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일본 루키 4인방 공세에 힘겨운 LPGA 신인왕 경쟁 [박호윤의 IN&OUT]
  • 박호윤 기자
  • 입력: 2025.03.13 00:00 / 수정: 2025.03.13 00:00
시즌 초 일본의 초강세, 신인왕 포인트 1~3위 싹쓸이
신인임에도 자국투어 우승경력 많고 미LPGA투어 출전 경험도 풍부
한국의 윤이나가 중국 하이난성 링수이의 레이크 블루베이 골프코스에서 9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블루베이 LPGA에서 강력한 티샷을 하고 있다./하이난=신화.뉴시스
한국의 윤이나가 중국 하이난성 링수이의 레이크 블루베이 골프코스에서 9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블루베이 LPGA에서 강력한 티샷을 하고 있다./하이난=신화.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올시즌 미LPGA투어를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시선은 다음 두가지에 쏠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대한민국 여자골프가 최근의 부진을 탈피해서 어느 정도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무대에 진출한 윤이나(22)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이 두가지 모두 좋은 결과를 얻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5개 대회를 마친 현재 일본의 강세가 너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일본세가 이 정도까지 막강하리라 내다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시즌 초반 5개 대회는 한국의 김아림(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과 미국 국적의 노예림(파운더스컵), 에인절 인(혼다 LPGA타일랜드), 그리고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 일본의 다케다 리오(블루베이LPGA)가 각각 우승, 내로라 하는 골프 강국이 고루 트로피를 가져 간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하다. 그러나 정작 한꺼풀을 벗겨 보면 그동안은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했던 일본이 매 대회 상위권에 여러 명의 이름을 올리며 이전과는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블루베이 LPGA에서 올시즌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우승한 루키 다케다 리오(22)./하이난=신화.뉴시스
블루베이 LPGA에서 올시즌 투어에 데뷔하자마자 우승한 루키 다케다 리오(22)./하이난=신화.뉴시스

특히 최근 중국 하이난에서 끝난 블루베이 LPGA에서는 올시즌 투어에 데뷔한 루키 다케다 리오(22)가 무려 6타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아문디 에비앙챔피언십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고,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 까지 거머쥐었던 후루에 아야카가 3위, 지난해 신인왕 사이고 마오가 공동 5위 등 톱10에 무려 5명이 포진하는 위세를 과시했다. 이보다 2주 앞선 혼다 LPGA타일랜드에서는 신인 이와이 아키에(23)가 무려 27언더파를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기도 했다.

이 같은 초반 일본 여자골프 강세의 중심에는 올해 투어에 뛰어 든 루키 4인방이 있다. 이들은 모두 연중 37개 대회가 줄줄이 열리고 있는 JLPGA투어에서 몇 년간 탄탄한 기량으로 우수한 성적을 올린 뒤 20대 초반의 나이에 LPGA투어에 데뷔했다.

지난해 아문디 에비앙챔피언십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고,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 까지 거머쥐었던 후루에 아야카./하이난=신화.뉴시스
지난해 아문디 에비앙챔피언십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고,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 까지 거머쥐었던 후루에 아야카./하이난=신화.뉴시스

10일 현재 미LPGA의 신인왕 순위를 보면 다케다 리오가 293점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야마시타 미유(155점)와 이와이 아키에(80점)가 2, 3위에 올라 톱3가 모두 일본 선수다. 개막전에서 컷오프되고 이번 블루베이LPGA에서 공동 33위를 차지한 윤이나는 이들보다 한참 뒤진 8위(17점)에 랭크돼 있어 향후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다케다 리오는 지난해 JLPGA투어에서 무려 8승을 기록했고 우승 대회 중 토토 재팬클래식이 LPGA투어와 공동 인증대회라 Q시리즈를 거치지 않고 바로 투어 카드를 받은 케이스다. 정식 데뷔 5경기째 만에 통산 2승째를 올리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야마시타 미유는(24)는 JLPGA투어에서 메이저 3승 포함, 무려 13승을 올렸고 2023, 24년에는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거머쥐었던 간판 스타 출신.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아쉽게 4위를 기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투어 입성을 위한 Q시리즈 최종전을 당당 수석으로 통과했다. 올시즌 투어 데뷔전인 파운더스컵에서 공동 4위에 올라 가능성을 입증했고 블루베이LPGA에서도 톱10(T8)을 기록했다.

