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靑 특감반원 "김기현 사건 이첩, 조국 승인없이 안 돼"
입력: 2022.04.26 00:00 / 수정: 2022.04.26 00:00

관련 문건 봤다고도 증언…'하달' 단어는 기억못해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김태우(사진) 전 검찰수사관이 민정수석의 승인 없이 사건을 이첩할 수 없다라며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주체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임영무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김태우(사진) 전 검찰수사관이 "민정수석의 승인 없이 사건을 이첩할 수 없다"라며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주체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민정수석의 승인 없이 사건을 이첩할 수 없다"라며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주체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다만 김 전 수사관은 서울동부지검 조사 당시에는 '하달'이라는 단어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장용범·마성영·김정곤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6명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의 증인인 김 전 수사관은 재판 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하명수사 의혹을) 몰랐을 리 없다. 대부분의 보고서는 특감반장을 통해 반부패 비서관을 거쳐 민정수석에게 보고된다"며 "송철호 울산시장 관련 사건을 경찰로 이첩한다는 건 민정수석 승인 없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수사관은 "(더불어)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조국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울산 사건' 같은 것을 수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수사관은 이날 공판에서 특감반원으로 근무하던 2018년 3~4월 공용 복합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조 전 장관(당시 민정수석), 황운하 민주당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등장하는 문건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건을 사진으로 촬영했지만 지금은 삭제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문건이 청와대에서 김 전 시장에 관한 비위 첩보를 경찰에 하달했다는 의혹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야권 인사인 김 전 시장에게 불리한 수사를 하도록 종용했다는 시각이다.

김 전 수사관은 시장처럼 선출직 공무원에 관한 첩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범죄라며 "대통령도 선출직이고 지방자치단체장도 선출직인데 감찰하는 건 (특감반 업무에) 맞지 않고 법에 어긋난다"며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감찰은 범죄이고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전 수사관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측 반대신문에서 '하달'이라는 단어를 문제의 문건에서 본 적 있냐는 질문을 받자 "청와대에서 내려보냈다는 내용만 기억난다. 단어를 기억하는 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문건 속 내용을 불법이라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청와대에서 내려간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답했다.

백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또 "증인이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받을 당시에는 '조국이 황운하, 민주당 의원과 연합해 김기현을 공격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하고 하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전 수사관은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김 전 수사관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에서 근무하다 비위 의혹으로 해임된 뒤 2018년 연말 정부의 각종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 이후 정계에 입문해 2020년 총선 때 서울 강서을 지역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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