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조현옥 '블랙리스트' 공소장 보니
"文캠프 출신 또는 민주당 정치인 추천자 목록도"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인사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공소장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인사추천위원회에서 공모절차 개시 전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단수 후보자를 선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인사권 남용 사건)으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공소장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인사추천위원회에서 공모절차 개시 전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단수 후보자를 선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백 전 장관 등 공소장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당시 산업부 운영지원과장 A씨와 박상혁 청와대 행정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공공기관 임원 인사를 협의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직위별로 각각 청와대와 산업부 장관이 추천·임명할 몫을 정했다고 봤다. 특히 공공기관 임원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위는 임 전 실장이 주재하고 조 전 수석이 간사로 참여한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단수 후보자를 선정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더팩트>는 임 전 실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장관 등이 임명하는 직위는 조 전 수석이 주재하는 인사추천간담회에서 단수 후보자를 선정한 뒤, 조 전 수석은 임원추천위원회 공모 절차가 열리기 전 박 의원을 통해 A씨에 내정자를 통보하고, A씨는 차관과 백 전 장관에 순차 보고한 뒤 실무자에 내정자를 통보했다고 봤다.
실무자는 공공기관 인사담당자에 내정자를 알려줘 임원추천위원회 최종 추천 배수에 포함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사전 통보에도 2017년 11월 한전KDN 사장 선임 임원추천위원회 서류심사에서 내정자가 탈락하자 조 전 수석은 차관까지 청와대로 불러 질책했다고 한다.
당시 조 전 수석은 김봉준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통해 "대통령에 다 보고된 건이다. 얼마나 신경을 안 썼으면 이런 사람이 떨어질 수 있겠느냐. 앞으로 신경 잘 쓰고 이런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하라"고 질책하며 내정자를 지원해 탈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공소장에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김 전 선임행정관이 캠프에 기여하거나 당시 여당(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추천을 받은 인사들 명단인 '정무적 인사 인재풀'을 전담 관리하면서 인사 수요가 발생하면 스스로 적임자를 선별했다는 내용도 기재됐다.
검찰은 김 전 선임행정관이 조 전 수석에 보고하던 중 별다른 경력이 없어 공공기관 등에 정식 추천이 곤란한 인사들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민간단체에 별도로 취업시켜 주기로 하고, 산업부 운영지원과장 A씨에 산업부 산하 비영리법인에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봤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산업부 비영리법인 임원 인사 업무 담당자에 임원이 공석인 비영리법인 리스트와 각 임원 임기·연봉·처우 등을 부기한 자료를 건네받아 백 전 장관에 보고했다. 이에 한국판유리산업협회 등의 임원 교체가 이뤄졌다고 한다.
사표 제출 종용과 관련해서는 백 전 장관이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에 "산하기관 인사를 서둘러라", "사장, 이사, 감사 등 인사와 관련해 한나라당 출신, 탈원전 반대 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해야 한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과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조 전 수석, 김 전 선임행정관 등 5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2017~2018년 산업부 11개, 과기부 7개, 통일부 1개 기관장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사직서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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