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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고용 시대④] '고임금·저생산성'…기업이 생각하는 걸림돌
입력: 2024.12.16 00:00 / 수정: 2024.12.16 00:00

임금피크제 등으로 비용 줄여도 '부담'…청년 고용 '부작용'
생산성 저하 우려…재고용·취업 교육과 정부 지원 확대 필요


기업들은 계속고용 제도 도입과 관련해 임금 부담과 생산성 저하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팩트 DB
기업들은 계속고용 제도 도입과 관련해 임금 부담과 생산성 저하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팩트 DB

기대수명 82.7세,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 만 60세 정년퇴직 이후에도 해당 세대 대부분이 일을 해야만 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부도 2020년 1월 1일부터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계속고용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 계속고용이 '필수'가 되어가는 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더팩트>가 계속고용의 현재와 내일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기업들이 계속고용 제도 도입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임금 부담이다. 연차가 높을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현재 정년 제도상 임금피크제 등으로 비용을 줄이더라도 부담이 커 청년 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금 정책을 강화하고 고령 근로자에 대한 재고용, 재취업에 대한 정책과 교육을 강화해 기업과 근로자 양측 모두에게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구조를 성과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초봉 대비 30년 차 이상 임금 4.24배 높아…생산성은 오히려 '감소'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이철인 연구원이 올해 10월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한 임금체계별 사회적 비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속 1년 미만의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은 1887만원이며 15~19년은 6284만원, 20~29년은 7617만원, 30년 이상은 8284만원으로 집계됐다. 근속 1년 미만에 비해 근속 15~19년과 20~29년, 30년 이상의 임금은 각각 3.27배, 3.97배, 4.24배 더 높다.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고령 노동자의 고임금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60~64세 추가 고용에 15조862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직접비용) 14조3875억원과 4대 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간접비용 1조4752억원을 합친 숫자다.

한국경제인협회의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인식 조사' 보고서를 봐도 기업 10곳 중 7곳(67.8%)은 정년 연장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 정년 연장이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32.2%)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계속고용을 통한 고령 근로자의 숫자가 늘어나면 청년 근로자의 고용이 감소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 대상이 1명 증가할 때 기업에서 평균 0.2명의 청년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체 규모가 크고 고용 보호가 상대적으로 강한 기업에서 청년 고용에 더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분석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노동경제학회에 제출한 '60세 정년 입법에 따른 사업체 비용 및 고용의 변화와 임금피크제의 효과'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된 후 2017~2019년 전일제 일자리 기준으로 56~60세 장년층 고용이 1명 증가할 경우, 23~27세 청년 일자리가 적게는 0.29개에서 많게는 1.14개까지 줄어들었다.

실제 한 기업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정년을 넘어가면 계속 고연봉자 인원이 늘어나는 것이기에 회사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계속 부담이 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 근로자의 확대로 인한 생산성 감소에 대한 우려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건강, 경험, 인지능력 등의 영향으로 40대에 노동생산성 최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근로자의 생산성은 40대 근로자의 약 70.3%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존 정년 근무자들의 반발도 무시하지 못할 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사실 정년에 가까울수록 자녀 학비, 노후 준비 등 필요한 비용이 더 많아지는데,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근무시간 축소 등으로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실제 우리 회사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검토했다가 직원들의 반대로 적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근로자의 재취업과 재고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화오션의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특수 차량 트랜스포터 주행 실습 모습. /한화오션
고령층 근로자의 재취업과 재고용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화오션의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특수 차량 '트랜스포터' 주행 실습 모습. /한화오션

◆직무·성과 따른 임금상승으로 개편…평생직업 위한 교육·기술 확대 필요

임금과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금체계 개편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 확대, 재고용과 재취업에 대한 교육 확산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 성과와 책임에 따라 책정하는 직무급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단순히 연차가 쌓일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저연차라도 성과가 높으면 고연봉을 주고, 고연차라도 성과가 낮으면 낮은 연봉을 받는 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KDI 연구위원의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에서는 연공서열 정년직 중심의 한국과 성과에 따른 임금을 책정하는 미국의 노동환경 차이를 비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의 경우 60대와 70대 남성 임금근로자 중위 근속연수는 각각 2.7년, 2.3년이지만 미국은 9년과 11년으로 훨씬 오랫동안 일을 한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고용보호가 매우 약한 편인데도 우리나라보다 생애주기적 근속연수가 길게 확보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개별 근로자에게 생산성 평가에 기초한 임금을 지급하기에 해고의 유인 자체가 작기 때문"이라며 "설령 경영상 위기로 인해 해고를 진행하더라도, 일시해고(temporary layoff)나 재고용(recall) 등을 통해 경영 상황이 개선된 이후 고용관계를 다시 이어가는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위원은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상승이 이루어지도록 공기업·산업 단위의 노사정 협의를 통한 직무 분석·평가·(재)설계·보상의 인프라 구축과 민간 기업으로의 확산 등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과 미국의 연령별 중위 근속연수를 비교한 그래프. 고용 보호 제도가 약한 미국이 오히려 60대 이상 연령대의 근속연수가 훨씬 길게 확보되고 있다. /KDI
한국과 미국의 연령별 중위 근속연수를 비교한 그래프. 고용 보호 제도가 약한 미국이 오히려 60대 이상 연령대의 근속연수가 훨씬 길게 확보되고 있다. /KDI

고령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재교육과 평생교육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는 제언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고령층 일자리의 재발견: 고령층의 노동력 공급과 생산성 향상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는 고령 근로자 취업 확대를 위해 40대 후반 이상의 은퇴 및 은퇴 예정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평생직장보다 평생직업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은퇴 후를 대비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 제공해 재취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 교육을 통해 길러진 고연령·고숙련 전문가들을 육성해 퇴직 후에도 중점기술연구 교수, 교육 훈련 콘텐츠 제작 등 다시 교육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해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육체적 부담이 큰 업무는 로봇이,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은 AI의 지원을 받아 고령 근로자의 신체적 한계를 보완하고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공공 고용과 같은 사회적 일자리 확대, 고용장려금 지원과 세제 혜택과 같은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씩 분기별로 90만원을, 최대 3년간 총 108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워낙 영세한 업체라 계속고용 관련해 지원 제도를 활용하지 않으면 정년 연장을 할 수가 없다"면서 "추가적으로 세제 혜택이나 지원이 늘어나면 정년 연장 인원을 늘릴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고령 근로자와 관련한 맞춤형 고용 형태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다. 청년에 비해 피로도가 빨리 쌓이는 고령 근로자들을 위해 파트타임·시간제 근로를 활성화하고, 고령 근로자의 풍부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정 프로젝트에 맞춰 재고용 하는 방식의 채용 등이 제시된다.

재계 관계자는 "파트타임과 같은 유연근무제의 경우 기업 비용 부담은 줄이고, 근로자의 경우 업무 피로도를 줄일 수 있게 된다"면서 "일정 프로젝트에 맞춰 고령 근로자를 채용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필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고령 근로자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고임금을 받을 수 있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⑤편에서 계속

[관련기사]

[계속고용 시대ⓛ] 정년 이후 근무, '선택' 아닌 '필수'

[계속고용 시대②] 선진국의 정년 이후 고용 현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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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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