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버스노조·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 노조 관계자 인터뷰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이 지난달 말 서울 용산구 서울시내버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 하는 모습. /최의종 기자 |
기대수명 82.7세,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 만 60세 정년퇴직 이후에도 해당 세대 대부분이 일을 해야만 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부도 2020년 1월 1일부터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계속고용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 계속고용이 '필수'가 되어가는 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더팩트>가 계속고용의 현재와 내일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황준익·최의종 기자] "버스를 꼭 타야 하는 분이 있다. 지하철역 근처에 집이 있으면 지하철을 바로 타면 되지만, 역에서 먼 곳에 사는 분들은 버스를 반드시 타야 한다. 새벽에 버스는 타는 분들은 주로 청소 노동자나 건설 노동자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유재호 사무부처장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는 의식주가 아닌 의식주'행'이라고 말했다. 옷과 음식, 집뿐만 아니라 이동도 인간 생활의 기본요소라는 이야기다. 그는 '버스'가 서민들의 중요한 이동 수단이라고 했다.
자율주행 버스까지 다니기 시작한 서울시 버스를 바라보는 기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서울시 버스 기사는 업계 관행상 퇴직한 뒤 촉탁직으로 몇 년 더 근무하는 일이 잦다. 정년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61세로 연장된 뒤, 현재는 63세까지 늘어난 상태다.
버스 기사들이 퇴직 후 재고용되거나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이유는 일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층 유입 자체가 드물고 숙련된 운전 실력을 갖춘 인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제 노조 구성원 연령대를 보면 20~30대는 3~4%에 불과하다.
통상 서울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기사가 되려면 2년가량의 마을버스 운전 경력이 있어야 한다. 유 부처장은 2년 마을버스 운전 경력 등을 충족하면서 서울 시내버스를 몰려는 청년층이 많지 않다고 했다.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보낸 일부 청년층을 빼면 드물다는 설명이다.
자연스레 업체들도 퇴직자를 촉탁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생기고, 정년 연장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시 버스 기사 1년 차 연봉은 상여금을 제외하면 4800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퇴직 후 촉탁직으로 근무하면 4600만원으로 줄어든다.
한국노총 회원들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국회입법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기사들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유 부처장은 "(정년 퇴직 후 재고용된 이들은) 똑같은 일을 하거나 오히려 더 힘든 노선을 운행하는데 급여는 줄어든다"며 "정년 퇴직한다고 곧바로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고령 운전자 사고가 다소 논란이 되고 있으나 버스 기사는 예외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실제 버스 운전에서는 고령 운전자 사고가 많지 않다. 자격 유지 검사나 신체 능력 등을 점검하기 때문"이라며 "버스 사고는 청년 견습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시가 구인난을 이유로 가사 관리사에 이어 버스 기사에까지 외국인 채용을 넓히는 방안도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는 "버스 운행은 감정 노동이자, 필수 노동이다. 사고가 나면 구속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분이 많다"며 "외국인은 그런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버스 기사로 일하다가, 정년 퇴직한 이들의 노후 생활은 제각각이다. 자녀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노후를 보내거나, 개인 택시를 구매해 일한다고 한다. 유 부처장은 퇴직하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기사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노인 빈곤율은 2021년 기준 39.3%다. 빈곤율은 중위소득 50%(빈곤선) 이하 인구 비율이다. 회원국 중에서 압도적인 수치다. 유럽은 10% 내외, 미국은 22.8% 수준이다.
유 부처장은 "정부가 정년을 연장하기는 싫고 연금 수령 시작 시기 공백 기간에 대한 해결 목소리는 크니 재고용을 기업에 부담으로 전가하려는 것 같다"며 "연금 수령 시기와 정년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기업은 고용보장기금 등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니인터뷰]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A 노조위원장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A사 노조위원장은 "국민연금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60세라는 틀에 갇혀서 지급 시기가 안 맞으니 시니어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년 연장을 촉구했다. |
"정년 연장 이후 직원 만족도 높다"
충청남도에 위치한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지난해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2세로 연장했다. 이 회사는 취업 규칙에 정년 후 3년 동안 촉탁직으로 근로 연장이 가능했지만,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정년을 2년 연장하고 추가로 1년간 촉탁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이후 직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아래는 익명 인터뷰를 요청한 A사 B 노조위원장과의 주요 질의응답이다.
Q. 정년 연장 이후 직원들의 만족도는?
A.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다. 특히 60세까지 기준으로 퇴직금을 정산하고 이후 2년 치 퇴직금을 따로 정산해 두 개를 합쳐 지급한다. 정년 이후 촉탁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Q. 정년 이후 촉탁직 고용과 정년 2년 연장의 차이는 무엇인가?
A. 회사에선 촉탁직으로 고용하면 되는데 왜 정년을 연장하려고 하느냐며 반대했었다. (취업규칙에 정년 후 3년 동안 촉탁으로 연장 가능)하지만 촉탁직은 회사에서 정리하기 쉬운 대상이다. 일감이 많을 땐 상관없지만 없으면 바로 해고한다. 그래서 보통 6개월 계약하고 이후 일이 없으면 내보낸다. 하지만 정년 연장 후 2년 동안 고용이 보장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또 조합원 신분이 유지되기 때문에 임금협상 타결금도 받을 수 있다.
촉탁직은 조합원이 아니다. 회사가 촉탁직을 쓰는 이유는 급여도 낮출 수 있고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년퇴직 후 동종의 업무를 수행하거나 종전의 업무를 동일하게 수행함에도 낮은 급여를 주는 건 불법이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여전히 촉탁직을 선호한다.
Q. 회사가 정년 연장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가장 큰 원인은 호봉제다. 급여가 직무가 아니라 호봉, 즉 근속 연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업장은 직무에 따라 ABCD 등급으로 나눠 시급을 달리했다. 기능이 좋은 A등급 직원들은 연차에 상관없이 BCD 등급보다 시급이 높다. 호봉제에 대한 부담이 없어 회사와 정년 연장에 합의할 수 있었다.
Q. 정년 연장이 노동시장에 안착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A. 우선 국가가 정년을 늘려 법제화를 해야 한다. 특히 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나이는 만 63세다. 정년은 60세다. 3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60세라는 틀에 갇혀서 지급 시기가 안 맞으니 시니어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초연금도 65세 때 받는다. 우리나라에는 노조 없는 회사가 더 많다. 법제화를 하지 않으면 어느 회사가 하겠나. 촉탁은 답이 아니다. 이른 시일 내에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기술이 없고 노후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은 어디로 가겠나. 아마 70% 이상은 거리로 내몰리지 않을까 한다. 이들에 대한 보호 제도를 국가가 찾아야 한다. 물론 정년 연장을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한다. 국가가 나서서 법제화를 해야 회사도 꿈쩍 못한다. 최소한 정년을 연금 개시 시점이랑 맞춰야 한다.
☞⑦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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