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재미로 한 고스톱' …'오락'과 '도박'의 기준은?
  • 김아름 기자
  • 입력: 2014.09.08 06:00 / 수정: 2014.09.08 00:38

추석 연휴 오락으로 시작한 고스톱이 도박이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스톱의 오락과 도박의 기준은 무엇일까./최진석 기자, 영화 타짜 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추석 연휴 오락으로 시작한 고스톱이 도박이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스톱의 '오락'과 '도박'의 기준은 무엇일까./최진석 기자, 영화 '타짜' 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더팩트 | 김아름 기자]크고 밝은 '슈퍼문' 보름달이 한반도를 환히 비추는 한가위, 추석이다.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인 만큼 오랜만에 부모와 형제, 친척 등 온 가족이 모두 모여 묵혀 놨던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오락을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된다.

이 즐거운 시간에 종종 등장하는 것이 바로 '화투'로 가족과 친구 등 삼삼오오 모여 '오락'으로 고스톱을 시작한다. 그러나 재미삼아 친 고스톱이 자칫 도박으로 변질돼 즐거운 명절 분위기를 망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더팩트>는 재미삼아 치게 되는 고스톱의 '오락'과 '도박'의 사례를 통해 그 기준을 알아봤다.

법원은 점당 100원 또는 1000원으로 화투를 즐긴 정모 씨 등에 대해 도박으로 판결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의 판돈이 직업과 수입을 고려했을 때 크다는 이유를 판결 근거로 들었다./ 채널A 캡처
법원은 점당 100원 또는 1000원으로 화투를 즐긴 정모 씨 등에 대해 도박으로 판결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들의 판돈이 직업과 수입을 고려했을 때 크다는 이유를 판결 근거로 들었다./ 채널A 캡처

◆ '점 100원, 점 1000원'도 '도박죄' 성립될 수 있다?

카센터를 운영하던 정모 씨는 추석 전날 동네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여 화투 20장을 이용해 높은 점수의 사람이 돈을 따는 일명 '섯다'를 쳤다.

점당 1000원으로 시작된 게임은 곧 70여만 원이라는 판돈으로 불어나면서 이후 도박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정 씨와 친구들은 15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 '도박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정 씨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돈이 오갈 수 있으며 게임에서 압수된 금액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오락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미로 고스톱을 친 장모 씨 역시 명절 연휴가 끝난 뒤 법원으로부터 300만 원의 벌금을 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이유인즉슨 장 씨가 명절 때 고향 사람들과 5시간 가까이 58차례에 걸쳐 점당 1000원의 술내기 고스톱을 쳤기 때문이다.

벌금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장 씨의 경우 고스톱을 친 시간이 길었으며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직업이나 수입을 고려했을때 판돈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외에도 점당 100원의 고스톱 내기를 한 일용직 근로자들도 도박죄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의 판돈은 7만 4000원으로 한 사람당 2만 5000원도 되지 않는 돈이었으나 경찰은 이들의 수입이 비교적 적고 직업 역시 일정치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한 사람에게 약 2만 5000원의 판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또 지인의 집에서 점당 100원으로 전체 판돈 2만 8000원의 고스톱을 친 오모 씨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의 전체 판돈은 적지만 재판부는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고스톱을 쳤다는 것은 친목 도모용 오락으로 볼 수 없다는 것과 오 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2만 8000원이 적은 액수가 아닌 점을 판결 이유로 들었다.

전라남도의원 등 4명은 평균 15만 원 가량의 돈 내기 포커를 했으나 법원은 직업과 수입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한판에 2000원을 걸고 밥값 내기 카드 도박을 한 남성에 대해서도 가벼운 게임을 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SBS뉴스 캡처
전라남도의원 등 4명은 평균 15만 원 가량의 돈 내기 포커를 했으나 법원은 직업과 수입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한판에 2000원을 걸고 밥값 내기 카드 도박을 한 남성에 대해서도 가벼운 게임을 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SBS뉴스 캡처

◆ '판돈 61만 원, 그럼에도 도박이 아니다?'…신분이나 수입 등 고려

반면, 지난 2012년 전라남도의원과 담양군의원 등 4명이 판돈 61만 원으로 1인당 평균 약 15만 원 가량되는 돈 내기 포커를 했으나 재판부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술값 내기로 포커를 했으며 이들의 신분과 수입 등을 고려할 때 판돈의 액수가 적은 점 등에서 오락에 해당한다.

또 고향 친구들과 동네 부동산에서 한판에 2000원을 걸고 카드 도박의 일종인 '훌라'를 한 남성과 점당 100원씩 이웃 주민 3명과 고스톱을 친 치킨집 사장도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판결 이유로 훌라를 한 남성의 경우 평소 자주 가던 부동산에서 친구끼리 저녁 밥값 내기로 게임을 한 것이며 치킨집 사장 역시 감자탕 값 내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도박과 오락의 경계는 늘 논란거리다.

경찰은 판돈 규모가 20만 원이 넘느냐를 단속 기준으로 삼으며 판돈 규모가 20만 원 이상 또는 20만 원 미만이라도 참여한 사람 가운데 도박 전과자가 있는 경우에는 형사 입건을 한다. 그러나 판돈 규모가 20만 원 이하인데 도박 전과자가 없을 시에는 훈방 또는 즉결 심판에 넘긴다.

그러나 2009년 대법원에선 화투 20장을 이용해 하는 '섰다'를 했을 경우 한 판에 1000원 씩은 도박으로,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은 오락으로 정리했지만, 결국 도박인지 아닌지 판단은 판례에 비춰봤을 때 판돈의 규모을 포함해 판을 벌인 장소, 판돈의 사용 내용, 혐의자의 직업과 수입, 참여한 사람들의 관계 등 종합적으로 따져 정해지는 만큼 '재미삼아'하고도 '범죄'가 될 수 있다.

한편, 형법 제246조 1항에 따르면 도박을 한 사람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할 경우엔 예외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beautiful@tf.co.kr
사건팀 tf.caseb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