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규의 창] 보는 이도 착잡한 린샤오쥔과 손준호의 '엇갈린 운명'
  • 박순규 기자
  • 입력: 2025.02.18 13:47 / 수정: 2025.02.18 14:34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임효준, 왼쪽 두 번째)이 8일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선에서 한국의 박지원(맨 왼쪽) 장성우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하얼빈=신화.뉴시스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임효준, 왼쪽 두 번째)이 8일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선에서 한국의 박지원(맨 왼쪽) 장성우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하얼빈=신화.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중국 쇼트트랙 대표 린샤오쥔(임효준)의 행보가 이슈로 등장했다. 8일 혼성 계주 경기에서 넘어져 중국의 금메달 획득을 놓치게 했지만, 남자 500m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시상대에 오른 그는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반대로 중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활약하던 손준호는 승부조작 혐의로 징계를 받아 중국 내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당했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활동 무대를 서로 바꾼 이 두 선수의 사례는 단순한 스포츠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스포츠 및 사회적 관계를 보여주는 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 린샤오쥔의 '귀화'와 손준호의 '귀환'은 양국의 스포츠 문화, 법률 시스템, 그리고 국가 간 관계가 선수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린샤오쥔은 원래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간판 스타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쇼트트랙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 잡았지만, 대표팀 내에서 발생한 논란으로 인해 결국 중국으로 귀화했다. 중국은 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는 곧바로 중국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중국에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긴 린샤오쥔(오른쪽)이 오성홍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하얼빈=신화.뉴시스
중국에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긴 린샤오쥔(오른쪽)이 오성홍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하얼빈=신화.뉴시스

그러나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혼성 계주에서 넘어지는 실수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때 한국의 자랑이었던 선수가 이제는 중국의 금메달을 좌우하는 입장에 서게 된 것은 역설적이다. 시상대에서 중국 국기를 두르고 국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은 한국 팬들에게 착잡하고 씁쓸함을 안겼다. 이는 단순한 귀화 선수의 사례를 넘어, 국가 간 스포츠 경쟁과 선수의 개인적 선택이 어떻게 양국에 영향을 미치고 엇갈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반면, 손준호의 사례는 정반대의 길을 보여준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국가대표급 활약을 펼친 그는 중국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으로 이적해 중원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축구계의 부정부패를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그는 2023년 재물을 받은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돼 10개월 동안 중국 공안에 구금됐다가 석방됐다. 이후 수원 FC에 입단했지만, 중국축구협회가 지난해 9월 손준호를 영구 제명하고 징계를 전 세계로 확대해달라고 FIFA(국제축구연맹)에 요청하며 그라운드를 떠났게 됐다.

물론 승부조작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문제고, 페어플레이를 생명으로 하는 스포츠 세계에서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손준호 사례는 중국 스포츠 시스템의 불확실성과 법적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짚어볼 대목이 많다. 중국 축구는 정부의 강력한 개입과 변덕스러운 정책 변화로 인해 선수들이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있다. 손준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선수 생활을 재개하려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 이러한 리스크를 벗어나 자신의 당당함을 보여주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축구 무대에서 영구제명된 뒤 한국 k리그2에서 다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충남아산의 손준호./충남아산
중국 축구 무대에서 영구제명된 뒤 한국 k리그2에서 다시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충남아산의 손준호./충남아산

손준호는 지난달 24일 FIFA가 손준호의 영구 제명 징계를 전 세계로 확대해달라는 중국축구협회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중국 리그를 제외한 다른 리그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징계를 피하게 된 손준호는 K리그2 충남 아산에 입단해 올 시즌 그라운드에 복귀할 예정이다.

린샤오쥔과 손준호의 사례는 국가 간 스포츠 관계가 단순한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스포츠에서도 긴밀한 교류를 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 개인의 운명이 국가적 이해관계와 얽히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린샤오쥔의 귀화는 중국이 자국의 스포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전략을 보여주는 반면, 손준호의 사례는 중국 스포츠계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스포츠 환경과 정책의 차이가 낳은 결과다.

또한, 이는 앞으로 한국 선수들이 중국 무대에서 활약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중국의 법적 리스크, 정책 변화, 정부 개입 등의 변수들은 선수들이 단순한 실력뿐만 아니라 외부 요인까지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린샤오쥔과 손준호의 엇갈린 운명은 스포츠가 단순한 경기장 내 선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관계와 정책이 선수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한국과 중국은 앞으로도 스포츠 분야에서 경쟁과 협력을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는 단순한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힌 결과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의 선택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진행형이며, 향후 선수 생활을 마감할 때 다시 종합적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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