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브 이터니티 메이브 등 버추얼 아이돌 인기
같은 듯 다른 버추얼 아이돌, 결국 추구하는 건 소통
메이브 플레이브 이터니티 이세계아이돌(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등 버추얼 아이돌이 최근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플레이브와 이터니티는 오프라인 공연까지 성황리에 마쳐 화제를 모았다. /각 소속사 |
버추얼(가상) 아이돌이 활동 영역에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깨고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여전히 손에 닿을 순 없지만 공연장에서 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태생적으로 가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존재하지만 그 경계선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팬들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 버추얼 아이돌 대체 뭐길래.<편집자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여러 버추얼 아이돌이 등장했지만 가장 화제를 모았던 건 오히려 2021년 한 광고에 출연해 주목 받았던 버추얼 모델 로지다. 그러나 그 인기는 금방 시들해졌다. 그리고 올해 다시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버추얼 아이돌이 음원차트에 진입하고 음반은 수십만 장이 팔리고 오프라인 공연장에서 수많은 관객들을 열광케한 것.
앞서 4인조 버추얼 걸그룹 메이브(MAVE:)가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시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오프라인으로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니 쉽게 와닿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5인조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의 대규모 K팝 공연 무대와 11인조 걸그룹 이터니티(IITERNITI)의 단독콘서트를 보면 그 열기가 기존의 가수 못지 않다.
버추얼 아이돌은 가상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생성 방식은 다르다. 실제 사람의 본체와 목소리가 있고 여기에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입히는 것이 아직까지는 일반적이고, AI로 형태와 목소리를 구현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모션 캡처, 페이스 체인지, 생성형 인공지능 등 수많은 기술을 집약해 버추얼 아이돌이 태어난다.
개발자 입장에서야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가 중요하겠지만 수요자 입장에선 일일이 알기 어렵다. 로지가 그랬던 것처럼 실제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현해낸 결과물에 호기심을 갖기도 하지만 누가 봐도 실제 사람과는 차이가 있는 버추얼 아이돌에 마음을 뺏기기도 한다. 팬들은 가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열광한다.
버추얼 아이돌도 꾸준히 곡을 발표하기에 음악도 중요한 요소지만 가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주는 건 감성이다. 기술력도 사실 그 감성이 팬들에게 닿기 위해 필요하다.
블래스트에서 제작한 5인조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는 완성도 높은 음악을 비롯해 실시간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자체 제작 콘텐츠로 소통하며 팬들과 교감하고 있다. 사진은 라이브 영상 모습. /영상 캡처 |
실제 사람과 얼마나 싱크로율이 높은가보다 감성이 중요하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플레이브다. 플레이브는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처럼 멤버들의 비주얼을 생성했다. 그래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버추얼 아이돌이라 불린다. 멤버들이 말을 할 때 입모양조차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플레이브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플레이브를 탄생시킨 블래스트 관계자는 <더팩트>에 "세계적으로 핫한 K컬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한국형 웹툰이다. 한국의 웹툰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고 K팝과 K웹툰이 결합되면 매우 파괴력 있는 IP가 되리라 예상했다. 실사와 얼마나 비슷한가는 기획 단계에서 주안점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엔터 기획사와 마찬가지로 가수로서 가창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멤버들을 선발했다. 예준, 노아, 은호 세 명의 작곡 가능한 멤버가 직접 작, 편곡을 하고 있다"며 "멤버들의 음악을 향한 진정성이 팬 여러분들에게 전해져서 과분한 인기를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플레이브는 다양한 콘텐츠와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꾸준히 소통을 하고 그 과정에서 각 멤버들의 작은 습관들까지도 개성으로 표현돼 확실한 캐릭터가 구축됐다. "멤버들이 편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본인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에 중점"을 둔 결과로 플레이브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약 49만 명이다.
펄스나인에서 제작한 11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터니티는 처음부터 활동을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팀이다. 최근 다양한 형태로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시작했다. /펄스나인 |
플레이브가 시작부터 감성으로 다가갔다면 이터니티는 그 반대 지점에 있다. 이터너티의 소속사인 펄스나인은 기술을 기반으로 지능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버추얼 휴먼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터니티는 처음부터 활동을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 기술 개발 과정에서 탄생한 팀인 셈이다.
이터니티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펄스나인은 Mnet '프로듀스 101'에서 착안해 미소년 미소녀 각각 101명씩을 생성해 온라인상에서 이상형 월드컵을 했고 가장 인기가 많은 11명씩을 선발했다. 아이돌을 만들 목적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여러 조언과 권유에 곡을 취입하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해 공개한 걸그룹 11명이 이터니티의 시작이다.
실제 사람과 거의 흡사한 멤버들로 구성된 이터니티 역시 여러 자체 제작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적극적인 소통보다 이터니티를 소개하는 단계다.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는 "곡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긴 했지만 검증하는 단계였고 아직 데뷔도 안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팀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겠지만 이터니티도 궁극적으로는 팬들과 소통을 하는 형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최근 콘서트가 제대로 된 활동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버추얼 아이돌②] 제약 있지만 한계 없다…런던엔 전용 공연장도
[버추얼 아이돌③]이터니티 "대표님~비주얼은 좋은데 인간미 더 채워줘요!"
[버추얼 아이돌④]플레이브 "공연 중 하늘도 날아…오류 생길 땐 아찔"
kafka@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