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가 '대한국민 만세!'로...LA 한인타운의 '봄' [황덕준의 크로스오버]
  • 황덕준 재미 언론인
  • 입력: 2025.04.10 00:00 / 수정: 2025.04.10 08:00
한국시간 4월 4일 오전 11시, LA시간으로 4월 3일 저녁 7시 삼삼오오 식당에 자리잡고 한국의 TV채널 탄핵선고 생중계를 보던 한인들은 이게 나라냐 대신 대한국민 만세를 외졌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는 조국혁신당 관계자들./더팩트DB

한국시간 4월 4일 오전 11시, LA시간으로 4월 3일 저녁 7시 삼삼오오 식당에 자리잡고 한국의 TV채널 탄핵선고 생중계를 보던 한인들은 "이게 나라냐" 대신 "대한국민 만세"를 외졌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지켜보는 조국혁신당 관계자들./더팩트DB

[더팩트 | LA=황덕준 재미 언론인] 한국 정치사의 참담한 순간에 되풀이해온 한마디가 있다. "이게 나라냐!" 그 한숨 가득한 탄식이 남가주 지역 한인사회의 중심이라는 로스앤젤레스(LA)의 마켓 계산대와 교회 점심 식탁, 한인타운 돼지갈비집 드럼통 탁자에서 10년 사이 두번이나 입에 오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12월 3일의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소추, 내란수괴와 동조세력에 대한 축출의 과정을 지켜보느라 연말연시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로부터 123일만에 이뤄진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명쾌한 파면 선고. 모두가 예감하고 있던 결말이었지만 만에 하나라는 불안감 탓에 일상은 엉망이 돼버렸던 게 사실이다.

물리적인 거리야 8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지만 심리적 거리는 진작부터 간격이 없어진 지 오래다. 한국의 24시간 뉴스채널이 방송되고 TV드라마와 영화가 2~3주 정도 배급되지 못하는 이른바 '홀드'기간이 사라지자 알짜 비즈니스라던 비디오 대여점마저 홀연히 자취를 감춘 2000년대 초반부터 거리감은 좁혀들었다.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소셜네트워크(SNS)와 유튜브가 퍼지면서 한국과 해외 동포사회는 실시간으로 연결됐다. 스마트폰 뉴스알람 하나로 시대착오적인 계엄령을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접했고, 내란 미수로 직무정지된 대통령이 구속되는 장면을 코리아타운 해장국집서 지켜보게 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왼쪽)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선고 한 뒤 김형두 재판관의 등을 안고 법정을 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왼쪽)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선고 한 뒤 김형두 재판관의 등을 안고 법정을 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시간 4월 4일 오전 11시, LA시간으로 4월 3일 저녁 7시 한인들은 삼삼오오 또 식당에 자리잡고 한국의 TV채널 탄핵선고 생중계를 봤다. 남도식 맛집으로 유명한 웨스턴 애비뉴의 한 식당에서도 진보성향의 동포 20여명이 김치찌개에 소주잔을 기울이다 의자를 박차고 솟구쳐 일어났다.

"이게 나라냐" 대신 "대한국민 만세"가 터져올랐다. 그들을 불러모아 합동 시청모임을 만든 LA평화의 교회 김기대 목사는 "사필귀정 아니냐. 상식이 살아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의 눈은 축축해졌다. 찌개를 나눠주던 서빙 아주머니도 훌쩍 거렸다.

정치는 한국의 것이고, 삶은 이곳 LA에 있다.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정서적 간격이 좁혀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정치와 미국의 이민생활은 대체로 접점없이 엇갈리는 듯하다. 대통령이 파면된 일은 무엇보다 한국에서 노후를 보내려는 6070세대에겐 민감한 사건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곧 삶의 방향을 묻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6월 3일 새로운 대통령을 뽑게 된다. 5월 한달은 온전히 대선 캠페인으로 가득 차게 됐다. LA는 물론이고 250여만명의 한인동포가 살고 있는 북미주 이민사회 또한 날마다 실시간으로 선거운동을 지켜볼 것이다. '독수리 여권'을 가진 시민권자이든, 그린카드를 지닌 영주권자이든 눈길은 하나같이 다음 대통령은 누구일까를 점치는 쪽으로 쏠릴 것이다.

투표권을 가진 주재원과 유학생, 영주권자 등은 한결 적극적인 자세로 선거운동의 흐름을 따르다가 5월 말 실시될 재외선거에 참여할 것이다. 한국의 봄은 늘 격동적이었다. 그 계절의 한복판에서 목이 터져라 외칠 대선후보들의 숱한 구호와 공약을 예상하면 벌써부터 어지러워진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의미없는 헛된 어퍼컷에 현혹돼 2년 반을 허송한 실책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죄수복을 입은 대통령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좌우 진영을 떠나 하나같을 것이다. 그 통합된 마음으로 뽑은 새 지도자를 맞이할 수 있기를 이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봄꽃 무리 앞에서 빌어본다. 어느결엔가 떨어진 꽃잎과 함께 가버릴 봄날의 기도가 헛되지 않기를 함께 소망해본다. 참으로 절실하고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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