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미PGA투어에는 4대 메이저대회와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있다. 이 중에서 해마다 같은 골프장에서 열리는 대회가 2개, 그리고 나머지 3개는 한정된 몇 개의 골프장 또는 유수의 명문 골프장에서 순환 개최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정 골프장에서만 열리는 대회로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있다. 우선 마스터스는 유서 깊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대회 코스이자 동시에 대회 주최자다. 1934년 창설돼 하튼 스미스를 첫 챔피언으로 배출한 이래 지난해 스카티 셰플러가 우승하기 까지 88회에 걸친 대회를 줄곧 같은 장소에서 개최됐다. (1943~45년 3년간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열리지 않음)
PGA Tour가 주최하는 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역시 같은 골프장에서 개최돼 오고 있다. 74년 첫 대회를 시작한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플로리다주 폰트베드라비치의 TPC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에서 해마다 역사를 더해 가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내셔널 단체인 USGA(미골프협회)와 R&A(로열&에인션트)가 주최하는 US오픈과 디 오픈은 10개 정도의 골프장을 정해 순환 개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골프장들이 정확하게 10년마다 한차례씩 대회를 유치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US오픈은 올해 6월 중순 오크몬트CC에서 제125회 대회를 연다. 지난해에는 파인허스트 리조트&CC 2번 코스에서 열렸었다. USGA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051년까지 무려 26년 동안의 US오픈 개최지를 공지하고 있다. 위의 2개 골프장 외에 샤인콕힐스GC(2026, 36년), 페블비치GC(2027, 32, 37, 44년), 윈지드 풋GC(2028년), 머라이언CC(2030, 40, 50년), 리비에라CC(2031년), 오클랜드힐스CC(2034, 51년), 더 컨트리클럽(2038년), 로스앤젤레스CC(2039년)가 앞으로 열릴 골프장 들이다.
이 중 오크몬트CC(2025, 33, 42, 49년)와 파인허스트 리조트&CC 2번코스(2029, 35, 41, 47년), 그리고 페블비치GC가 모두 네차례씩 개최가 예정돼 있다.
디 오픈 개최 골프장들의 면면은 더 전통적이다. 골프의 발상지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답게 올해로 153회라는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디 오픈은 7월 중순, 로리 맥길로이의 모국인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 코스에서 열린다. 지난 2019년 이후 6년만의 ‘귀환’이다.
내년에는 로열 버크데일, 2027년에는 세인트 앤드류스가 개최지다. 지난 25년간의 개최 골프장을 보면 로열 트룬(2004, 16, 24년), 로열 리버풀(2006, 14, 23년), 세인트 앤드류스(2000, 05, 10 15, 22년), 로열 세인트조지(2003, 11, 21년), 커누스티(2007, 18년), 로열 버크데일(2008, 17년), 뮤어필드(2002, 13년), 로열 리덤&세인트앤스(2001, 12년) 그리고 턴베리(2009년) 등 10곳에서 교대로 열린 바 있다.
PGA of America가 주최권을 갖고 있는 PGA챔피언십 역시 미국 전역을 돌아 다니며 명문골프장 개최를 전통으로 하고 있다.
이들 메이저, 또는 메이저급 타이틀 대회는 한결같이 상업적 스폰서십이 없이 골프장 또는 단체가 직접 대회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개최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그들의 역사와 전통, 또는 스스로 판단한 콘셉트 등을 앞세워 각각의 최고 수준 골프 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대부분 타이틀 스폰서와 연관된, 또는 그들이 원하는 골프장이 선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타이틀 스폰서가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이나 아니면 대회 예산 규모에 따라 골프장이 결정된다. 남자 투어의 경우 내셔널 타이틀인 코오롱한국오픈은 우정힐스CC에서(올해는 골프장 공사로 역시 코오롱 소유의 라비에벨 듄스에서 열릴 예정), GS칼텍스매경오픈은 남서울CC, SK텔레콤오픈은 제주 핀크스CC에서 주로 열려 왔다.
자체 골프장이 없는 신한동해오픈의 경우 때때로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골프장을 선택해 대회를 치르고 있다. 대회 예산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그룹 명을 타이틀에 내세우지 않고 있는 풍산그룹과 남자 골프 발전을 위해 10년째 코스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있는 에이원CC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KPGA선수권대회만이 다소 독특한 경우다.
국내 여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이저대회 중 하이트컵은 그룹 소유의 블루헤런CC에서 오랜 기간 개최되는 등 대부분의 대회가 대동소이하다.
이런 가운데 여자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여자오픈이 제39회째를 맞는 내년 대회부터 이전과는 완전 새로운 콘셉트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한국여자오픈은 올해 포함, 최근 5년간 DB그룹이 타이틀을 맡아 그룹 소유의 레인보우힐스CC에서 대회를 개최했고, 이 전 기아자동차가 주최한 9년간은 베어즈베스트청라(7년)와 잭 니클러스골프클럽코리아(2년)에서 열렸었다. 또한 태영그룹이 후원했던 2005년부터 7년간은 역시 태영그룹 소유의 골프장이 대회 장소였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우선 한국여자오픈의 상금을 국내 최고액으로 상향하고 대회를 특정 골프장이 아닌, 전국 각지역 골프장에서 순회 개최하며, 참가 선수의 편의를 최대한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최고의 기량을 과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지난 1월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KGA 강형모 회장은 "대회 총상금 증액을 통해 해외 우수 선수들도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대회의 수준 향상과 국제화를 도모할 예정"이며 "가능하면 특정지역 일변도가 아니라 수도권, 경상권, 전라권 등 전국을 순회하며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지방 골프 팬들에게도 세계 수준의 국내 여자골프대회를 직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DP월드투어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대회 참관시 코스 곳곳에 선수 및 선수 가족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하고 "결국 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것이 팬들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인 만큼 한국여자오픈도 이러한 컨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대한골프협회는 이미 한국여자오픈 개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코스 세팅의 기준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즉 그린 스피드, 페어웨이와 러프의 길이 등의 스펙을 제시하고, 드라이빙 레인지 구비 여부, 인근 갤러리 주차장 확보 등 제반 조건을 갖춘 골프장을 대상으로 개최 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다.
남녀를 통틀어 역대 최고액 상금 대회였던 한화클래식2024의 17억원을 넘어 내년도 한국여자오픈이 과연 총상금 20억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지역 순회 개최 첫번째 주인공은 어느 지역, 어느 골프장이 될 것인가. 국내 여자투어를 바라보는 팬들의 새로운 관심거리다.
(KGA 관계자는 이미 최고액 상금을 보장하면서도 기업명을 타이틀에 명기하지 않고, 골프장 선택을 협회에 일임한 스폰서가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