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리메이크인가③] "주요 창작자들이 미처 하지 못하던 것 채워"
  • 정병근 기자
  • 입력: 2025.03.06 10:00 / 수정: 2025.03.06 10:00
유해준 "시대 변하면서 음악 창작 방향도 바뀌어"
나상천 "좋은 노래를 색다르게 소비하게 돼"
유해준 작곡가(왼쪽)와 나상천 꿈의엔진 대표가 리메이크에 대해 각각 주요 창작자들이 미처 하지 못하고 있던 어느 지점의 감성을 리메이크 장르가 채워주는 부분도 있는 거 같다, 좋은 노래를 색다르게 소비하게 됐다고 의견을 말했다. /본인 제공
유해준 작곡가(왼쪽)와 나상천 꿈의엔진 대표가 리메이크에 대해 각각 "주요 창작자들이 미처 하지 못하고 있던 어느 지점의 감성을 리메이크 장르가 채워주는 부분도 있는 거 같다", "좋은 노래를 색다르게 소비하게 됐다"고 의견을 말했다. /본인 제공

지난해부터 시작된 리메이크 열풍이 올해 광풍이 돼 불고 있다. 주로 솔로 가수들에 한정됐던 리메이크는 이제 밴드와 아이돌그룹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선택을 받고 그 대상도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폭넓다. 신곡인 듯 신곡 아닌 신곡 같은 리메이크. 업계 관계자들과 가수의 얘기를 듣고 각광받는 이유를 짚어 봤다.<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리메이크는 어떤 면에서 신곡을 창작하는 것보다 접근성에선 좋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제작자와 원곡자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많은 명곡을 쓴 작곡가 겸 가수 유해준은 "잘 만든 리메이크는 매우 멋진 일"이라면서도 "아무리 잘해봐야 본전도 못 찾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바라봤다.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나상천 꿈의엔진 대표 역시 "명분과 목적성이 정확히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원곡을 어떻게 다르게 살려낼 것인가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원곡자를 꼽으라면 유해준 작곡가를 빼놓을 수 없다. 1997년 박상민의 정규 4집 프로듀싱을 맡아 히트곡 '무기여 잘 있거라'와 '애원'을 탄생시켰고 이후 1998년 남성 듀오 캔을 결성해 자작곡 '천상연'으로 가수 데뷔했다. 이후 다시 곡 작업에만 매진한 그는 수많은 명곡과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리메이크를 한다고 했을 때 그의 곡이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이유고 최근 리메이크된 주요 곡만 해도 '천년의 사랑' '약속' '잘가요' '천상연' '미치게 그리워서' 등이 있다.

많은 리메이크 곡을 접하고 또 자신의 곡이 리메이크되는 걸 여러 번 지켜본 그는 "창작의 한 장르로써 잘 만든 리메이크는 매우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메이크는 무한의 방향으로 재창조가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작을 넘어서는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기도 하고 이는 곧 많은 대중들께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는 게 이유다.

리메이크 열풍에 대해 유해준 작곡가는 "이제 취향이 다양해졌다. 특히 감각적인 음악만 듣던 젊은 음악 팬들이 다양한 장르에 귀를 귀울이는것 같고 트로트를 좋아하는 중장년층도 듣는 취향이 세련돼지면서 감상 폭이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리메이크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며 "또 다른 방향에서 생각하면 시대가 변하면서 음악의 창작 방향도 많이 바뀌었고 주요 창작자들이 미처 하지 못하고 있던 어느 지점의 감성을 리메이크 장르가 채워주는 부분도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는 나상천 꿈의엔진 대표의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2020년 경서의 '밤하늘의 별을(2020)'(양정승 2010년)을 메가 히트시켰고 이후에도 꾸준히 리메이크 곡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청춘의 감성으로 히트곡을 재해석하는 '러브썸 프로젝트'와 M세대의 추억과 Z세대의 트렌드를 결합한 'MZ the X Project'를 진행하면서 리메이크에 좀 더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불어넣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엔 권진아의 '핑계'(김건모 1993년)', 데이브레이크 이원석 '인형의 꿈'(일기예보 1996년) 등이 있다.

나상천 대표는 "리메이크라는 것이 태생이 추억과 향수를 갖고 있다는 게 강한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하기도 하지만 이미 그 시대에 대중적으로 검증을 받았던 곡이니까 새로운 시대에서도 좋아할 확률이 높다. '또 리메이크야?'라는 말도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일부의 의견일 거라고 생각하고 좋은 노래를 색다르게 소비하게 됐고 리메이크가 이젠 발라드 힙합 이런 것처럼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리스너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추억과 신선함을 잡을 수 있는 리메이크 곡도 그들의 플레이리스트 한자리를 꿰차기 시작했고 이제 음악 장르를 구분할 때 당당히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나상천 대표가 생각하는 리메이크의 주요 요소는 뭘까. 그는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일단 그 곡에 잘 어울리는 가수를 매칭하는 것이고 보컬과 악기 배열, 보컬 톤과 느낌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연구한다. 노래를 새롭게 해석하고 보컬에 노래가 담겼을 때 어떻게 표현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고 잘 표현됐을 때 기쁨을 느낀다. 그런 게 제작자로선 리메이크를 대하는 이유이고 보람이자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유해준 작곡가는 "원작과 비교 평가되는 부담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어쩌면 아무리 잘해봐야 본전도 못 찾는, 다시 말해서 정말 잘 만들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어려운 일"이라며 "리메이크할 곡을 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곡에 어울리는 가수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편곡도 훌륭해야 하고 가수가 감동의 노래를 해야 하고 제작사에서 마케팅에 힘써야 하고 신곡이 히트되는 것과 똑같은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리메이크라고 단순하게 접근해선 안 되고 신곡을 창작하는 것만큼의 고민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완성도 높은 리메이크 곡이 탄생하고 리스너들의 선택도 받을 수 있다. 결국 유해준 작곡가의 말처럼 "원곡은 원곡대로 리메이크는 리메이크대로 떠난 여행이고 각자 의미 있는 여정"인 것이다.

나상천 대표는 리메이크가 열풍이라고 특별히 더 제작할 생각은 없다. "명분과 목적성이 정확히 있을 때 한다"는 그는 '밤하늘의 별을'(2020) 때부터 확실한 방향성이 있었다. 그는 2010년 양정승의 '밤하늘의 별을..'(With KCM & 노누)이 나왔을 때 이 곡 기획 및 마케팅을 했다. 당시 그는 "언젠가 이 곡을 꼭 리메이크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 다짐을 10년 만에 이뤘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미 세 명이 부른 곡을 여가수 혼자 부르는 곡으로 해야겠다고 기획했던 것을 실행에 옮겼고 메가 히트를 이끌어냈다.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에 음악을 제공하던 뮤직시티에서 BGM 차트를 분석 마케팅하고 드림티엔터테인먼트에서 에이엔알(A&R)을 담당해 걸그룹 걸스데이의 성공에 일조 또그 외에도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쌓인 경험이 그에게 가장 큰 자산이다.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이력이고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자신의 노하우를 가장 잘 살린 일이기도 하다. 그는 리메이크 외에도 여러 곡들을 제작해 왔고 앞으로도 우직하게 명분 있는 리메이크와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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