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승강제 도입’...현대차·CJ는 웃을까 울까 [박호윤의 IN&OUT]
  • 박호윤 기자
  • 입력: 2026.08.06 00:00 / 수정: 2026.08.06 00:00
팬들에겐 새로운 흥미, 선수는 생존 경쟁, 스폰서는 어려운 계산
2028년부터 PGA투어의 새판짜기
현대차와 CJ는 어떻게 될까
김시우가 지난 5월 열렸던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모습. 김시우는 2타차 단독선두로 최종일을 맞아 자신의 스폰서 대회 우승을 기대케 했으나 윈덤 클라크에 역전패했다./AP.뉴시스
김시우가 지난 5월 열렸던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모습. 김시우는 2타차 단독선두로 최종일을 맞아 자신의 스폰서 대회 우승을 기대케 했으나 윈덤 클라크에 역전패했다./AP.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PGA 투어가 지난 6월 투어 구조의 대대적인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페덱스컵 중심 체제를 손질해 2028년부터 약 130명의 선수가 뛰는 ‘챔피언십 시리즈’와 그 아래 ‘챌린저 시리즈’를 동시에 운영하고, 두 시리즈 사이에 유럽 축구와 같은 승격 및 강등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PGA투어도 유럽축구 처럼 1, 2부리그 승강제 실시

표면적으로는 1부와 2부를 나누는 개편이지만, 본질은 PGA 투어를 전통적인 ‘투어’에서 보다 명확한 ‘리그’로 바꾸는 데 있다. PGA 투어가 내세운 목적은 분명하다. 최고 선수들이 더 자주 맞붙게 하고, 팬들이 시즌의 흐름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며, 모든 대회에 보다 확실한 경쟁의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체제에서는 시그니처 이벤트와 일반 대회, 플레이오프마다 상금 규모와 출전 자격, 포인트 배점이 달랐다. 정상급 선수들이 몰리는 대회와 그렇지 않은 대회의 격차도 컸다. 새 체제에서는 챔피언십 시리즈와 챌린저 시리즈가 각각 별도의 포인트 체계를 운영하고, 시즌 성적에 따라 잔류와 승격, 강등이 결정된다.

타이거 우즈가 브라이언 롤랩 신임 CEO,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 그리고 호주의 아담 스콧(맨 오른쪽부터)과 함께 지난해 6월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우즈와 롤랩 CEO가 이번 PGA투어 승강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AP.뉴시스
타이거 우즈가 브라이언 롤랩 신임 CEO,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 그리고 호주의 아담 스콧(맨 오른쪽부터)과 함께 지난해 6월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우즈와 롤랩 CEO가 이번 PGA투어 승강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AP.뉴시스

#챔피언십시리즈 2천만달러, 챌린저시리즈 400만달러

챔피언십 시리즈는 4대 메이저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라이더컵 또는 프레지던츠컵 등을 포함해 약 23~24개 대회로 구성된다. 정규 대회의 총상금은 최소 2,000만 달러이며, 약 130명의 선수 가운데 최소 90명이 다음 시즌 자격을 유지한다. 챌린저 시리즈는 최소 20개 대회로 운영되며 대회당 상금은 최소 400만 달러다. 시즌 포인트 상위 최소 20명은 다음 시즌 챔피언십 시리즈로 승격한다.

선수들이 이해하기 매우 쉬운 구조지만 훨씬 냉정한 제도다. 최상위권 선수들은 안정적인 출전 기회와 큰 상금, 높은 미디어 노출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중위권 선수들은 매 시즌 챔피언십 시리즈 잔류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과거에는 투어카드 유지가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1부 리그 생존 자체가 선수의 상금과 노출, 개인 스폰서 계약을 좌우하게 된다.

챌린저 시리즈 선수들에게도 최소 20장의 승격 티켓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생긴다. 다만 한 번 2부로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 위해 긴 시즌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승격의 문은 열려 있지만 결코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수들의 위치에 따라 이해득실은 다르다. 최상위권 선수에게는 유리하고, 중위권 선수에게는 부담이 커지며, 하위권과 신인 선수에게는 보다 명확한 기회와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동시에 주어진다. 전체적으로는 출전 기회와 상금 규모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선수들은 긍정적, 스폰서는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이번 제도 변화의 파장은 선수보다 대회 스폰서들에게 더 복잡하게 나타날 수 있다.

