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이게 현실이 될 줄 그 누가 짐작했을까. 대한민국은 물론 일본 프로야구 역사에도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 팀에서 뛰었던 3명이 동시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른다. 김하성(30) 이정후(27) 김혜성(26) 등 ‘키움 삼총사’가 ‘아시아 최초’의 기록을 쓴다.
김하성은 2014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2020년까지 주전 유격수로 뛴 뒤 2021년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다. 계약 조건은 4+1년에 3900만 달러(약 569억 원). 이정후와 김혜성은 2017년 입단 동기로 이정후는 202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은 2025년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이정후는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65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고, 김혜성은 3+2년 2200만 달러(약 317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들 3명이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은 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이다. 김하성은 유격수, 김혜성은 2루수로 키스톤 콤비를 이뤘으며, 이정후는 중견수로 센터 라인의 한 축을 맡았다. 키움은 훗날 메이저리거가 되는 3명을 보유했던 2019시즌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80승 고지를 밟으며 리그 3위에 올랐다. 키움은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를 차례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두산 베어스에 4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김하성과 이정후 김혜성은 서로 다른 사연을 간직한 채 2025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맏형 김하성은 지난해 8월 왼쪽 어깨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다. 김하성은 2023년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에 선정될 만큼 샌디에이고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샌디에이고에서 4년간 540경기 1725타수 418안타 타율 .242, 47홈런, 200타점, 78도루의 기록을 남기고 탬파베이 레이스로 옮겼다. 김하성은 아직 재활 치료 중으로 5월 복귀 예정이다. 탬파베이에서 주전 자리를 예약해 놓은 상태로 복귀 즉시 유격수로 투입될 전망이다.
이정후 역시 어깨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렸다. 시즌 초반인 5월 수비 중 왼쪽 어깨를 담장에 부딪쳐 큰 부상을 입었다. 결국 어깨 와순 봉합수술을 받고 6개월간의 긴 재활 치료를 받았다. 8개월 만에 시범 경기에 나선 이정후는 ‘타격 천재’답게 녹슬지 않은 타격 감각을 뽐내고 있다.
2일과 3일(이하 한국시간) 경기에선 연속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하면서 시범 경기 타율 4할(15타수 6안타)의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의 3번 타순에 기용할 계획이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타격에 대해 "모든 공을 다 쳐내고 있다. 상황에 따른 타격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 했다.
문제는 메이저리그 개막 26인 로스터에서 빠진 김혜성이다. 수비와 주루에선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타격이 발목을 잡았다. 김혜성은 미국에 건너간 뒤 타격 폼을 수정했지만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결국 시즌 초반은 마이너에서 보내게 됐다. MLB닷컴은 4일 다저스의 26인 개막 로스터 명단에서 김혜성이 빠졌다고 밝혔다. 2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좌월 솔로홈런을 터트려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은 스프링캠프 8경기에서 17타수 2안타 타율 .118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낙담하기는 이르다. 타격을 제외한 나머지에선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에 타격감만 찾으면 언제든 메이저리그에 콜업될 수 있다. 특히 김혜성은 유격수, 2루수, 중견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슈퍼 유틸리티 재능을 갖고 있어 팀에서 매우 필요한 존재다. 서두르지 않고 타격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키움 삼총사가 나란히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빈다면 당분간 다시 나오기 힘든 장면이 될 것이다. 한 팀에서 활약한 3명이 메이저리그에 같이 선 경우는 한국 프로야구는 물론 일본 프로야구에도 없는 최초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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