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대한민국 국민!"...대선을 앞둔 재외동포의 마음 [황덕준의 크로스오버]
  • 황덕준 재미 언론인
  • 입력: 2025.05.16 00:00 / 수정: 2025.05.20 14:12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알리고 있는 LA총영사관 재외선거 배너./LA=황덕준 언론인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알리고 있는 LA총영사관 재외선거 배너./LA=황덕준 언론인

[더팩트 | LA=황덕준 재미 언론인] "당신의 투표는 당신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다." 누가 한 말인지 출처는 분명하지 않지만 선거 때가 되면 등장하는 문구다.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에선 6월 3일이 디데이(D-Day)지만 재외동포 유권자는 5월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투표한다. 2012년 4월 제19대 총선 이래 8번째 재외선거다.

국경 너머 산 넘고 바다 건너에서 살아가는 재외국민들에게 '한 표'는 단지 정치적 권리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조국과 이어져 있다는 실체적인 느낌이요, 그 연결을 증거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어느 때보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750만에 달한다는 재외동포는 선거권이 있건 없건 저마다의 자리에서 이번 선거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지 시간표에 맞춰 일하고, 남의 나라의 제도와 언어 체계 속에 살아가지만 여전히 현지 뉴스에 케이(K)가 뜨면 마음이 콩닥거리는 그들이다. 한국 사회는 '국내 여론과 정서'를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국경 밖 재외동포 사회의 민심도 무시할 수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집계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재외동포 등록 유권자는 25만 8천254명이다. 재외동포가 참여한 앞선 세 차례의 대선 투표율이 평균 73%였으니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대략 18만 8천500여표가 해외에 있는 셈이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재외동포 사회의 민심이 거기에 다 담겨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참정권은 있지만 한국법이 만들어놓은 제도의 벽은 여전히 높고 복잡하다. 사전 유권자 등록부터 신분 확인, 지정 투표소 방문까지 투표 하기엔 쉽지 않은 절차 속에서 정치적인 '거리감'과 제도적인 '피로감'을 함께 느끼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매번 선거가 돌아올 때마다 누군가는 여전히 이른 새벽 먼 길을 차를 몰고, 또 어떤 부부는 가게 문을 닫고 대사관과 영사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는다.

현지 시민권자여서 투표권이 없는 이웃 동포는 그런 모습을 보며 "남의 나라에 와서 살면서 왜 그리 지극 정성으로 한국 선거를 챙기느냐"고 핀잔을 준다. '유권자 동포'는 그 핀잔이 부러움과 시샘의 다른 표현이라는 걸 물론 잘 안다. 영사관의 투표소에서 가림막이 처진 기표소에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의 형용하기 어려운 짜릿함은 국적을 바꾼 재외동포는 결코 공감하기 어려울 게다.

재외 유권자의 한 표에는 동포 사회의 복수국적 문제, 2세 자녀의 병역의무 등 고국의 법과 정책에 현실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소박한 바람만 담겨 있지 않다. 거기엔 여전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의 확인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 새삼스럽지만 선거권이 주어진 재외동포는 더 이상 '해외 체류자'나 '일시 방문자'가 아니라 분명한 정치적 주체다.

아쉽다면 여전히 한국에서는 그 같은 존재감이 '잉여 투표' 그 이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작 실질적인 정책 협의나 참여 기회, 입법 절차에서 재외동포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갈수록 재외선거 참여율이 낮아지는 것도 물리적으로 제한된 투표 방식의 문제와 더불어 그같은 이유 탓이 크다.

그래도 누군가는 여전히 투표소를 향한다. 그 한 표는 나라 밖에 있는 국민을 잊지 않고 주어진 권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이지만 다시 돌아가 살 날을 위한 스스로의 다짐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어진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은 더 이상 한반도에만 존재하지 않기에 선거 참여 또한 당연한 주인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의 햇살 속에서 일하는 청년도, 베를린의 밤을 걷는 유학생도, 하노이의 커피숍 주인도 모두 대한민국의 이름을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간다. 제21대 대선은 그런 이들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습니까?"

"그럼요.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입니다.언제나!"

djktow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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