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섭의 CSI 수첩] 위험한 섹스, '바기니스무스'
입력: 2015.01.21 10:05 / 수정: 2015.01.21 11:09

[더팩트|황신섭 기자] 불륜 남녀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눈다.

달콤한 속삭임을 건네고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며 절정을 맛본다. 쾌감은 점점 커진다.

그 순간 지방 출장을 떠난 불륜녀의 남편이 갑자기 침실 문을 두드린다. 화들짝 놀란 이들은 몸을 일으켜 옷을 입으려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리 애를 써도 불륜남의 그것이 빠지질 않는다. 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몸을 비틀지만, 그럴수록 더 꽉 낀다.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은 혼미하고 탈수 현상이 생긴다.

방문을 부수고 들어온 남편은 울화통이 치민다. 흉측한 모양새로 뒤엉킨 남녀가 거친 신음을 내지르며 자신을 애타게 바라본다. 그리고 입을 뗀다.

"죽을 것 같아요. 119에 전화 좀 해줘요."

황당하지만 2007년 1월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다.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몸에서 빠지지 않는 사례는 드물다. 불륜은 아니지만 위 사례와 비슷한 일이 외국에서도 일어난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각) 신원 미상의 젊은 연인이 이탈리아 포로투 산 조르지오(Porto San Giorgio) 해변에서 성관계를 맺다 병원 신세를 졌다.

이 연인이 병원으로 간 이유도 남성의 성기가 여성 몸에서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다 속에서 성관계를 하다 흡인력으로 두 사람 몸이 달라붙은 것.

이들은 민망한 자세로 물 밖으로 나온 뒤 응급구조대를 불러 병원에 갔다. 이들은 병원에서 여성의 자궁경관을 확장해 남성의 성기를 빼내는 치료를 받았다.

이처럼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몸에서 빠지지 않는 현상을 법의학에선 '바기니스무스(waginismus)'라 부른다.

이를 '페니스 캡티푸스(음경포착)'라고도 하는데, 성행위 도중 깜짝 놀라거나 죄책감을 느낄 때 주로 나타난다.

여성의 질과 그 주위의 근육이 놀라거나 아랫다리 전체에 경련이 일어나 질 입구가 닫히는 현상이다. 성관계 도중 바기니스무스가 일어나면 옴짝달싹 할 수 없다. 그러면서 심한 고통이 온다. 결국엔 그 상태로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옛날엔 첫날밤 신혼 부부에게서 가끔 일어났지만 요즘은 정상적이지 못한 성관계에서 생긴다.

하지만 바기니스무스에 얽힌 사건은 내용 때문인지, 널리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기니스무스 탓에 제대로 망신살 뻗친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법의학자 문국진 교수가 낸 '지상아와 새튼이'에 나온 실제 사례다.

꽤 오래전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남편과 사별한 며느리 김씨는 시아버지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또다시 관계를 맺었다. 그러던 둘 사이에 바기니스무스가 일어났다.

깜짝 놀란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보채며 욕까지 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두 사람은 너무 괴로운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 이 소리를 듣고 온 동네 사람들은 망측한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두 사람은 끝내 담요를 뒤집어쓴 채 병원 신세를 졌다. 관계는 잘못 맺으면 정말 큰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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