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보다 더 뼈아픈 ‘침묵’...심판의 권위는 휘슬에 있지 않다 [박순규의 창]
  • 박순규 기자
  • 입력: 2026.08.05 08:21 / 수정: 2026.08.05 08:21
수원삼성 승점 3 기회 앗아간 PK 누락…VAR 판단 과정도 팬에게 설명해야
심판의 권위는 휘슬이 아니라 소통에서 나온다
1일 K리그2 충북청주전 종료직전 터진 외국인선수 두비츠카스의 역전결승골이 공격자파울 판정과 함께 취소돼 2-2로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수원삼성 이정효 감독이 실망한 듯 고객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청주=K리그
1일 K리그2 충북청주전 종료직전 터진 외국인선수 두비츠카스의 역전결승골이 공격자파울 판정과 함께 취소돼 2-2로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수원삼성 이정효 감독이 실망한 듯 고객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청주=K리그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심판의 휘슬 한 번은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때로는 한 시즌의 운명까지 좌우한다. 그렇기에 심판에게는 경기장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 권한은 강압적인 태도나 침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판정과 일관된 기준, 그리고 선수와 팬을 납득시키는 책임 있는 설명에서 비로소 권위가 생긴다.

대한축구협회 심판평가협의체는 지난 1일 열린 충북청주FC-수원 삼성전에서 후반 11분 수원 헤이스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얼굴을 가격당한 장면을 ‘명백한 오심’으로 4일 인정했다. 충북청주 김선민의 팔 사용은 볼을 향한 자연스러운 동작이 아니라 상대 선수에게 가해진 무모한 행위였으며, 수원에 페널티킥을 주고 김선민에게 경고를 부과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협회가 잘못을 숨기지 않고 공개 사과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오심 인정이 사라진 기회까지 되돌려주지는 못한다. 페널티킥이 반드시 득점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원이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를 잃은 것은 분명하다. 경기 결과는 이미 확정됐고 선수단과 팬들에게 남겨진 상처 역시 사후 브리핑 한 장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논란이 더 커진 대목은 후반 추가시간 두비츠카스의 헤더 득점 취소 장면이었다. 주심은 득점 직전 두비츠카스가 상대 수비수를 밀었다고 판단해 공격자 반칙을 선언했다. VAR도 영상을 확인했지만 주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명백하고 확실한 오류’가 없다고 보고 온필드리뷰를 권고하지 않았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VAR 확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득점 장면은 VAR의 확인 대상이며, VAR이 주심과 같은 의견을 냈기 때문에 온필드리뷰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축구 경기규칙상 온필드리뷰는 판정에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의무적으로 하는 절차가 아니다. 주심의 최초 판단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VAR이 판단할 때 권고하는 절차다. 최종 결정권 역시 주심에게 있다.

그렇다고 절차상 정심이라는 설명만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규정에 맞는 판정과 팬이 납득하는 판정은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K리그도 이미 VAR 판정에 대한 주심의 장내 설명제인 ‘VAR PA(VAR Public Announcement)’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2025년부터 주심이 온필드리뷰를 마친 뒤 무선 마이크를 통해 최종 판정과 이유를 경기장 관중에게 직접 설명하기 시작했다. 판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수와 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바로 그 제도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VAR이 영상을 확인했지만 온필드리뷰를 권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심의 장내 설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관중에게 보인 것은 두비츠카스의 헤더가 골망을 흔든 뒤 득점이 취소되고 곧바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장면뿐이었다. VAR이 실제로 장면을 확인했는지, 어떤 접촉을 공격자 반칙으로 판단했는지, 왜 온필드리뷰가 필요하지 않았는지 현장에서는 알기 어려웠다.

현행 판정 설명제가 온필드리뷰 이후의 최종 결정만 설명한다면, ‘VAR 체크는 했지만 리뷰는 하지 않은 장면’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주심과 VAR의 판단이 같았다는 이유만으로 설명의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득점 취소나 페널티킥 여부라면 온필드리뷰를 하지 않았더라도 간단하게 판단 근거를 알릴 필요가 있다.

VAR 규정의 근거를 만드는 곳은 국제축구평의회, 즉 IFAB(International Football Association Board)다. 1886년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등 영국 4개 축구협회가 설립한 단체로, 세계 축구 경기규칙을 제정·개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다. 현재는 영국 4개 협회가 각각 1표, 나머지 전 세계 회원국을 대표하는 FIFA가 4표를 갖고 있으며, 규정 변경에는 전체 8표 가운데 4분의 3인 6표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FIFA가 세계 축구 행정과 대회를 총괄한다면, IFAB는 경기규칙을 관리하는 ‘축구 규칙의 수호자’라고 할 수 있다.

IFAB는 2025~2026 경기규칙에서 대회 주최자가 VAR 리뷰 또는 장시간의 VAR 체크가 끝난 뒤 주심이 마이크로 판정 내용을 발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설명 대상이 반드시 온필드리뷰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K리그의 다음 과제도 여기에 있다. 판정 설명제를 도입했으니 충분하다고 자평할 것이 아니라, 설명이 필요한 장면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득점 취소와 페널티킥 여부처럼 경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면은 온필드리뷰가 없더라도 장시간 VAR 체크가 이뤄졌다면 주심이 20~30초 동안 판단 근거를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사후 판정 브리핑도 단순히 ‘정심’과 ‘오심’을 구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주심이 무엇을 봤고 VAR이 어떤 영상을 근거로 개입하지 않았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심판의 개인정보와 불필요한 대화를 제외한 VAR 교신 내용을 경기 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오심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VAR 역시 인간이 영상을 보고 판단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또 다른 오심과 해석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책임이고, 권한보다 필요한 것이 소통이다. 오심을 인정한 심판에 대한 재교육과 배정 관리뿐만 아니라 심판의 선발·승격·평가 시스템 전반도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공자는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프로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심판 판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경기 결과도, 순위도, 우승의 가치도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다.

심판의 권위는 휘슬 소리의 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확한 판정,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그리고 선수가 수긍하고 팬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책임에서 나온다. K리그는 이미 심판이 마이크를 잡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마이크가 아니라, 정작 설명이 필요한 순간 침묵하지 않는 것이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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