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앞에 부끄러운 정치'...이춘석 법사위원장의 국회 본회의장 '차명거래' [박순규의 창]
  • 박순규 기자
  • 입력: 2025.08.06 08:21 / 수정: 2025.08.06 18:38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타인 명의로 개설된 주식 계좌를 확인하고 있다./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국회 본회의장은 그 이름만으로도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고, 공공의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가장 숭고한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2025년 8월 4일, 이 공간에서 벌어진 ‘주식 차명거래’ 의혹은 그러한 신성함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그것도 법과 정의를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손에서다.

<더팩트>의 단독 보도로 촉발된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정무적 감각과 법률 전문성을 앞세워 4선까지 오른 중진 의원, 그것도 국회의 ‘법의 문지기’ 격인 법사위원장의 처신이었기에 파장은 더욱 컸다. 국민의힘은 즉각 형사 고발과 국회 윤리위 제소, 법사위원장직 퇴진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윤리감찰에 착수했다. 결국 이 의원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민주당을 자진 탈당하고 위원장직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건은 여러모로 현재 정치권의 ‘도덕적 기준’이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회의원은 ‘직무 중 사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다’는 헌법 정신의 수호자다. 그러나 이춘석 의원은 국회의원이자 법사위원장의 직책을 수행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진 명의로 거액의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도의적 책임을 넘어, 차명거래를 금지한 금융실명법 위반과 자본시장법 제174조 ‘미공개정보 이용 및 시세조종 금지’ 위반의 소지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정치만이 아닌 경제 신뢰까지 흔들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강조해왔다.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어 '국민 자산 증식'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정작 집권 여당의 핵심 의원으로인해 도덕성 측면에서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됐다. 정부 출범 후 추진된 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50억→10억)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개미 죽이기’라는 비판을 자초했고, 여기에 고위 정치인의 차명거래 의혹이 더해지며 "정치는 돈 있는 자의 잔치"라는 인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석 법사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의 건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석 법사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의 건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 체제가 첫 단추부터 잡음을 겪게 된 것도 뼈아프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쇄신"을 외쳐온 민주당은 공정·청렴의 상징이 되어야 할 법사위원장의 추문으로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정청래 대표는 "즉각 당 윤리감찰과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했지만, 이 사태는 지도부의 인사검증 시스템, 그리고 여전히 ‘내부 단속’에 실패한 민주당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한비자(韓非子)는 "나라가 망하는 데에는 세 가지 징조가 있다. 법을 어긴 자가 벌받지 않고, 신하가 욕심을 부려도 꾸짖지 않으며, 백성이 분노해도 위정자가 눈을 감는 것이다(國之將亡,法不禁,臣多貪,民怨積)"라고 했다. 이 말처럼 지금 대한민국 정치와 국회는 국민의 분노를 ‘위기 징후’가 아닌 ‘정치적 손해’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대리인이며, 국회의원은 입법·감시라는 국가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서조차 자본시장에 손을 담그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는 결국 국민이 느끼는 정치 혐오, 그리고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질 뿐이다. "정치는 이익이 아닌, 정의를 좇는 과정"이라는 존 롤스(John Rawls)의 말을 다시 곱씹게 되는 이유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계기로 더 강력한 윤리 기준과 내부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주식 보유 공개 확대, 공직자 자산관리 명확화, 회의 중 사적 디지털 기기 사용 제한 등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정치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회복되는 것이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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