월께 시계 브랜드 R 사의 아시아 대표 A 씨에게 자신이 예전에 요청한 시계를 달라고 했으며 같은 해 9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해당 브랜드 매장에서 원가 2억810만원인 시계 1개를 선물로 건네 받았다"며 "같은 시기 싱가포르 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추가로 원가 3316여만원인 검정색 시계 1개를 받고 소지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물품 원가 2억4000여만원 시계 2개를 밀수입 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역시 해외에서 입국할 당시 시계를 들여왔다는 주장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A 씨의 진술과 양 총괄이 해당 시계를 착용하고 방송에 나온 시점에 A 씨가 국내에 입국한 사실이 없는 점, R 사 내부 인보이스를 통해 반출 시점이 모두 2014년 9월인 점 등이 증거"라고 했다.

이에 앞으로 이어질 공판에서는 양 총괄이 시계를 국내에서 받았는지, 해외에서 받고 입국했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양 총괄 측은 국내에서 받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 제출이나 신빙성 있는 증언 등으로 이를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 총괄은 지난 2014년 9월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총 8억2806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 2개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부산지검 공공·국제범죄수사부(윤국권 부장검사)는 지난 9월13일 양 총괄을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4년 9월12~16일 YG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 일정과 명품업체 투자 협약식 등으로 싱가포르에 방문 예정이던 양 총괄은 출국 전인 8월27일~29일 A 씨에게 영어로 "예전에 요청한 시계를 준비해달라"(i really wanna get the watch I have been asking about.)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A 씨는 "시계가 준비됐다"(It’s ready for you my dear)고 답했다.

양 총괄이 건네받은 R 사의 해골 무늬 시계 가격은 7억1151만원에 달한다. 원가만 2억810만원이다. 호텔에서 받은 시계는 1억1655만원짜리 검정색 시계다. 이들 두 모델은 10년 전 생산이 중단돼 현재 시중에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양 총괄의 다음 공판은 내년 1월10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