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백 고집' 홍명보호, 무득점 5실점 '참사'...가나 감독 경질이 남의 일인가 [박순규의 창]
  • 박순규 기자
  • 입력: 2026.04.01 06:09 / 수정: 2026.04.01 06:10
3월 유럽 원정 A매치 2연전 0-4, 0-1 참패...2026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문제만 '부각'
1일 오스트리아와 유럽원정 2차 평가전에서 반전을 노렸으나 또 다시 영패를 안은 홍명보 감독./빈=KFA
1일 오스트리아와 유럽원정 2차 평가전에서 반전을 노렸으나 또 다시 영패를 안은 홍명보 감독./빈=KFA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오답 노트는 쓰였다. 하지만 오답을 확인하고도 같은 공식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아집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3월 유럽 원정 2연전이 끝났다. 성적표는 처참하다. 코트디부아르전 0-4 대패에 이어, 1일 오스트리아전에서도 0-1로 무릎을 꿇었다. 2경기 도합 5실점, 그리고 무엇보다 뼈아픈 '무득점'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대표팀은 전술적 유연성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며 거센 풍랑을 맞이했다.

◆스리백 고집과 전술 유연성의 부재

가장 큰 문제는 벤치의 '전술 유연성 부족'이다. 코트디부아르와의 1차전에서 한국은 3-4-2-1 전형을 들고나왔으나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되며 4골을 헌납했다. 스리백 전술이 처참한 실패로 끝났음에도, 홍명보 감독은 오스트리아와의 2차전에서 또다시 같은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김민재를 제외한 선발 명단 8명을 바꾸는 강수를 뒀지만, 전술적 틀인 '시스템'은 바꾸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처할 '플랜B'가 보이지 않는다. 선수 구성만 바꾼다고 해서 삐걱거리는 스리백의 구조적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리 만무하다. 후반 시작 3분 만에 오스트리아의 간결한 패스워크에 수비진이 추풍 낙엽처럼 무너진 장면은, 완성도 떨어지는 전술을 억지로 끼워 맞춘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스리백 시스템은 지난 코트디부아르전보다 좌우 윙백의 균형을 맞추면서 다소 안정되기는 했으나 우리 선수 구성을 고려하면 최적의 시스템인가는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은 1일 오스트리아와 유럽원정 2차 평가전을 갖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 선정을 위한 마지막 시험무대를 마쳤다. 홍명보호는 유럽 원정 2경기에서 0-4, 0-1패배를 기록했다./빈(오스트리아)=KFA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은 1일 오스트리아와 유럽원정 2차 평가전을 갖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 선정을 위한 마지막 시험무대를 마쳤다. 홍명보호는 유럽 원정 2경기에서 0-4, 0-1패배를 기록했다./빈(오스트리아)=KFA

◆빛바랜 슈팅 우위와 공격 전술의 한계

전술적 경직성은 공격의 마침표도 찍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스트리아전 전반전, 한국은 슈팅 수 6-1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손흥민, 이강인, 이재성이라는 세계적인 자원들이 개인의 역량과 강한 전방 압박으로 수차례 결정적 기회를 창출했다. 전방위 압박에 이은 볼 탈취, 그리고 이어진 역습 찬스에서 마지막 골문을 열지 못했다. 단 한 번의 유효슈팅을 골로 연결한 오스트리아와 극명하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축구는 골을 넣는 경기다.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득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압박에 이은 탈취까지는 좋았으나, 촘촘한 밀집 수비를 파괴할 세밀한 컷백 패턴이나 약속된 세트피스 등 벤치가 준비한 '결정적 한 방'의 전술적 디테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순히 골운이 없었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두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여햐 한다.

◆흔들리는 지휘권, 무엇이 현명한 선택인가

월드컵 본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의 2연패와 무득점 참사는 단순히 '평가전의 패배'로 치부할 수 없다. 당장 이번 평가전 상대였던 오스트리아에 지난달 28일 1-5로 대패한 가나 대표팀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가나 축구협회는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대패 직후 가차 없이 오토 아도 감독을 경질하며 칼을 빼 들었다.

본선 무대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핑계로 실패한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명보 감독 역시 이 엄중한 현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실험'이라는 미명 하에 고집스러운 전술 운영을 반복한다면, 지휘권 자체가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직면할 수 있다.

이제 한국 축구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완성도 낮은 스리백 전술을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안고 갈 것인가, 아니면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안정적인 포백 체제로 과감하게 회귀하여 실리를 챙길 것인가.

시간이 없다. 남은 2개월, 실패한 전술에 매몰되어 침몰할 것인지, 뼈아픈 오답 노트를 바탕으로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인지.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의 명운을 걸고 '가장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증명해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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