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찰·토크쇼·요리·여행 등 예능에도 수많은 장르가 있지만 유독 음악 예능에서 관객의 존재가 프로그램의 핵심이 된다. 무대 위 아티스트와의 호흡, 방송의 완성도까지. 음악 예능에서 관객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 아닌 연출 요소로 작용된다. 이에 <더팩트>는 음악 예능에서 관객의 존재가 왜 유독 특별한지와 각 프로그램에서 관객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는지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음악 예능에서 관객은 단순히 무대 아래에서 박수를 치는 청중이 아니다. 그들은 무대 위 아티스트의 호흡을 살리고 공연의 온도를 끌어올리며 TV 앞 시청자에게까지 현장의 숨결을 전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관객이 만들어내는 환호와 웃음은 노래의 완급을 좌우하며 녹화와 편집 과정에서도 중요한 연출 재료로 쓰인다. 이는 단순한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을 넘어 보이지 않는 연출팀과도 같다.
이런 관객의 힘을 극대화해 온 대표적인 사례가 MBC '복면가왕'과 KBS2 '불후의 명곡'이다. 두 프로그램은 무대 위 아티스트와 객석의 호흡을 치밀하게 살려 단순히 방청하는 수준을 넘어 무대를 완성하는 핵심 축으로 관객을 자리매김시켰다.
'복면가왕'은 가면 뒤에 신분과 직업을 숨긴 출연자가 오직 목소리로만 승부를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관객은 무대의 흐름과 감정을 오롯이 목소리로 느끼며 함께 반응한다. 녹화 현장에서는 무대를 완전히 둘러싼 관객석이 아티스트를 감싸고 카메라는 객석의 리액션과 따라 부르는 입 모양까지 세밀하게 포착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이 직접 투표에 참여해 결과를 가르고 정체 공개 순간에는 환호와 리액션으로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불후의 명곡' 역시 관객을 심사위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음악 예능이다. 공연 직후 현장에서 즉시 투표를 진행하고 이 점수가 곧 승패를 결정한다. 무대를 바라보는 청중이자 결과를 만드는 판정단 그리고 공연의 흐름을 함께 빚어내는 공동 연출자의 역할까지 관객이 도맡는 셈이다. 이처럼 두 프로그램에서 관객은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무대를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방청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의 취지에 깊이 공감했다. '복면가왕' 방청을 다녀온 A 씨는 <더팩트>에 "방송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가수들의 생생한 성량이 무대를 압도했다. 직접 보니 집중도와 몰입감이 훨씬 높아졌다"고 전했다.
'불후의 명곡' 객석에 앉았던 B 씨 또한 "TV로만 보던 장면을 눈앞에서 경험하니 신선했다. 카메라가 나를 찍는 것도 신기했다"며 "그 후 방송을 다시 볼 때는 내가 카메라에 잡히는지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한 번 다녀오고 나니 계속 가고 싶어서 방청을 신청하게 된다"고 말했다.
'복면가왕' '불후의 명곡' 모두 다녀온 C 씨는 "TV로만 보던 프로그램이라 궁금해서 신청하게 됐다. 막상 가보니 방송에서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니까 되게 신기했고 녹화가 이렇게 진행되는 걸 알게 됐다"며 "녹화 시간이 길긴 했는데 재밌어서 빠져들어서 봤던 것 같다. 집에서 볼 때보다 감동이 배가 된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런 관객의 열기가 잠시 사라졌던 시기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방역 지침이 강화되면서 무관객 촬영이 이어졌고 무대와 객석 사이의 즉각적인 반응이 사라진 것이다.

'복면가왕' MC 김성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무관객 녹화가 장기화될 시기 제작진을 통해 "관객분들이 없는 허전함 때문에 가끔 진행하면서 우울해한 적도 있다. 저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복면가수들이 더 많이 그리워하실 거다. 객석의 뜨거운 기운과 응원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큰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지 너무나도 절실히 느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채워진 객석은 무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제작진은 객석의 환호와 표정, 리액션을 무대 리듬에 맞춰 배치하며 스토리텔링을 완성한다. '복면가왕' 제작진은 "관객들이 많으면 현장 분위기가 좋으니 프로그램에 긍정적이다. 최근에 가왕이었던 '앤틱거울' 양파님이 관객들이 잘 지켜봐 주신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고 말씀해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관객의 환호나 탄성은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 하나의 무대 장치"라며 "이런 현장 반응은 대본으로 연출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음악 예능에서 관객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현장감과 몰입도를 보장하는 핵심 요소다. 코로나19라는 공백기를 거쳐 다시 객석을 채운 사람들은 그저 자리를 채우는 시청자가 아니라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주체로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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