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후폭풍①] "주민들 멘붕"…한숨 내쉬는 강남3구·용산
  • 공미나 기자
  • 입력: 2025.03.24 13:29 / 수정: 2025.03.24 13:29
집주인들 발 동동…아파트값 호가 많게는 5억↓
갈아타기 시도하려던 실수요자들도 혼란
정부가 35일 만에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부활을 결정하며 규제 지역으로 묶인 강남3구와 용산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사진은 잠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 /공미나 기자
정부가 35일 만에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부활을 결정하며 규제 지역으로 묶인 강남3구와 용산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사진은 잠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 /공미나 기자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서울시와 정부가 약 한 달 만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부활시키며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매도인, 매수인, 공인중개업소 모두 오락가락 행정에 한숨만 내쉬는 분위기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토허제 해제를 발표한 뒤 35일 만이다. 이번 규제는 24일부터 새로 계약하는 매매 건에 적용된다. 지정 기간은 6개월로 올해 9월 30일까지로 예정돼 있으며 서울시와 정부는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월 "재산권 행사를 막는 토허제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연초부터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였다.

규제가 풀리고 지난 한 달간 강남3구 집값은 꾸준히 오르며 서울 전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토허제 재지정 직전인 3월 셋째 주(3월 17일 기준)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아파트 가격은 각각 0.83%, 0.79%, 0.69% 오르며 2018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용산구도 0.34% 올랐다.

그러나 토허제 재지정 소식이 전해지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아파트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며 전세를 안고 급히 집을 팔아야 했던 집주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부활하며 해당 지역에는 호가를 낮춘 매물이 여럿 등장했다. /공미나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부활하며 해당 지역에는 호가를 낮춘 매물이 여럿 등장했다. /공미나 기자

때문에 현장에선 호가를 낮춘 매물이 속속 등장했다. 송파구 잠실동 대표 아파트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84㎡(이하 전용면적)는 토허제가 해제된 후 한 때 호가가 32억원까지 올랐으나 며칠 사이 1억~2억원 이상 낮춘 매물들이 나왔다. 지난 주말 사이 거래된 매물은 대부분 28억~29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는 전언이다. 이번에 새롭게 규제 지역으로 묶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84㎡의 한 집주인은 호가를 기존보다 5억원 내려 55억원에 내놨다.

잠실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A씨는 "잠실 리센츠 84㎡는 31억에 올린 매물을 지난 20일 2억 낮춰 29억원으로 가격을 조정한 사례도 있다"며 "집이 팔리지 않을까봐 급히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매수 문의도 뚝 끊겼다. 용산구 한강로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는 "조금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나 했더니 바로 토허제로 묶였다"며 "몇일 만에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C씨도 "매수자들이 토허제 지정 소식 이후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는지 매수를 보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규제 지역 안에서 갈아타기를 하려던 실수요자의 혼란도 크다. 기존 주택을 처분한 돈으로 새로 매입하는 주택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토허제 재지정으로 거래가 위축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이번 토허제 재지정이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잠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D는 "토허제를 풀면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거고 이를 예상해야 했는데 성급한 결정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더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mnm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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