스폰서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비용과 권한의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시그니처 이벤트 후원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할 수 있지만, 일반 대회 스폰서가 챔피언십 시리즈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회 스폰서가 활용해 온 스폰서 초청권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사라진다. 반대로 챌린저 시리즈로 편입될 경우에는 스타 선수 출전과 글로벌 방송 노출, VIP 호스피탤리티 가치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 결국 기업들은 ‘2부 리그 후원사’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1부 리그’ 지위를 확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올시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제이콥 브리지먼(왼쪽)이 트로피를 들고 호스트인 타이거 우즈와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AP.뉴시스
올시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제이콥 브리지먼(왼쪽)이 트로피를 들고 호스트인 타이거 우즈와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AP.뉴시스

이 같은 판도 변화는 오랫동안 PGA 투어의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해온 한국 기업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은 타이거 우즈가 호스트를 맡고 있으며, 현재의 상금 규모와 대회 위상, 출전 선수 수준을 고려하면 챔피언십 시리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새 체제가 출범하더라도 대회의 권위와 마케팅 가치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최정상급 선수들의 출전이 보다 안정적으로 보장돼 제네시스의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만 DP월드투어와 공동 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제네시스 스코티시오픈은 또 다른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챔피언십 시리즈의 높은 상금과 엄격한 출전 자격 기준을 적용하면 예산 부담이 커지는 반면 챌린저 시리즈로 낮출 경우 로리 맥길로이와 토미 플리트우드 같은 유럽 정상급 선수들의 출전이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PGA 투어가 스코티시오픈은 물론 RBC 캐나디언오픈과 같은 기존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 어떤 예외나 별도 해법을 제시할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PGA투어의 든든한 버팀목 현대차와 CJ는 어떻게 될까

반면 지난 10여 년간 더 CJ컵을 통해 상당한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CJ그룹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더 CJ컵이 챔피언십 시리즈에 포함된다면 대회의 위상과 글로벌 노출 효과는 유지되거나 높아질 수 있다. 더 CJ컵은 한국 기업이 PGA 투어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와 K콘텐츠, 식품 사업을 알리는 대표적인 스포츠 마케팅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챌린저 시리즈로 분류된다면 스타 선수 출전과 방송 노출, 고객 초청 효과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CJ로서는 후원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올시즌 CJ컵 바이런 넬슨 최종일 11언더파를 몰아치며 김시우에 역전 우승을 차지한 윈덤 클라크(왼쪽)가 시상식에서 우승패를 받은 뒤 피오스 정 CJ아메리카 CEO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AP.뉴싯
올시즌 CJ컵 바이런 넬슨 최종일 11언더파를 몰아치며 김시우에 역전 우승을 차지한 윈덤 클라크(왼쪽)가 시상식에서 우승패를 받은 뒤 피오스 정 CJ아메리카 CEO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AP.뉴싯

반대로 챔피언십 시리즈를 선택한다는 것은 더 큰 상금과 운영비, 강화된 후원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CJ는 대회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추가 투자를 할 것인지, 낮아진 투자 효율을 감수할 것인지, 또는 PGA 투어와 새로운 형태의 계약을 협상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 관계자에 따르면 CJ 내부의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으며 PGA 투어와의 본격적인 협의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새 체제에서 더 CJ컵이 어느 시리즈에 배치되느냐는 단순한 대회 편성 문제가 아니다. CJ의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전략 전체를 다시 판단하게 만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PGA 투어는 이번 개편을 ‘하나의 투어, 두 개의 시리즈’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선수와 스폰서가 체감할 현실은 분명한 1부와 2부의 구분이다. 팬들에게는 이해하기 쉬운 경쟁 구조와 새로운 긴장감을 제공할 수 있고, 상위 선수들에게는 더 큰 보상이 주어진다. 반면 중위권 선수들은 매년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며, 스폰서들은 자신들이 후원해 온 대회의 위상과 투자 가치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결국 이번 승강제의 성공 여부는 경기 방식 자체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선수와 스폰서들을 PGA 투어가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PGA투어는 5일 우선 확정된 챔피언십 시리즈 10개 대회를 공식 발표했다. 4대 메이저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등 5개, 기존 시그니처 이벤트 중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더 센트리, 캐딜락챔피언십, 트래블러스챔피언십 등 4개 그리고 신설 대회인 솜포 등 총 10개다. 여기에 라이더컵(또는 프레지던츠컵)을 포함하면 23~24개의 챔피언십 시리즈 중 절반 가깝게 확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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