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찰·토크쇼·요리·여행 등 예능에도 수많은 장르가 있지만 유독 음악 예능에서 관객의 존재가 프로그램의 핵심이 된다. 무대 위 아티스트와의 호흡, 방송의 완성도까지. 음악 예능에서 관객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 아닌 연출 요소로 작용된다. 이에 <더팩트>는 음악 예능에서 관객의 존재가 왜 유독 특별한지와 각 프로그램에서 관객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는지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방송을 완성하는 건 결국 관객이다."
무대 위에서 전해지는 감동은 거대한 무대 장치나 화려한 조명·영상 효과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방청석에서 터져 나오는 관객의 리액션에서 완성된다. 함성과 탄성, 웃음과 박수는 그 자체로 무대의 일부이자 프로그램의 에너지원이다. 이런 무대 뒤편에는 '방청 신청'이라는 첫 관문이 있다.
관객으로서 현장에 서기 위해서는 단순한 신청서 작성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작진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연과 제목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 프로그램마다 세부 요건과 심사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런 기본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것이 '현장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되는 첫걸음이다.
KBS2 '불후의 명곡'과 MBC '복면가왕' 모두 공식 홈페이지에서 방청객 모집을 신청받는다. 이름 나이 주소 연락처뿐만 아니라 동반인 구성과 구체적인 신청 사연을 기재해야 한다. 중복 신청과 당첨이 불가능하다.
모든 사연 내용은 비공개로 처리되지만 게시판에는 각양각색의 관객들이 자신만의 이유를 담아 사연을 남긴 흔적이 가득하다. 방청객 A 씨는 "제목을 임팩트 있게 쓰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하나의 통설처럼 돈다.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첨됐을 때 보면 제목을 재밌게 썼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렇다 보니 실제 방청객 신청 게시판에도 위트와 센스를 담은 제목이 많았다. 예를 들어 "너 AI맞지?" "[속보] 임영웅 앞 3대 리액션 폭발 예고" "예비 며느리의 예쁜짓하기 대소동" "목숨을 나눈 아내에게 드리는 단 한번의 선물" 등이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Mnet 예능프로그램 '라이브 와이어'는 방청 신청 과정부터 남다르다. Mnet Plus 앱에서 신청 후 간단한 심리테스트를 거쳐 유형을 부여받는다. 공연장이 떠나가라 소리치며 즐길 '핵인싸 감성러', 공연을 즐기면서도 모든 걸 분석하는 '핵인싸 팩폭러', 조용히 가수의 무대를 분석하는 '방구석 팩폭러', 음악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떼창하는 이구역 감성왕 '방구석 감상러'까지.
최근 유행하는 MBTI 형식으로 구성된 이 심리테스트를 통해 관람객들은 자신의 음악 유형을 분석하고 또 이에 맞게 프로그램 방청에 들어간다. 다수의 프로그램이 1인 2매 혹은 그 이상을 제공하는 한편 '라이브 와이어'는 1인 1매 제공이 원칙이다.
이와 관련해 '라이브 와이어' 제작진은 "'라이브 와이어'의 관객은 단순히 무대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취향을 매개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주체다. 관객 모집 시 단순 선착순이 아닌 음악 취향 테스트를 통해 같은 취향의 사람들끼리 한 구역에 앉게 한다"며 "덕분에 혼자 왔다가 친구가 돼 나간다는 경험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청권은 1인 1매로 제공되지만 같은 음악 취향의 옆자리 관객과 공연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간다.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함께 공연장을 나서는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방청을 넘어 만남과 연결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라이브 와이어'만의 차별화된 경험이다"라고 덧붙였다.
방청은 프로그램별로 신청 절차와 요건이 다르며 경쟁률도 상당히 높다. 그걸 뚫고 당첨된 관객들은 현장에서 공연을 직접 즐기며 각 프로그램만의 특징을 체감한다. 제작진 또한 관객이 최상의 환경에서 무대를 관람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와 연출에 힘쓴다. 결국 관객과 제작진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 하나의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것이다. <계속>
<관련 기사>
[관객의 힘①] "대본으로는 못 만들어"…음악 예능의 결정적 한 방
[관객의 힘③] 즉석 이벤트→선물 증정…'라이브 와이어'가 준 특별한 하루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