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기혼자 매칭 사이트, 소통은 무슨…불륜 남녀 집합소?
  • 신진환 기자
  • 입력: 2015.04.19 07:00 / 수정: 2015.04.18 22:14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피우세요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다시 문을 연 애슐리메디슨은 불륜을 조장하는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고 기혼자들의 회원 가입을 유혹하고 있다. /애슐리메디슨 홈페이지 갈무리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피우세요'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다시 문을 연 애슐리메디슨은 '불륜'을 조장하는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고 기혼자들의 회원 가입을 유혹하고 있다. /애슐리메디슨 홈페이지 갈무리

간통죄 폐지…이용자 수 급증

"기혼자도 때론 외롭다. 당신의 소통 상대를 찾아보세요."

헌법재판소가 2월 26일 기혼자의 불륜을 국가가 형벌권으로 규제하는 간통죄를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고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해 위헌을 결정하면서 간통죄 처벌 규정은 62년 만에 폐지됐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설마'했던 일이 벌어졌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였다. 기혼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속속 생겨난 것. 대표적인 기혼자 만남 사이트는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애슐리 메디슨'과 국내에서 만들어진 '기혼자닷컴'이다. 일각에서는 기혼자 매칭 사이트에 대해 불륜을 조장하고 사회풍속을 해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간통죄 폐지가 면죄부라도 받은 듯 이용자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더팩트>는 기혼자 매칭 대표 사이트에 직접 가입한 후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 기혼자닷컴 "불륜·간통 조장 NO! 소통 공간 제공할 뿐"

소통 공간 제공이 목적 기혼자닷컴은 기혼자도 때론 외롭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외로움을 느끼는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며 서비스를 시작했다./기혼자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소통 공간 제공이 목적" 기혼자닷컴은 '기혼자도 때론 외롭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외로움을 느끼는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며 서비스를 시작했다./기혼자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간통죄가 폐지된 지 사흘 만인 지난달 1일 '기혼자닷컴'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간단한 프로필을 작성한 뒤 성인인증을 거치면 성향이 비슷한 파트너를 추천해 주는 형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실제 가입을 해 보니 메인 홈페이지에서 여성들의 프로필들이 보였다. 기자의 나이와 비슷한 나이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상대방을 추천하는 포맷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까지였다. 더 자세한 여성의 프로필을 보려면 '자유이용권'을 사라는 문구가 나온다. '자유이용권'은 2주 동안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가격은 5만 원이다. 기혼 여성은 무료다.

기혼자닷컴 윤석민 대표는 <더팩트> 통화에서 "17일 오후 4시 30분 기준 회원 수는 5017명이고 남녀 성비는 밝힐 수 없다"며 "사이트 특성상 남성이 더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여성 이용자들의 유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륜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 윤 대표는 "기혼자닷컴은 불륜이나 간통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상에서 기혼자들에게 소통 공간을 제공하는 것일 뿐"이라며 "선정적인 이미지는 모니터링으로 걸러내고 있으며 성관계를 전제로 만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애슐리메디슨, "바람피우세요"

기혼자끼리 만날까요?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기혼자들의 데이트를 주선하는 온라인 소셜 데이팅 서비스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이트가 불륜을 조장한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애슐리메디슨 홈페이지 갈무리
'기혼자끼리 만날까요?'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기혼자들의 데이트를 주선하는 온라인 소셜 데이팅 서비스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이트가 불륜을 조장한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애슐리메디슨 홈페이지 갈무리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애슐리메디슨'도 기혼남녀들의 데이트를 주선하고 있다. 애슐리메디슨은 지난해 4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불법사이트로 지정돼 같은 달 15일 접속이 차단됐다. 그러다 헌재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3월부터 서비스를 재개했다.

애슐리메디슨은 홈페이지에 '당사는 기혼남녀 사이의 은밀한 만남을 위한 가장 유명한 웹사이트이다. 당사의 연애 보장 패키지는 완벽한 관계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음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아예 슬로건 자체가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우세요(Life is Short. Have an Affair)'이다.

실제 애슐리메디슨은 기혼자닷컴보다 훨씬 더 성(性)을 부각해 노골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애슐리메디슨은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었으며 가입 절차도 까다롭지 않았다. 가입할 때 우편번호를 반드시 기재하게 돼 있다. 우편번호로 지역을 구분하면서 거리가 가까운 상대를 알려줬다.

지역 검색 창에서 '서울'을 입력하자 '서울'에 등록된 사용자들의 리스트가 나왔다. 다만 나이로 검색할 경우 18세부터 검색할 수 있어 미성년자와의 만남도 가능해 보였다. 얼마든지 기혼자 또는 기혼자를 가장한 독신과 미성년자의 만남이 열린 셈이다.

애슐리메디슨 역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꽤 비싼 돈을 내야 했다. 남녀 간에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크레딧이 필요하다. 기본 100크레딧은 7만9000원이다. 남성은 이 패키지를 사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놀라운 것은 30분만 대화해도 2만3700원을 결제해야 한다. 여성은 무료다.

그뿐만 아니다. 애슐리메디슨은 탈퇴할 경우 기록됐던 정보들을 모두 없애준다는 명목으로 별도의 수수료를 물게 했다. 그러나 회원 가입할 때는 이 같은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탈퇴도 돈 내고 애슐리메디슨에서 사용한 내용들을 모두 삭제하고 탈퇴하기 위해서는 2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단순히 프로필을 숨기는 것은 무료였다./애슐리메디슨 홈페이지 갈무리
'탈퇴도 돈 내고' 애슐리메디슨에서 사용한 내용들을 모두 삭제하고 탈퇴하기 위해서는 2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단순히 프로필을 숨기는 것은 무료였다./애슐리메디슨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애슐리매디슨의 국내 회원은 2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것은 서비스를 개재한 지 2주 만에 10만 명 이상의 신규 회원이 가입했다. 앞으로도 가입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간통죄가 폐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기혼자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기혼자 만남 사이트'에 몰리고 있다.

불륜이 목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직장인 박모(33) 씨는 "기혼자 데이트 매칭 사이트를 만든 회사의 취지를 잘 모르겠으나 이용자들의 목적은 불륜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면서 "단순히 기혼자들이 소통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라면 왜 남자는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찾게 하였겠느냐"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 법률전문가는 "간통죄가 폐지돼 형법상 죄를 물을 수 없게 된 것일 뿐 민사상 책임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직접 간통을 조장하거나 방조하지는 않더라도 불륜에 이르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은 사회 법질서를 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일자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의원은 지난달 12일 '기혼남녀 만남 주선 사이트'를 불법으로 규정해 차단하겠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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