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i 사건 그 후] '삼풍백화점 붕괴' 19년…인재(人災)가 빚은 역사의 비극
  • 김아름 기자
  • 입력: 2014.06.29 10:28 / 수정: 2014.06.30 08:45
1995년 6월 29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선 대형 백화점 붕괴라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2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937여명이 다치는 등 1445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19년이 지난 2014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건물이 있던 이곳엔 또 다른 고층의 주상복합빌딩이 자리를 잡고 있다./TV조선 캡처
1995년 6월 29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선 '대형 백화점 붕괴'라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502명의 생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937여명이 다치는 등 1445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19년이 지난 2014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건물이 있던 이곳엔 또 다른 고층의 주상복합빌딩이 자리를 잡고 있다./TV조선 캡처

[김아름 인턴기자] 1989년 12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복판엔 '미국식 쇼핑몰'을 표방한 고급 백화점 ‘삼풍백화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화려하게 들어섰다. 그러나 5년 뒤인 1995년 6월 29일, 그 화려한 이름이 무색할 만큼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 그리고 실종 6명 등 1445명의 사상자를 내며 한국 전쟁 이후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인명 피해라는 비극적 기록만 남긴 채 말이다.

2014년 올해는 '삼풍백화점 붕괴' 19년이 되는 해다. 끔찍했던 그때의 참극은 사람들의 기억 한편에 자리 잡았고 사고가 발생한 현장엔 '아크로비스타'라는 고층 높이의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섰다. 사람들은 애써 그날의 기억을 그리고 그날의 장소를 모른 채 혹은 모른 척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지워졌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지난 4월 16일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다시 언급되고 있다. 19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언급되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삼풍백화점 붕괴는 예견된 참극이었다. 무리한 증축은 물론 경영진이 붕괴 위험을 알고도 시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자신들만 유유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그대로 건물과 함께 깔리며 목숨을 잃게 됐다./당시 MBC뉴스 캡처
'삼풍백화점 붕괴'는 예견된 참극이었다. 무리한 증축은 물론 경영진이 붕괴 위험을 알고도 시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자신들만 유유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그대로 건물과 함께 깔리며 목숨을 잃게 됐다./당시 MBC뉴스 캡처

◆ '삼풍백화점 붕괴', 예견된 참극이었다!

1995년 6월 29일도 요즘과 같이 푹푹 찌는 무더위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강남 부유층 고객이 드나드는 이 고급 백화점은 에어컨을 작동시키지 않았다.

건물 에스컬레이터 주변엔 양동이만 덩그러니 놓여 시멘트 가루와 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방송에선 연신 '에어컨이 고장나 수리하고 있다'는 안내방송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리고 오후 5시 55분 5년 밖에 되지 않은 고급 백화점은 순식간에 무너지며 역사 속 '최악의 참사'라는 오명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조사 결과 이 백화점은 본래 아파트 상가 및 행정동 사용을 목적으로 4층까지 증축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백화점으로 용도를 변경한 후 보강공사 없이 무리하게 한 층을 더 증축해 5층 건물로 바꿨으며 반대로 건물을 지지할 기둥은 되려 4분의 1로 줄였다. 결국, 무리한 증축은 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기중기로 옮겼어야 할 옥상에 있던 29톤가량의 에어컨 냉각탑 3대를 돈이 든다는 이유로 직접 끌어 반대편으로 이동시켰다. 이는 건물 전체에 무리를 가하는 데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백화점 건물은 붕괴 며칠 전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천장에선 시멘트 가루가 떨어졌다. 경영진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같은 보고를 받았으나 영업을 계속 이어갔고 29일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름 20cm의 균열도 무시했다. 이곳저곳에서 건물이 솟구치며 붕괴가 시작됐으나 경영진은 끝까지 고객과 종업원에게 대피령을 내리지 않은 채 귀중품만 챙겨 건물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왔다.

그 결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백화점 종업원과 고객들은 '에어컨 수리'라는 방송만 전달받은 채 백화점 붕괴와 함께 그대로 건물 더미에 깔렸다.

사고 발생 후 삼풍백화점이 있던 자리엔 아크로비스타라는 고층의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섰다./김아름 인턴기자
사고 발생 후 삼풍백화점이 있던 자리엔 '아크로비스타'라는 고층의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섰다./김아름 인턴기자

◆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공무원 등 줄줄이 구속, 법령은 개정

백화점 붕괴 이후 이준 삼풍백화점 회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 징역 7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백화점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설계 변경 등을 승인한 이충우 전 서초구청장과 황철민 등은 뇌물수수로 각각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300만 원과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외 관련된 공무원 10명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한국 전쟁 이후 최대 인명 피해라는 말이 무색한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정부와 서울시는 3758억 원을 보상했다. 또 이 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해 정부가 지원금 500억 원을 내놨으며 삼풍백화점은 자산을 매각해 1484억 원을 마련했다. 나머지 1774억 원은 마련해 피해를 보상했다.

건설업계에서도 설계업자가 감리를 도맡는 관행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체면적 5000㎡(1500평) 이상 대형건축물은 입찰을 통해 감리업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또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무단 설계 변경을 눈 감아 주는 등의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공무원과 건설업자가 직접 만나지 못하도록 인·허가와 관련된 과정은 온라인으로만 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두 차례 현장을 찾아 관리 감독하던 업무도 준공 허가 전 감리보고서만 제출받는 것으로 간소화됐다.

올해도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다. 마리나오션리조트 붕괴부터 300여명 가까이의 사망자를 낸 세월호 참사 등 전부 경영진의 무책임한 행동과 안일한 대처로 빚어낸 인재(人災)였다. / 더팩트 DB
올해도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다. 마리나오션리조트 붕괴부터 300여명 가까이의 사망자를 낸 세월호 참사 등 전부 경영진의 무책임한 행동과 안일한 대처로 빚어낸 인재(人災)였다. / 더팩트 DB

◆ 노후 시설물 안전확보를 위한 투자 필요…절실

그러나 여전히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경주 마리나오션리조트 붕괴와 세월호 참사 등 많은 생명이 안전문제로 목숨을 잃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19년 후 발생한 두 사건의 원인은 인재(人災)였다. 19년 전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며 붕괴한 삼풍백화점 사고는 분명 다시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안전에 온 힘을 쏟으라는 교훈을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사고를 반복할 정도로 변한 것이 없다.

정부와 단체에선 '안전'의 중요성을 외칠 뿐, 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방안이나 투자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결함 등의 붕괴 위험을 안고 있는 시설물로는 현재 교량 14개를 포함해 수문 12개와 댐 9개, 건축물 8개 등 모두 49개다.

특히 이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해당하는 대상을 제외한다면 위험에 노출된 시설물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사건팀 beautif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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