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수 김다현이 전 소속사 n.CH엔터테인먼트와 산하 트롯 전문 레이블 엔트로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습니다. 수억 원대에 이르는 방송 출연료와 행사 수익금이 정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가히 냉소에 가깝습니다. '놀랍지도 않다',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다'는 말이 공공연합니다. 그만큼 이번 사태는 개인 간 분쟁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병폐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의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김다현은 미성년 가수입니다.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어른들보다 더 성실하게 일했고, 어른들보다 더 치열하게 무대에 섰습니다. 전국을 오가며, 밤잠을 줄여가며, 번 수익은 화려한 성공담의 일부가 아니라, 명백한 노동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그 대가는 정산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업계 안팎에서는 '기획사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자금 운용 실패'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전 소속사는 충분한 재정적 여력도 없이 해외 공연 기획 등 외형 확장에만 몰두했고, 그 과정에서 김다현의 방송 출연료와 행사비를 일종의 '임시 자금'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미성년 가수가 땀 흘려 번 돈이 기획사의 사업 실패를 메우는 데 동원됐다는 건데요. 뒷감당은 커녕 대책이 없다보니 정산은 한없이 뒤로 밀렸고, 결국 돈줄이 막히자 책임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 오디션 스타의 그늘…돈벌이에만 급급한 기획사의 '무책임'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매니지먼트'인가, 아니면 돈벌이에 급급하다 오발탄을 낸 '수익 착취'인가를 말이죠. 미성년 연예인은 보호 대상이지, 사업 리스크를 떠안는 투자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일부 엔터기획사들은 미성년 가수를 등에 업고 단기간에 수익을 뽑아낸 뒤, 문제가 생기면 "사정이 어렵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해 왔습니다. 이는 경영 실패가 아니라, 명백한 도덕적 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이후 이런 구조는 더욱 고착화됐습니다. 하루아침에 유명 스타가 된 미성년 가수들이 쏟아졌고, 이를 관리해야 할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일부 공연기획사 또는 매니지먼트사는 이들을 '성장해야 할 아티스트'가 아닌 '지금 당장 돈이 되는 상품'으로 취급했습니다. 학습권과 휴식은 뒷전이고, 정산은 선택 사항처럼 미뤄졌습니다. 결국 가장 약한 고리인 미성년 가수가 피해자로 내몰렸습니다.

◆ '성장 기대 아티스트' 아닌 '지금 당장 돈이 되는 상품' 취급
김다현 측이 "지금이라도 정산만 이행된다면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은 오히려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법정 다툼이 목적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받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성인도 아닌 미성년 가수가, 그것도 국민적 인기를 누린 아티스트가, 법적 대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만으로 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깊이 자성하고 부끄러워해야할 부분입니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침묵'입니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전 소속사는 명확한 해명이나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성년 가수를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주체가 끝내 등을 돌린 셈인데요. 이는 앞서 수 차례 정산 약속 이행을 번복하면서 잃은 신의를 또 한번 무너뜨린 것이고, 이런 무책임이 반복되니, 전체 업계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늘 꿈과 희망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어 미성년 가수의 노동을 담보로 사업을 벌이고, 정산을 미루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그건 산업이 아니라 구조적 착취나 다름없습니다. 전 소속사는 트롯오디션 열기와 함께 주목받으며, 한때 해외 공연프로젝트까지 모색했던 곳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무대와 감동적인 서사가 있어도, 그 뒤에서 누군가의 권리가 유린된다면 박수받을 자격은 없습니다.

◆ 미성년 연예인 앞세운 무책임한 행보, 더 이상 용인돼선 안돼
이번 김다현 사태는 단순한 분쟁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김다현이어서 이 문제가 드러난 것일 뿐, 이름이 덜 알려진 미성년 가수들 사이에서는 같은 일이 이미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미성년 연예인을 앞세운 무분별한 돈벌이, 실패의 책임을 아티스트에게 떠넘기는 관행,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법정으로 떠밀어버리는 구조까지, 전혀 달라진게 없습니다. 이제는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미성년 가수의 땀은 운영 자금이 아니다. 그 땀을 담보로 한 사업은 정당하지 않다. 그리고 그 책임은, 언제나 어른들의 몫이다."
법정에 서야만 정산을 받을 수 있고, 문제를 제기해야만 '불편한 존재'가 되는 구조라면, 그 산업은 이미 건강함을 잃은 허장성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 연예인을 앞세운 무책임한 돈벌이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이번 사안은 경종의 선례가 돼야 합니다. 행여 꿈을 관리한다는 이름으로 권리가 악용됐다면 분명한 대가가 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김다현 사태'가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에 던지는 가장 무거운 경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