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현장] '어울림 한마당' vs '한쪽은 술판'...상아탑 축제의 두 얼굴
  • 김아름 기자
  • 입력: 2014.09.26 15:00 / 수정: 2014.09.26 17:06

대학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역주민과 두루 어울리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술과 자극적인 놀이 문화로 얼룩진 상아탑 축제도 있다.(해당 기사와 무관)/더팩트 독자 제공
대학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역주민과 두루 어울리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술과 자극적인 놀이 문화로 얼룩진 상아탑 축제도 있다.(해당 기사와 무관)/더팩트 독자 제공

[더팩트 | 김아름 기자] 대학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성과 낭만이 어우러진 축제 현장에는 늘 그렇듯이 두 얼굴이 존재한다. 지역주민과 두루 어울리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술과 자극적인 놀이 문화로 얼룩진 상아탑 축제도 있다.

24일 오후 <더팩트>는 '술 없는 축제'를 연 성신여자대학교(이하 성신여대)와 '술 축제'를 즐긴 서울의 한 A대학교 축제 현장을 찾아 대학 축제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축제 첫날인 24일 성신여대 천막에는 주점 대신 일일매점이 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술을 찾지 않고 마실거리를 나르며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성신여대=김아름 기자
축제 첫날인 24일 성신여대 천막에는 주점 대신 '일일매점'이 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술을 찾지 않고 마실거리를 나르며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성신여대=김아름 기자

가을 햇살이 눈부신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캠퍼스. 정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와~" 하는 거대한 함성과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 젊음이 한데 뭉쳐서일까. 함성도 우렁차다. 소리만 따라 걸어도 축제 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언덕길을 거슬러 올라가니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무대 주변으로 여러개의 천막이 자리잡고 있다.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줄지어 선 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축제를 맞아 여대를 찾은 남학생들도 눈에 띈다. 모두 상기돼 있다. 역시 젊음이 좋다. 보기만 해도 건강한 기운이 몰려든다.

고개를 돌리니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슈퍼마리오 탈을 쓴 학생이 "wii 게임을 즐깁시다"고 외치며 참가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슈퍼마리오 캐릭터는 참 오랜만이다. 지금도 마리오 게임이 있나?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의 표정에선 사소한 것 하나에도 금세 웃음보가 떠질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

이때 "츄러스 사세요~", "링거 음료수는 어떤가요"라는 말소리와 함께 여학생들이 취재진에게 몰려와 음료와 과자를 사달라고 애교를 떨었다. 남자였다면 반사적으로 지갑을 꺼냈을 상황이다. 흰색 의사 가운을 입은 학생들은 다채로운 색깔의 음료를 건네며 이를 '링거 음료수'라고 소개했다.

올 축제를 앞두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술과 선정적 의상은 찾아볼 수 없다. 일부러 찾아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걸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대학 축제 현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술이 없다니. 정말 없다. 일일 매점 푯말에는 '술'과 '안주' 대신 '에이드'와 '츄러스', '빙수'라고 써 있고 피자와 닭고기 튀김 등 먹거리만 풍성했다.

술 없는 축제를 2년째 이어오고 있는 성신여대 교정에선 간혹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보는 사람들만 있을 뿐 술에 취한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다.
'술 없는 축제'를 2년째 이어오고 있는 성신여대 교정에선 간혹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보는 사람들만 있을 뿐 술에 취한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다.

축제 열기 때문인지 금세 날이 어두워졌다. 어둠이 깔리자 형광색 불빛의 모자를 쓴 학생들이 곳곳에 등장했다. 축제는 역시 밤이라야 제맛이다. 폭죽이 하늘 높이 터지자 캠퍼스는 학생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캠퍼스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어디에선가 술을 팔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분 좋은 허탕이다.

학생들은 일일 매점에서 사거나 직접 가져온 먹을거리와 음료수를 들고 잔디밭 돗자리에 앉아 축제를 즐겼다. 한 남학생은 "꼭 여고 축제에 온 것 같다"며 "건전하게 축제를 즐기다보니 오히려 대학생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가족과 함께 캠퍼스를 찾은 김민구(38) 씨는 "지난해에도 성신여대는 술 없이 축제를 치렀다"면서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재밌고 좋다"고 했다.

성신여대 총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술과 주점이 있어야 축제라는 생각은 잘못이다"며 "내년에는 더 다양하고 풍성한 축제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신여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술 없는 축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축제를 진행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축제 현장에선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남녀 학생들의 즉석 만남을 볼 수 있었다./서울 A대=김아름 기자
서울의 한 대학교 축제 현장에선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남녀 학생들의 즉석 만남을 볼 수 있었다./서울 A대=김아름 기자

서울의 A대는 달랐다. 주점이 들어선 천막 안에 들어서니 술안주를 만드는 기름 냄새가 풍겼고 다른 쪽 의자에는 술을 즐기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젊은 남녀가 특히 많았고 즉석 만남도 이뤄지고 있다. 일반 대학교 앞의 주점들보다 오히려 더 상업적이고 문란한 모습을 보인다.

다른 대학에서 온 남학생 무리가 건너편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여학생에게 합석을 요구했다. 먼저 즉석 만남을 성사시킨 학생들은 흥을 돋우는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다소 민망한 옷차림의 여학생들의 호객 행위를 볼 수 없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할까. 술을 안 마시고 술 마시는 장면을 보니 건강해 보이진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축제 때 왜 술을 팔고 마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이런 축제 탓에 학교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물론 이 학교에서도 다채로운 축제 행사가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행사를 뒤엎고도 남을 만큼 캠퍼스 내 주점 풍경은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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