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논란'...야구는 ‘스포츠’인가, ‘게임’인가 [김대호의 야구생각]
  • 김대호 기자
  • 입력: 2026.02.02 00:00 / 수정: 2026.02.02 13:09
야구 정체성 놓고 끊이지 않는 갑론을박
'선수 체형'과 '경기 방식' 이견
게임 요소 강한 매력적인 스포츠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던지고 치고 달리는 과정에서 게임의 법칙이 있고, 인생의 법칙이 담겨 있다. /뉴시스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던지고 치고 달리는 과정에서 게임의 법칙이 있고, 인생의 법칙이 담겨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야구의 정체성’을 놓고 때아닌 논쟁이 한창이다. 축구 선수 출신의 김남일이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란 말이 트리거가 됐다. 김남일이 "부러움의 발로였다"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인터넷상엔 여전히 야구와 스포츠의 정의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근대 스포츠의 정의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끼리 속력, 지구력, 기능 따위를 겨루는 일"이라고 돼 있다. ’스포츠란 무엇인가‘란 근본적 물음에 ’땀 흘리며 계속 뛰는 것만이 스포츠‘라고 규정한다면 야구는 스포츠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선수들 체형‘과 ’경기 방식‘이다. ’배 나온 선수도 할 수 있는 운동‘, ’경기 중 담배 피우고 자장면 먹으면서 하는 운동‘이라고 비하한다. 야구 선수들 체형이 축구나 농구 배구 선수들보다 지방질이 많은 건 사실이다. 경기 중 브레이크 타임이 많아 다른 행동을 해도 크게 지장이 없다. 야구가 신체적 능력보다 통계와 전략 의존도가 크다면서 게임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일견 맞는 얘기다.

축구는 야구와 가장 크게 비교되는 종목이다. 축구는 스피드, 야구는 힘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다. /뉴시스
축구는 야구와 가장 크게 비교되는 종목이다. 축구는 스피드, 야구는 힘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다. /뉴시스

야구는 축구나 농구처럼 공-수 전환이 선수들 능력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다. 공-수가 철저히 분리돼 있다. 보드게임과 비슷하다. 또 경기가 물 흐르듯 이어지지 않는다. 투구 하나하나가 독립된 이벤트다. 각 상황에 따라 통계가 따라다닌다. 시뮬레이션 게임 같다. 모든 플레이가 수치로 변환 가능하다. 게임 캐릭터에서 스탯을 쌓는 것과 흡사하다. 그렇다면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고 게임일까?

야구는 축구처럼 근지구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야구는 지구력 대신 폭발적인 힘을 요구한다. 코어 근육이 강해야 하고, 순발력이 뛰어나야 한다. 시속 150km의 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나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가는 시간은 0.4초다. 타자는 0.15초 안에 공의 궤적을 판단해 스윙을 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둥근 배트로 150km의 속도로 들어오는 둥근 볼을 정확하게 맞혀 100m 이상 날려 보내려면 엄청난 파워가 실려야 한다. 자칫 투수의 공에 맞으면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공포심과도 싸워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야구를 고도의 ’격투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축구가 지구력의 스포츠라면 야구는 찰나의 순간에 폭발하는 힘의 스포츠‘라고 표현할 수 있다.

야구는 정적인 스포츠다. 여백의 시간이 많다. 그래서 팬들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넓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1200만 명 관중을 돌파했다. /뉴시스
야구는 정적인 스포츠다. 여백의 시간이 많다. 그래서 팬들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넓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1200만 명 관중을 돌파했다. /뉴시스

야구선수의 체형을 단순 지적하는 것도 옳지 않다. 투수와 야수의 몸이 다르고, 내야수와 외야수의 몸이 다르다. 투수의 투구는 인체의 모든 근육을 응축했다가 쏟아내는 과정이다. 회전근계와 광배근, 대흉근, 대퇴사두근, 둔근이 골고루 발달해야 한다. 타자는 복사근과 척추기립근 등 코어 근육이 강해야 몸통을 강력하게 회전시킬 수 있다. 내야수는 순발력과 민첩성을 결정하는 비복근(종아리)과 가자미근이 강하다. 현역 시절 몸무게가 130kg이 넘는 이대호를 보면서 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대호의 강력한 햄스트링 근육과 전완근, 대둔근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웃지 못할 것이다.

현대 스포츠는 신체 능력 뿐 아니라 정신적 대결도 포함시키는 추세다. e-스포츠를 비롯해 당구 바둑 체스가 스포츠 단체로 신규 가맹되고 있다. 야구는 통계학(세이버매트릭스)이 가장 먼저 도입된 종목이다. 지능과 신체가 결합된 ’현대적 스포츠의 정점‘이 바로 야구다. 게임의 형식을 빌린 스포츠. 야구의 매력이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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