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후폭풍②] "여긴 집값 안 올랐는데"…분노에 빠진 非잠실 송파
  • 공미나 기자
  • 입력: 2025.03.25 13:24 / 수정: 2025.03.25 13:24
구 단위 일괄 규제에 2200개 단지·40만 가구 영향권
일부 단지, 집값 하향 조정 속 규제로 묶여 억울함 토로
강남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집값 급등과 관계 없던 단지도 함께 규제 지역으로 묶이게 됐다. /공미나 기자
강남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집값 급등과 관계 없던 단지도 함께 규제 지역으로 묶이게 됐다. /공미나 기자

[더팩트 | 공미나 기자] "같은 송파구라도 여기는 잠실이랑 분위기가 다른데 갑자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함께 묶이니 당혹스럽죠."(송파구 마천동 주민 A씨)

정부와 서울시가 24일부터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모든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재지정하며 2200개 아파트 단지, 40만 가구가 영향을 받게 됐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605.24㎢)의 27%에 해당한다. 이번 확대 재지정으로 상대적으로 외곽에 있어서 집값 상승의 수혜를 덜 받은 곳도 규제를 적용받게 되며 곳곳에서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개발 예정지의 투기 방지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1978년 제도 도입 이후 특정 구역이나 동(洞) 단위가 아닌 구(區) 단위로 광범위하게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자치구 내에서도 동과 아파트 단지 간 가격 차이가 큰데,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개발 호재가 없거나 투기 우려도 적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까지 규제 대상이 됐다.

송파구 내 비(非) 잠실권은 불만이 크다. 같은 강남3구로 묶이더라도 집값 급등 현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송파구 마천동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같은 송파구라도 변두리에 있는 곳은 집값도 안 오르다가 같이 묶였다"며 "옆 동네인 강동구 일부 아파트 단지가 되레 집값이 많이 올렸는데 오히려 여기가 규제 대상이 돼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장지동은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복정동, 하남시 학암동 등과 함께 위례신도시를 이루고 있다. 길 왼쪽은 경기 하남시 학암동, 오른쪽은 송파구 장지동이다. /공미나 기자
송파구 장지동은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복정동, 하남시 학암동 등과 함께 위례신도시를 이루고 있다. 길 왼쪽은 경기 하남시 학암동, 오른쪽은 송파구 장지동이다. /공미나 기자

위례신도시 내 송파구 장지동은 최근 집값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중에도 토허제 대상에 포함됐다. '힐스테이트송파위례' 전용면적 101㎡는 지난달 16억3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 17억8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내린 것이다. '송파꿈에그린위례24단지' 전용면적 75㎡도 지난달 14억6000만원에 거래, 직전 거래인 지난해 9월(14억9800만원) 보다 3800만원 떨어졌다. 특히 장지동은 겨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복정동, 경기 하남시 학암동 등과 함께 위례신도시를 이루고 있으나, 행정구역상 송파구라는 이유로 이곳만 토허제로 묶인 것이다.

장지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는 "이번 토허제는 제대로된 검토 없이 갑작스럽게 시행된 것 같다"며 "투기 과열 지구를 묶어야지 최근 집값 변동이 크게 없는 지역까지 규제로 묶어서 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이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꼼꼼히 살펴보고 단지 단위로 지정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는 규제를 해야하고, 하락할 때는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정부가 그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mnm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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