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현경기자] 장동건이 변했다. 피비린내 나는 최강 전사가 됐다. 트레이드 마크인 환한 미소도 볼 수 없다. 시종일관 찌푸린 표정이다. 인류 최강의 전사 '양'이라 할 만 했다.
영화 '워리어스 웨이'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2007년 '런드리 워리어'로 할리우드에 입성한지 4년 만이다. 그 시간 동안 장동건은 외모로 승부하는 스타에서 도전하고, 인내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할리우드는 넘지못할 벽에서 해볼만한 영역으로 변해 있었다.
"사실 처음엔 두려웠어요.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이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막상 부딪히고 경험해보니 노력하면 안되는 것은 없더라고요. 제 도전이 세계 진출의 모범 사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장동건을 지난 23일 만났다. ▲ 두려움, ▲ 소통, ▲ 기다림, ▲ 자신감, ▲ 꿈 등 그가 걸어온 할리우드의 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 두려움. 할리우드는 큰 산이었다. 영화 속 이야기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산에 오를 기회가 찾아왔다.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가장 큰 과제는 나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장동건이란 배우는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곳에서 난 생소한 아시안 배우였다. 그렇게 낯선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와 스태프들 앞에 섰다. 카메라 앞에 선 그 순간에 그들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했다.
언어도 걱정됐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라는 점 때문에 그동안 연기한 다른 언어보다 부담이 컸다. 발음, 억양, 액센트 하나까지 캐릭터와 어울릴 수 있도록 지도를 받았다. 현장에서도 모두 영어를 써야 했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 소통 촬영은 순조로웠다. 새로운 배우, 감독과 호흡은 어긋남없이 진행됐다. 끊임없는 노력과 배려를 바탕에 둔 장동건의 소통법 덕분이었다. 케이트 보스워스가 장동건과 다시 한번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괜한 말이 아니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들 때문에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 케이트 보스워스는 도도한 할리우드 여배우와는 거리가 멀었고, 제프리 러쉬는 친근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를 배려하며 굉장히 즐겁고 편안하게 촬영했다. 할리우드 건 한국이건 진심과 노력은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캐릭터 표현에서도 기본에 충실했다. 감독님과 모든 것을 의논하고 연기했다. 특히 미간을 찌푸리고 고독한 듯한 '양'의 일관된 표정은 감독님과 동의하에 만들어낸 트레이드 마크였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조언 덕분에 만족스러운 캐릭터와 연기가 탄생할 수 있었다"

▶ 기다림 그로부터 3년을 기다렸다. 당초 2008년 초 촬영 완료 이후 2009년 봄 개봉을 예고했지만 지연됐다. 촬영 종료 이후 2년이 넘도록 개봉일을 잡지 못하는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 사이 영화 제목도 '런드리 워리어'에서 '워리어스 웨이'로 변경됐다.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한국 영화계의 빠른 진행이 익숙했던 터라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다. 특히 팬들에게 미안했다.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고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빨리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완성본에 대한 걱정도 없지 않았다. CG가 워낙 많은 부분을 차지해 아무것도 없는 그린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분량이 많았다. 때문에 CG 결과에 따라 생각한 것과 180도 다른 그림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에 따라 연기를 잘 못한 것이 될수도 있어 걱정이 많이 됐다."

▶ 자신감 지난 14일, 장동건은 다시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떠났다. 4년 동안 준비해온 '워리어스 웨이'를 처음으로 소개하러 가는 자리였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돌아온 그의 모습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미국 관객들은 내가 출연한 영화를 대부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시사회 전까지 나를 잘 모르는 그들을 '워리어스 웨이' 한 작품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행히 현지 반응이 나쁘지 않아 조금 마음이 놓였다.
특히 할리우드가 한국영화와 한국배우를 더 이상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곳에서 피부로 느꼈다.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해주는 분위기라서 기분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와 한국 배우, 감독들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해와 뿌듯하고 어깨가 절로 펴졌다."

▶ 꿈 장동건의 필모그래피는 그 누구보다 화려하다. 흥행을 떠나 다양한 영역의 작품에 도전해 왔다. 꽃미남 수식어를 떨치기 위해 택한 '해안선'부터 한일합작 영화 '로스트 메모리즈', 한중합작 '무극'까지 연기변신에 한계가 없었다. 국적, 언어, 시대를 넘나 드는 그의 도전, 그 다음이 궁금했다. 또 할리우드 문을 두드릴까?
"어디서 만드는지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가 잘 해낼 수 있고, 내 의도와 목적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택하는 일 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기대하고 출연한 영화도 있고, 배우로서 자존심을 세우기위해 택한 영화들도 있었다. 그것처럼 그 시기에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뤄낼 수 있는 작품을 택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또 할리우드 영화 출연이 기회가 된다면 평소 동경하던 남자배우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 제프리 러쉬의 완벽한 몰입 연기를 보면서 '알파치노나 로버트 드니로는 어느 정도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과 함께 정말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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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