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만원 지하철' 男, "오해 좀 하지마"…진짜?
  • 이성락 기자
  • 입력: 2015.04.29 05:15 / 수정: 2015.04.28 20:39

밀착할 수밖에 없는 퇴근길 지하철 27일 오후 7시, 지하철 2호선 안은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당역=이성락 기자
밀착할 수밖에 없는 퇴근길 지하철 27일 오후 7시, 지하철 2호선 안은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당역=이성락 기자

지하철 출퇴근길 저절로 '부비부비'

지하철 안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도까지 최근 3년간 철도범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철도시설이나 열차 안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모두 3568건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범죄 유형으로는 손이나 몸으로 추행하는 '밀착형'이 491건, 전체 54%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일부 남성은 여성들의 '오해'와 '착각'을 언급하며 성추행이 실제로는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 안의 상황은 자신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게 이유다. 이 주장에 무게감이 없는 건 아니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더팩트> 기자(20대 남성)는 27일 오후 7시 퇴근 시간, '성범죄자의 소굴'이라고 불리는 지하철 안 상황을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사당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 '피해를 우려'하는 여자, '오해'라는 남자

지하철 성범죄, 오해? 피해? 지하철 성범죄와 관련, 남녀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남성들은 지하철 성범죄 건수가 몸이 밀착돼 빚은 오해로 인해 늘어났을 것이라 생각했고, 여성들은 실제로 지하철 안에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당역=이성락 기자
지하철 성범죄, 오해? 피해? 지하철 성범죄와 관련, 남녀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남성들은 지하철 성범죄 건수가 몸이 밀착돼 빚은 '오해'로 인해 늘어났을 것이라 생각했고, 여성들은 실제로 지하철 안에서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당역=이성락 기자

지하철 퇴근길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지하철 안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사람들은 앞사람 얼굴을 마주 보기 민망한지 천장만 바라본다. 두 손은 대개 차려자세를 취하고 있거나 휴대전화를 누르기 바쁘다. 성범죄자들이 눈을 피해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나 마찬가지다.

특히 팔을 가누기 힘들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옆에 있는 여성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스레 긴장돼 팔짱을 끼게 된다. 행여나 균형을 잃을까 온몸이 잔뜩 긴장된 상태다. 여성들의 불편함은 더 심했다.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이 틈을 탄 성범죄자가 몸을 더듬는 등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바로 대처할 방도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은 지하철 안 성추행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날 만난 여성들은 "성범죄 피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불쾌감을 느낀 적은 꽤 많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박 모(49·여)씨는 "지하철 안은 사람이 워낙 많고 붐비기 때문에 지하철 안 성범죄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지녔다"며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도 상당히 불쾌하고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남성들은 항변한다. 의도치 않게 성추행범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여성들의 '착각'이 성범죄 신고 건수를 늘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직접 지하철을 타본 결과 팔을 자칫 잘못 움직였다간 치한으로 오해받기 딱 좋았다.

이날 기자와 같은 칸 지하철을 이용했던 직장인 공 모(33)씨는 "물론 범죄자가 숨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해가 분명히 있다. 사람이 많다고 해서 남자가 지하철을 안 탈 순 없지 않으냐"라며 "여성들이 밀착되는 상황에 불쾌감을 느껴 성범죄로 신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 모(20)씨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출퇴근 시간 사람이 몰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다 타야 한다. 조금 밀착된다고 성범죄다 뭐다 그러면 그게 이상하다"라며 "성범죄 신고 역시 오해로 접수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지하철 성범죄 신고, 실제로 많아"

변태, 실제로 많다 서울도시철도 관계자는 실제로 지하철 안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이성락 기자
"변태, 실제로 많다" 서울도시철도 관계자는 실제로 지하철 안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이성락 기자

남성들이 말하듯 '오해'가 '오해'로 그쳤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지하철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성범죄자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도시철도 관계자는 "전철 내 성범죄 관련 신고가 많이 접수되고 있으며 실제로 잡힌 경우도 많다"며 "대부분 여성의 몸을 더듬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고 카메라로 촬영하다 잡힌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 보니 그런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변태들이 실제로 많다. 여자 화장실에 숨어 있는 남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사법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신고를 접수받으면 현장 파악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서 성범죄자를 직접 검거하는 지하철 수사대 관계자 역시 "성범죄 신고를 하는 여성의 경우 다 이유가 있다. 그냥 불쾌함을 느꼈다고 신고를 하는 경우는 없다"며 앞서 남성들이 말한 '오해'는 없다고 확신했다.

기준은 뭘까. 성범죄자라고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 묻자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성범죄자를 잡을 수밖에 없다. 그 뒤(성범죄자임을 판단하는) 상황은 법정에서 판결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남성들의 억울함은 어쩔 수 없이 법정에서 풀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지하철 안 성범죄 신고가 모두 '착각과 오해'에서 발생한 것으론 볼 순 없다. 더듬거나 카메라를 촬영하는 등 다양한 성범죄가 지하철 안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 안 성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예방과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남성들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지하철 성범죄 피해 여성과 성범죄자로 오해받은 남성 사이 공백이 커 보인다. 공백을 메우기 위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열차를 증편하는 것 외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전쟁 같던 지하철 퇴근행렬이 여유를 찾을 때쯤 만난 우 모(28)씨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누구에게나 퇴근길 지하철은 '지옥'이다. 성범죄에 앞서 서로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한편 지하철 성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며, 성범죄로 처벌을 받게 되면 신상정보가 등록된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

만약 촬영한 몰카를 영리를 목적으로 유포할 경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의 정보통신망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더팩트ㅣ사당역·가산디지털단지역=이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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