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위헌적' 선수 취업 제한을 고발한다 [김대호의 야구생각]
  • 김대호 기자
  • 입력: 2025.02.28 00:00 / 수정: 2025.02.28 00:00
고교졸업 뒤 해외진출 선수에 국내 프로팀 취업 제한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
험난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9년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전성기를 맞았던 최지만은 부상으로 부침을 겪은 후 최군 국내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KBO 규약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AP.뉴시스
험난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9년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전성기를 맞았던 최지만은 부상으로 부침을 겪은 후 최군 국내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KBO 규약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AP.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제107조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르면 "신인선수 중 한국에서 고등학교 이상을 재학하고 한국 프로구단 소속 선수로 등록한 사실이 없이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외국 프로구단과의 당해 선수계약이 종료한 날로부터 2년간 KBO 소속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외국 프로구단과의 당해 선수계약이 종료한 날로부터 7년간 KBO 소속구단과 감독계약 및 코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쉽게 풀어 국내 구단에 지명받지 않은 선수가 해외 구단에 입단하면 국내에 돌아올 경우 2년간 계약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또 7년간 국내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못하게 막아놨다. 여기에 2년의 유예 기간을 보내고 국내 팀에 입단한다 해도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봉은 최저 금액을 책정하도록 돼 있다. 하물며 이들이 졸업한 고등학교엔 5년간 유소년 발전기금 지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해외진출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규약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 뒤 해외로 나간 많은 선수들이 사정에 의해 국내 무대로 돌아오고 싶어 하지만 이 조항에 막혀 유니폼을 벗고 있다.

KBO는 국내 고교 졸업 후 외국에서 프로생활을 하면 2년간 국내 무대에 복귀할 수 없다고 선수의 취업을 규약으로 제한하고 있다./뉴시스
KBO는 국내 고교 졸업 후 외국에서 프로생활을 하면 2년간 국내 무대에 복귀할 수 없다고 선수의 취업을 규약으로 제한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최지만(34)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지만은 2009년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국내 프로팀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넜다. 최지만은 험난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19년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전성기를 맞았다. 그해 127경기에 나가 19홈런, 107안타, 63타점에 타율 .261, OPS .822의 수준급 성적을 올렸다. 그 뒤 부상과 부침을 겪은 최지만은 8시즌의 메이저리그 활동을 접고 얼마 전 국내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지만이 KBO리그에서 활동하긴 매우 어렵다. 2년의 유예 기간 때문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2년간 공백기를 보낸 선수를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데려갈 팀이 있을지 의문이다. 최지만 외에 오클랜드 박효준(29), 피츠버그 배지환(26), 마이애미 심준석(21), LA다저스 장현석(21) 등이 제2의 최지만이 될 수 있다.

지난 1995년 한국 프로야구는 임선동의 소송 건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연세대를 졸업한 임선동은 지명권을 갖고 있던 LG 트윈스 입단을 거부하고 일본 프로야구 다이에 호크스와 계약했다. 당황한 LG는 KBO를 통해 한-일 프로야구 협정을 근거로 임선동과 다이에 계약을 무효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굴복한 다이에가 임선동과 계약을 취소하자 임선동은 LG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에선 LG의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공정거래법상 담합을 인정해 임선동 손을 들어줬다. LG가 항소한 2심 역시 임선동의 일부 승소로 끝났다. 다이에가 임선동과의 계약 취소를 번복하지 않음에 따라 2년간 LG에서 뛴 뒤 원하는 구단으로 트레이드하라고 판결했다. 임선동은 2년간 LG에서 활약한 뒤 자신이 원하는 현대 유니콘스로 트레이드됐다.

임선동의 소송 건과 해외진출 선수의 2년 유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미국 직장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국내 취업에 불이익을 주고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크다. 이 문제로 소송을 제기한 선수는 아직 없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할 때다.

daeho9022@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