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이정후와 김혜성의 작으면서 큰 차이 [김대호의 야구생각]
  • 김대호 기자
  • 입력: 2025.04.11 00:00 / 수정: 2025.04.11 11:06
입단동기 절친 이정후와 김혜성의 ML 희비 쌍곡선
타격에서 작은 차이 있지만 김혜성 기회 올 것
이정후(오른쪽)가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반면 김혜성은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만난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정후(오른쪽)가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반면 김혜성은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만난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이정후(27)와 김혜성(26)은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이면서 절친이었다. 이정후는 휘문고 유격수, 김혜성은 인천 동산고 유격수였으며, 고교 3학년 때인 2016년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같이 출전했다. 타격에서는 이정후가 조금 앞섰고, 수비와 기동력에선 김혜성이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후는 휘문고 1학년 때 타율 3할3푼, 2학년 때는 타율 5할2푼에 이를 만큼 천부적 타격 재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2016년 전국 고등학교 최고 타자 한 명에게 수여하는 이영민 타격상은 김혜성이 받았다.

졸업을 앞두고 이정후는 키움 히어로즈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다. 김혜성 역시 키움으로부터 2차 1번(전체 7번)으로 지명돼 둘은 한 팀에 몸담게 됐다. 이정후는 신인인 2017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고 미친 타격감을 선보였다. 반면 김혜성은 2018년부터 안정된 수비력을 인정받아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정후가 화려한 공작새라면 김혜성은 우아한 백조라고 할까.

이정후는 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타격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무대를 휘젓고 있다. /뉴시스
이정후는 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타격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무대를 휘젓고 있다. /뉴시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7시즌을 마치고 2024년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3476타수 1181안타. 통산 타율 3할4푼은 3000타수 이상 선수 가운데 1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정후의 콘택트 능력을 눈여겨봤다. 수비와 발은 평균 수준으로 평가했다. 다만 타구 스피드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활약할 때 트랙맨 데이터 기준으로 평균 타구 속도가 142.7km였다. 더 중요한 지표인 153km(95마일) 이상의 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37.7%였다. 이는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이 KBO리그에서 기록한 평균 타구 속도 145km, 95마일 이상 타구 50.4%에 비해 뒤처졌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의 빠른 볼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 하나 변수는 이정후의 타격 폼이었다. 이정후는 투수 유형이나 구질에 관계없이 풀 스윙을 한다. 여기에 어퍼 스윙이다. 다른 선수 같으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정후는 엄청난 콘택트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체를 중심으로 골반 회전의 타격을 하는데 비밀이 있다.

이정후에게 메이저리그 데뷔 후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109.7마일(176.5km)의 타구 속도를 기록한 것이다. 이 정도 빠르기면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강타자들에게 뒤지지 않는 수치다. 이정후는 부상 복귀한 올 시즌에도 최고 109.6마일(176.4km)의 타구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입단 2년 차를 맞아 메이저리그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이정후가 한국에서 7년 동안 기록한 최고 타구 속도는 107마일(172km)이다.

김혜성은 타격에서 조금만 향상되면 곧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김혜성은 타격에서 조금만 향상되면 곧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국내에서도 수비 전문이란 인식이 강했던 김혜성이 타격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다. 이해 처음으로 3할대(.304) 타율에 진입한 김혜성은 2022년 3할1푼8리, 2023년 3할3푼5리, 2024년 3할2푼6로 안정적인 3할 타자로 자리 잡았다. KBO리그 통산 타율은 3할4리.

LA다저스는 김혜성의 유틸리티 재능을 보고 스카우트했다. 김하성이나 이정후만큼의 타격 능력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정확도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2루수와 중견수 등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키워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타격이 발목을 잡았다.

시범경기를 앞두고 타격 폼에 손을 댔다. 탑 포지션에서 임팩트 순간까지 한 번에 스윙이 이뤄지지 않고 살짝 멈칫하는 동작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빠른 볼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김혜성은 2024시즌 평균 타구 속도가 134.4km, 150km 이상은 28.2%였다. 김하성과 이정후보다 전반적인 수치가 떨어진다.

LA다저스 산하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뛰고 있는 김혜성은 시기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분명히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을 것이다. 문제는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만큼의 타격을 보여주느냐다. 요즘 야구는 메이저리그나 KBO리그 모두 타구 속도로 타자의 능력을 판단한다. 김혜성도 이정후처럼 강한 타구를 만들어 낸다면 그를 향한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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