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후폭풍④]"거긴 살맛 나지? 여긴 죽을 맛"…지방 집값 울상
  • 이중삼 기자
  • 입력: 2025.03.27 00:00 / 수정: 2025.03.27 00:00
수도권·비수도권 부동산 양극화 두드러져
정부, '미분양 위험선' 판단 6만2000가구 넘은지 오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 격차는 앞으로도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 격차는 앞으로도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얘기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수도권·비수도권 '투트랙 전략'을 추진 중이지만, 녹록지 않다. 서울·수도권은 규제로 묶어 집값 과열 현상을 막고, 비수도권은 풀어 시장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정부. 그러나 의도한 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값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 전문가들은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5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열람'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집값은 전년 대비 각각 7.86%·3.16%·2.51% 올랐다. 반면 세종(3.28%)·대구(2.90%)·광주(2.06%)·부산(1.66%) 등 비수도권은 내렸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공동주택(아파트 등)의 공식적인 시가다.

아파트 매매가격동향도 같은 흐름을 나타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수도권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반면 비수도권은 0.04% 내렸다. 5대광역시(0.05%)·8개도(0.02%) 모두 하락했다.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분양 주택'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25년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다. 전월(7만173가구) 대비 3.5%(2451가구) 늘었다. 정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뛰어 넘은지 오래다.

미분양 주택 상당수는 비수도권에 있다. 수도권은 1만9748가구인 반면, 비수도권은 5만2876가구에 달한다. 전체의 약 73%를 차지한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비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전국 2만2872가구 중 1만8426가구가 비수도권에 있다.

정부가 최근 비수도권 악성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3000가구를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1만8426가구의 16.2%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미분양 CR리츠·준공 전 미분양 PF보증지원 등 여러 지원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신규 택지 공급을 지역별 미분양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비수도권) 주택 수요를 늘리려면 일자리와 산업 유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 확대도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사업장의 경우,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정부가 유동성을 지원하는 'PF 리파이낸싱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비수도권에서 미분양 주택이 계속 쌓이고 있다. 해당 주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집값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시스
비수도권에서 미분양 주택이 계속 쌓이고 있다. 해당 주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집값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시스

◆ 올해 수도권 집값 더 오른다…비수도권은 내려

집값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공급물량 감소로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인 반면, 비수도권은 같은 이유라도 가격 상승을 막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5년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비수도권 집값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과거 대비 높은 가격·미분양 아파트 증가·건설업 불황 등을 이유로 꼽았다.

보고서는 "주택시장 양극화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미분양 아파트가 여전히 많은 비수도권은 공급물량 감소에도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초기분양률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5개광역시·기타지방의 평균 초기 분양률은 수도권에 비해 상당히 낮다. 특히 기타지방은 50%에도 미치지 못해 아파트 분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비수도권의 주택시장 침체는 건설사 부실에 대한 우려와도 맞물려 있다"며 "비수도권의 경우 중소형 건설사의 공급이 많아 주택 경기 위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올해 주택시장 변수로 오는 7월 도입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제도, 3기 신도시 등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정부 정책은 늘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 왔지만, 올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영향으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집값이 크게 뛰었다. 놀란 시는 35일 만에 해당 지역을 비롯해 용산구 전체 아파트까지 확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후 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마포·성동구 등 인근 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양 수석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범위 확대는 인근 지역 투자수요 유입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실수요자의 서울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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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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