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하고 '적자타령'하는 한국 프로야구 [김대호의 야구생각]
  • 김대호 기자
  • 입력: 2025.03.28 04:59 / 수정: 2025.03.28 08:32
프로야구 1000만 관중에 흑자 경영 가능해져
모기업 지원금에 의존하는 구태 버려야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 LG 트윈스는 2024시즌 입장 수입으로만 200억 원 넘게 벌어 들였다. 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 꽉 들어찬 잠실야구장 전경. /뉴시스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 LG 트윈스는 2024시즌 입장 수입으로만 200억 원 넘게 벌어 들였다. 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 꽉 들어찬 잠실야구장 전경.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한국에서 스포츠 산업은 성공할 수 없다."

"한국 프로야구는 적자를 면할 수 없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이 4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하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한국 프로야구가 지난해 1000만 관중(페넌트레이스 기준 1088만 7705명)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도 초반부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와 경기장 인프라로 봤을 때 1000만 명은 최대치에 가깝다. 프로야구는 국내 다른 프로 스포츠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인기와 넓은 시장을 갖고 있다. 관중뿐 아니라 매출액에서도 압도적이다. 그런데도 구단은 적자 타령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약 850억 원(추정)의 매출을 기록했다. 히어로즈는 2023~2024시즌 2년 연속 최하위를 마크한 비인기 구단이다.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 수용 규모도 1만 6000명으로 작다. 여기에 모기업도 없다. 자급자족해야 한다.

지난해 히어로즈는 300억 원이 넘는 이윤을 남겼을 것으로 추산된다. 히어로즈의 수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입장 수입 132억 원,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배당받는 중계권과 타이틀스폰서료 100억 원, 키움증권과 맺은 네이밍 라이트료 139억 원, 펜스와 유니폼 등 각종 광고료 200억 원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부터 받은 이정후 이적료 277억 원 등이다.

지출은 선수 연봉 등 아무리 높게 책정해도 500억 원을 넘지 않는다. 히어로즈의 지난해 선수 연봉 총액은 57억 원이었다. 10개 구단 중 가장 적다.

프로야구 인기가 치솟으면서 선수 유니폼 및 관련 상품 판매도 호황을 맞고 있다. 부산 사직 야구장에 마련된 롯데 자이언츠 용품 판매장. /뉴시스
프로야구 인기가 치솟으면서 선수 유니폼 및 관련 상품 판매도 호황을 맞고 있다. 부산 사직 야구장에 마련된 롯데 자이언츠 용품 판매장. /뉴시스

히어로즈를 뺀 나머지 9개 구단은 하나같이 적자라고 한다. 2023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 LG 트윈스는 그해 8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3위에 그쳤지만 폭발적인 관중 증가로 입장 수입만 역대 최고인 208억 원을 벌었다. 세부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1000억 원 가까운 수입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자금난에 빠진 두산 그룹은 당시 3조 원의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채권단에서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 매각을 제안했지만 박정원 구단주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신 두산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동대문 두산타워를 8000억 원에 팔았다. 그룹이 재정난으로 풍전등화의 신세에 놓였는데도 만년적자인 야구단을 팔지 않았다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히어로즈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우리나라 프로야구단은 얼마든지 흑자를 누릴 수 있다. 2023년 LG 트윈스는 15억 원의 적자를 보고했다. 프로야구단을 적자로 몰아 넣는 가장 큰 요소는 선수 연봉이다. 특히 엄청난 액수를 쏟아붓는 FA 계약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19명의 선수가 새로 FA 계약을 맺었다. 최정(SSG)이 4년 110억 원으로 최고 대우를 받았으며 엄상백(한화) 4년 78억 원, 최원태(삼성) 4년 7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총액 50억 원을 넘는 선수가 6명이다.

프로야구 각 구단은 FA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쓴 뒤 모기업으로부터 지원금 명목으로 받고 있다. 지난해 4년 110억 원의 최대 금액으로 FA 계약한 SSG 랜더스 최정. /SSG 랜더스
프로야구 각 구단은 FA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쓴 뒤 모기업으로부터 지원금 명목으로 받고 있다. 지난해 4년 110억 원의 최대 금액으로 FA 계약한 SSG 랜더스 최정. /SSG 랜더스

9개 구단은 모기업으로부터 광고료로 200억 원에서 300억 원을 받는다. 이 금액을 구단에선 지원금이라고 한다. 이 지원금이 적자의 원흉이다. 구단이 이 돈을 정당한 광고료가 아니라 지원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고무줄처럼 얼마든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에 맞춰 책정된 예산 안에서 합리적 지출을 하는 것이 기업의 기본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를 제외한 프로야구단은 수입에 상관없이 지출을 한다. 부족한 돈은 모기업에서 지원금으로 받아오면 된다.

구단의 규모에 맞게 FA 선수 영입 계획을 세우고 지출을 하면 절대 적자를 볼 수 없다. 앞다퉈 출혈 경쟁을 하고 적자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우리나라 프로야구단은 흑자 경영 의지가 없다"란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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