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브, 오프라인 공연서 '떼창' 끌어내
이터니티, 콘서트서 압도적 현장감 선사
활동 영역 점차 확대, "이제 태동기"
이터니티는 최근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아이벡스 스튜디오의 메인 공간인 하이퍼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당장이라도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압도적인 현장감을 선사했다. /펄스나인 |
버추얼(가상) 아이돌이 활동 영역에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깨고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여전히 손에 닿을 순 없지만 공연장에서 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태생적으로 가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존재하지만 그 경계선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팬들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다. 버추얼 아이돌 대체 뭐길래.<편집자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버추얼 아이돌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실존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팬덤 확장에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기술력이 발전함에 따라 버추얼 아이돌의 모션이 춤을 출 때조차도 자연스러워졌지만 오프라인상에서 팬들과 교감할 수 없다는 건 분명 한계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확장성과 가능성을 갖췄다.
팬들과의 유대감에 초점을 맞추며 데뷔와 동시에 급성장하고 있는 플레이브(PLAVE)는 지난달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MBC '아이돌 라디오 콘서트'에 출연했다. 당연히 무대에 직접 선 것이 아니라 스크린에 등장했지만 수많은 관객들이 이들의 노래에 맞춰 '떼창'을 하고 응원 구호를 외쳤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이터니티(IITERNITI)는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아이벡스 스튜디오의 메인 공간인 하이퍼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AI 싱잉보이스와 3D 모션캡처를 적극 활용한 이번 공연은 당장이라도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압도적인 현장감을 선사했다.
플레이브와 이터니티는 태생은 다르지만 결국 추구하는 건 팬들과 교감이고 이번 두 공연은 버추얼 아이돌이 오프라인 부재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플레이브는 지난달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돌 라디오 콘서트' 무대에 공연을 했는데 당시 팬들은 '떼창'과 응원구호까지 열창하며 환호했다. /MBC |
플레이브를 제작하는 블래스트 관계자는 "항상 모니터를 통해서만 소통하다가 실제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뭉클했고 플리(팬덤명)도 본인이 아닌 다른 플리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벅차하셨던 것 같다. 앞으로 직접 공연을 통해 팬 여러분과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는 대형 공연장을 가보면 무대 위 가수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 그들을 비추는 대형 스크린 속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된다. 그럼에도 공연장을 찾는 건 음악을 비롯해 현장의 분위기를 즐기며 그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버추얼 아이돌의 오프라인 공연도 관객들이 즐기는 데 있어서 문제가 없다. 오히려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다른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일례로 영국 런던엔 스웨덴 출신의 전설적인 그룹 아바의 디지털 버추얼 콘서트를 1년 내내 관람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아바 아레나' 전용 극장이 세워졌다.
이터니티 제작사 펄스나인의 박지은 대표는 "오프라인 공연 시장도 좁다고 보지 않는다. 영국 런던엔 전용 공연장도 있다. 일반 공연장과 다르다. 팝스타 아바의 디지털 공연을 보러 갔는데 매일 하는 데다가 제가 보러 간 날이 월요일이었는데도 2000석이 꽉 찼더라. 그걸 보면서 버추얼 아이돌도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최근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K팝 가수들이 수많은 투어를 하지만 강행군을 해도 1년에 수십 회에 그친다. 그러나 아바의 경우처럼 버추얼 콘서트라면 1년 내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 티켓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분명 제약은 있지만 한계를 규정하기 어렵다.
플레이브는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공개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케플러 샤오팅과 댄스 챌린지를 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영상 캡처 |
블래스트 관계자는 "버추얼 아이돌이기 때문에 여러 제약들도 있고 반대로 가능한 활동도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이 제한된다는 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지만 인터넷만 연결되는 곳이라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우리의 최대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은 대표는 "공연을 해보니 발전할 부분이 많다. 촘촘하게 LED 스크린이 있는 곳을 찾아서 공연을 해도 긴 무대를 보여주면 실감을 떨어트릴 수 있으니까 화려한 디스플레이 외에도 어떻게 하면 무대를 더 채울 수 있을까, 무대에 직접 설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줄까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요한 게 다시 돌아가서 팬과 교감하는 '감성'이고 이를 완성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사고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고 이는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중요한 요소다. 박 대표가 "이제 태동기고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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