혼다LPGA타일랜드에서 에인절 인(미국)에 뒤져 2위를 기록한 이와이 아키에./AP.뉴시스
혼다LPGA타일랜드에서 에인절 인(미국)에 뒤져 2위를 기록한 이와이 아키에./AP.뉴시스

쌍둥이 자매인 이와이 아키에와 치사토 역시 일본투어에서 6승, 7승씩을 각각 올린 뒤 지난 Q시리즈를 5위와 2위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 투어에 입성했다. 이와이 아키에는 혼다LPGA타일랜드에서 에인절 인(미국)에 뒤져 2위를 기록했지만 무려 27언더파를 기록, 우승권에 접근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와이 치사토는 블루베이LPGA가 열리는 기간, 자국에서 열린 JLPGA투어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해 신지애의 도전을 뿌리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하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입증했다.

이들 루키 4인방은 뛰어난 기량 외에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투어 데뷔 이전에 이미 10차례 안팎의 미LPGA투어 출전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케다 리오는 4차례의 메이저 대회 포함, 6번의 투어 경험이 있고 야마시타 미유는 무려 12차례의 출전 경험이 있으며 이 중에는 지난해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준우승이 포함돼 있다. 이와이 쌍둥이 자매도 각 11차례씩의 투어 출전이라는 나름 풍부한(?) 경험을 지닌 루키들이다.

이에 반해 윤이나는 지난해 한국에서 열렸던 미LPGA투어 BMW 레이디스챔피언십조차 같은 기간 열린 국내 대회 때문에 출전치 못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직접 부딪혀 보지 못한 채 투어에 데뷔한 그야말로 순수한(?) 신인인 셈이다.

일본 선수들은 어떻게 투어에 데뷔하기도 전에 이처럼 많은 출전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이는 JLPGA투어 고바야시 히로미 회장이 추구한 투어 강화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그 자신 미LPGA투어에서 5승을 기록했고 1990년 신인왕 타이틀을 따기도 했던 고바야시 회장은 2011년 취임 이후 어린 선수들을 적극 발굴, 육성함과 동시에 미LPGA투어 메이저대회 성적을 국내 포인트에 반영하는 등 해외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랭킹이 높아 자격이 되는 선수들은 앞다퉈 큰 물에서는 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일본도 고바야시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0년 이전에는 해외 투어 진출 선수도 연간 7개의 국내 대회 출전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현재와는 사뭇 다른 정책을 시행했었다. 때문에 당시 일본의 간판 선수이자 미국에서도 크게 성공한 미야자토 아이는 이 정책에 반발해 협회와 큰 갈등을 겪기도 했다.

윤이나는 지난해 국내투어에서 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최고 자리에 오른 선수다. 장타력에다 퍼팅 등 쇼트게임 능력도 빠지지 않고 멘탈도 강한 초대형 선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풀타임 투어경력이 2시즌이 채 안되고 우승 경험도 2승 뿐이다. 미LPGA투어 출전 경험도 일천하다. 일본의 루키 4인방과 견줘 앞서는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 때는 한국의 전유물 처럼 느껴지던 신인왕 타이틀이 윤이나에게는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압도적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가 건재하고 리디아 고, 지노 티띠꾼(태국) 등이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세가 벌떼 공격으로 나오고 있는 즈음, 김아림의 개막전 우승으로 첫 단추를 비교적 잘 꿴 한국여자골프가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지 주목된다.

전반기 아시안스윙을 마친 미LPGA투어는 2주간의 휴식 후 오는 27일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시작되는 포드챔피언십으로 본격적인 본토 레이스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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