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 '바바리맨'은 왜, 숙대를 찾을까?
  • 신진환 기자
  • 입력: 2015.07.25 05:00 / 수정: 2015.07.24 23:40
여기저기 여성 전용 최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인근에서 신체 일부를 노출하고 음란행위를 한 이른바 바바리맨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바바리맨이 자주 출몰한다고 알려진 숙대 인근은 특성상 여학생이 많고 으슥한 골목으로 이뤄져 있었다./청파동=신진환 기자
'여기저기 여성 전용' 최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인근에서 신체 일부를 노출하고 음란행위를 한 이른바 '바바리맨'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바바리맨이 자주 출몰한다고 알려진 숙대 인근은 특성상 여학생이 많고 으슥한 골목으로 이뤄져 있었다./청파동=신진환 기자

신체 일부를 노출하고 음란행위를 하는 이른바 '바바리맨'이 잇따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새벽 숙명여자대학교 인근 골목에서 여학생을 부른 뒤 다가가 음란행위를 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여학생들에게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 그냥 봐달라”고 말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이틀 뒤에는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서 30대 남성이 차를 타고 여대생을 따라가며 신체 중요 부위를 노출했다가 수사에 나선 경찰에 체포됐다.

'바바리맨'이 연달아 출몰한 곳은 공교롭게도 숙명여대 인근이다. 단순한 우연일까. 20일 오후 <더팩트>는 바바리맨이 잇따라 출몰했던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인근 거리 곳곳을 살펴봤다.

◆ '여대' 특수성…여성 전용 건물 많아

안심하고 귀가하세요 숙대 인근에는 원룸과 하숙집 등 여성 전용 주거지가 많았다. 도로 곳곳에 여성 안심 귀가길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을 정도다./청파동=신진환 기자
'안심하고 귀가하세요' 숙대 인근에는 원룸과 하숙집 등 여성 전용 주거지가 많았다. 도로 곳곳에 '여성 안심 귀가길'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을 정도다./청파동=신진환 기자

이날 오전 11시 숙명여대 정문 앞. 찜통 더위로 짧은 옷차림의 젊은 여성들이 쉽게 눈에 띈다. 또 원룸과 하숙집 등 여성 전용 주거지도 많았다. 그만큼 바바리맨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인지 도로 곳곳에 '여성 안심 귀가길'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잇따라 바바리맨의 출몰로 여학생들은 불안하다. 특히 원룸과 하숙집에서 자취하는 여학생은 더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학교 앞에서 만난 숙명여대 재학생 최유리(23) 씨는 "학교 근처에서 바바리맨이 자주 나타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밤에는 특히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양모(23·여) 씨는 "인터넷으로 바바리맨을 잡았다는 뉴스를 보고 다행스러웠다"면서 "또 다른 바바리맨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 으슥한 골목 많아…CCTV 보기 어려워

방범용 CCTV는 어디에 숙명여대 인근에 밀집된 주거단지 골목에 폐쇄회로(CC)TV를 찾아보기 어려웠다./청파동=신진환 기자
'방범용 CCTV는 어디에' 숙명여대 인근에 밀집된 주거단지 골목에 폐쇄회로(CC)TV를 찾아보기 어려웠다./청파동=신진환 기자

숙대가 있는 청파동은 여성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서울 소재 여대는 4년제 기준 모두 6곳이지만, 유독 숙대 인근에서 바바리맨이 자주 출몰한다고 알려진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가 있었다. 취재진은 숙대 앞 거리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진은 숙대생들이 바바리맨을 자주 출몰한다는 장소를 직접 찾았다. 으슥한 골목이었다. 골목의 통로는 일방이 아닌 여러 갈림길로 나뉘어 있었다. 골목 특성상 굴곡이 많아 바바리맨이 숨기도 또, 도주하기에도 편한 구조였다.

다른 구역도 마찬가지로 좁은 골목이 상당했다. 미로 같은 골목에는 대부분 원룸을 갖춘 다세대주택이 들어서 있다. 때문에 여학생들이 좁은 골목을 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주택 밀집 지역에서 폐쇄회로(CC)TV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일부 빌라에서 설치한 CCTV가 눈에 띄었다.

골목에서 만난 윤모(23·여) 씨는 "집에 가는 길목에 CCTV가 없는 것 같다"며 "만약 바바리맨이 근처에 산다면 붙잡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좁고 후미진 골목, 바바리맨이 찾을만하네

위치번호 보고 신고하세요 위치번호가 쓰인 경찰 안내판이 숙명여대 인근 골목 곳고에 붙어 있었다./청파동=신진환 기자
'위치번호 보고 신고하세요' 위치번호가 쓰인 경찰 안내판이 숙명여대 인근 골목 곳고에 붙어 있었다./청파동=신진환 기자

취재진은 골목에서 야광 '위치번호'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경찰은 주민이 현재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알 수 있도록 표지판을 곳곳에 설치한 것이다. 혹시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 경찰에게 정확한 신고가 가능하다. 또 지난해 3월 숙대 기숙사 인근 300m 구간 바닥에도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태양광 발광 조명도 설치했다. 주택가에 태양광 발광 조명이 설치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숙대 인근은 여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데다 좁고 후미진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바리맨'들이 범행 장소로 많이 택하는 지역"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심야시간 '여성안심귀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에게 신체 일부를 노출하고 음란행위를 하면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로 처벌받는다.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된다.

공연음란죄로 적발된 건수는 2013년 1472건으로 2009년(526건)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바바리맨'과 같은 범죄는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범죄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팩트ㅣ청파동=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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