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굳이 조국 딸을 법정에 부르는 이유
입력: 2021.06.17 05:00 / 수정: 2021.06.17 05:00
자녀 입시·사모펀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뒤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자녀 입시·사모펀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뒤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증거 다 동의했고 증언거부 예상되는데…"검찰로서는 당연" 의견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재판에 딸 조민 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를 관철시킨 검찰의 셈법에 관심이 쏠린다. 조 전 장관 측이 조 씨의 수사기관 진술조서를 모두 동의했는데도 증인신문을 강행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는 최근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의 속행 공판에서 딸 조 씨와 아들 조모 군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 재판에 딸 조 씨가 증인으로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들 조 군은 지난해 9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의 재판에 어머니 정 교수와 나란히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정 교수와 조 군은 검사의 모든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고 재판부 역시 받아들였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자기 또는 친족이 기소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딸 조 씨 역시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에 나와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조 씨가 증인 채택된 11일 공판에서 변호인은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증인을 부를 필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가족을 한 법정에 세우는 것도 우려하며 "재판을 진행하면서 정말 불가피할 때 출석을 판단해주시면 안 되겠냐"고 재판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사실 대부분이 조 씨 남매의 '지배 영역'에 있다며 "형사사법 절차에서 증언거부권 행사 때문에 소환조차 하지 못한다면 실체적 진실을 입증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 역시 이들을 신문할 필요성이 크다며 검찰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딸 조민 씨가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검찰의 증인 신청 내막에 관심이 쏠린다. /남용희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사진)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딸 조민 씨가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검찰의 증인 신청 내막에 관심이 쏠린다. /남용희 기자

검찰은 사실상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대답밖에 기대할 수 없는 조 씨를 왜 재판에 부를까.

조 전 장관 부부 측 변호인단은 지난해 6월 정 교수의 1심 속행 공판에서 조서와 이메일 등 조 씨 관련 증거를 모두 동의했다. "조 씨 관련 증거를 변호인단이 모두 동의할 경우 법정에 부르지 않겠다"는 당시 재판부 결정을 의식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부부 측은 이러한 증거 의견을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 측 동의로 조 씨 관련 모든 증거를 쓸 수 있는데도 증인으로 신청하는 건 보편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조 씨처럼 전면 증언거부가 예상되는데도 증인신문을 강행하는 건 '무용한 절차'라는 지적도 있다. 서초동의 A 변호사는 "질문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고 조서도 증거로 쓸 수 있는데 굳이 법정에 부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적 하자는 없지만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식을 증언대에 세워 조 전 장관 부부를 압박하기 위해, 아니면 무용한 절차를 강행할 만큼 입증이 힘겨운 시점이라는 의미로 읽힌다"고 봤다. 조 전 장관 부부의 공소사실은 크게 인턴십 확인서 등 문서를 위조해 자녀의 대학원 입시 때 제출했다는 게 뼈대다. 자녀에게 위조된 문서를 대학원에 제출하도록 해 위조 사문서를 행사하고, 대학원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위조사문서행사와 업무방해 혐의는 조서만으로는 입증이 어려워 문서를 직접 제출한 조 씨 남매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록 조 씨가 모든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재판부의 '유죄 심증'을 얻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초동의 B 변호사는 "전면 증언거부권 행사는 증인에 법정에 출석하기 전까지 확실히 예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로서는 질문 하나라도 말려들도록 전략을 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설령 증인이 모든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검찰의 질문은 공판 조서에 남아 재판부가 판결문 작성 때도 참고하게 된다.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갖도록 전략적으로 질문을 짜서 공소를 유지하려는 계획"이라고 풀이했다.

사건 관계자 가운데 가장 핵심 인물인데다 성인이기 때문에 부모의 재판이라도 당연히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학과 교수는 "검찰로서는 안 부를 수 없는 사건 관계자"라며 "미성년자도 아닌 성인이라 위조된 문서를 제출한다고 충분히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소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자기 또는 친족의 형사처벌이 달린 문제라 형사소송법상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며 "법원도, 대중도 증언거부권을 합법적 권한 행사로 생각해야지 '뭔가 켕겨서 말을 안 하고 있다'는 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조민 씨는 오는 25일 열리는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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