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군부대로 가라고?" 의정부 화재 이재민 '울분'
  • 황신섭 기자
  • 입력: 2015.01.24 11:32 / 수정: 2015.01.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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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들이 단단히 뿔났다. 의정부시가 이들의 임시 거처를 25일부터 인근 306보충대로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 임시 거처인 경의초등학교 체육관 입구에 이전을 알리는 공문이 붙어 있다. 텐트촌은 텅 비었다./경의초등학교=황신섭 기자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들이 단단히 뿔났다. 의정부시가 이들의 임시 거처를 25일부터 인근 306보충대로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 임시 거처인 경의초등학교 체육관 입구에 이전을 알리는 공문이 붙어 있다. 텐트촌은 텅 비었다./경의초등학교=황신섭 기자

[더팩트|의정부=황신섭 기자] "처음엔 빽빽한 텐트촌, 이제는 군부대. 우리가 난민인가요?"

23일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주민들의 임시 거처인 경의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주민 강모(29)씨는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하루 아침에 모든 걸 잃은 주민에게 너무한 것 아니냐"며 "뭐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의정부시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옆에서 쪽잠을 자던 김모(32·여)씨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3일 안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던 약속은 온데간데없다"며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다들 불편하게 잠자고 직장에 나갔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느냐"고 불평했다. 텐트촌은 텅 비어 있었다. 베개와 이불, 마시다 만 물병이 이들의 고단한 일상을 대신 보여주고 있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 주민들이 단단히 뿔났다. 의정부시가 이들의 임시 거처를 25일부터 인근 306보충대로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피해 주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하나 둘씩 짐을 싸고 있다.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피해 일부 주민들은 25일부터 306보충대에서 지낸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31일 해체해 건물이 비어 있지만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306보충대=황신섭 기자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피해 일부 주민들은 25일부터 306보충대에서 지낸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31일 해체해 건물이 비어 있지만 군인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306보충대=황신섭 기자

306 보충대는 지난해 12월 31일 해체해 건물이 빈 상태다. 그러나 군인들이 정문에서부터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현재 68세대(23일 기준)가 의정부시에 이전을 신청했다.

이들은 306보충대 입소자가 쓰던 침상형 생활관에서 머문다. 그러나 생활관 한 곳에 6세대가 함께 지내야 하는데다, 스티로폼 매트를 깔고 자야 하는 처지다. 칸막이와 커튼도 쳐야 한다. 경의초등학교 텐트촌에 견줘 별로 나아진 게 없는 셈이다. 이마저도 2월 말까지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지고 있다. 정모(27)씨는 "완전히 거지 취급 당하고 있는 기분이다"며 "비슷한 사고 때 다른 지자체는 피해 주민을 크게 배려했다. 도대체 의정부시는 뭘 하고 있는거냐"고 되물었다.

강남구청은 2013년 11월 16일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에서 발생한 LG전자 헬기 충돌 사고 때 피해 주민 32명을 인근 고급 호텔에 머물게 조치했다. 그것도 사고 한 시간 만에 대처했다. '3일 안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겠다'던 의정부시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의정부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경의초가 개학하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의 306보충대로 임시 거처를 옮기는 것"이라며 "새로운 주거 계획 등 여러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오전 의정부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폐차 수거업체가 불에 탄 승용차를 옮기고 있었다. 일부 주민은 이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대봉그린아파트=황신섭 기자
23일 오전 의정부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폐차 수거업체가 불에 탄 승용차를 옮기고 있었다. 일부 주민은 이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대봉그린아파트=황신섭 기자

의정부 아파트 화재 사고는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이게 가장 두렵고, 화난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피해 주민 윤모(29)씨는 "처음 불이 났을 때엔 언론과 인근 주민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더니 이젠 아무도 관심이 없다"며 "불로 한 번, 무관심에 두 번 가슴이 탔다"고 말했다.

그의 푸념처럼 23일 오전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현장은 정말 썰렁했다. 새까맣게 탄 승용차를 옮기는 폐차 수거업체 관계자만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한 주민은 멀리서 이를 허탈하게 바라보며 연거푸 담배를 폈다.

그는 "나도 똑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벌을 받은 것 같다"며 "나부터 변해야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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