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KBO 총재, 아마야구와 '상생'에 진정성 보여야 [김대호의 야구생각]
  • 김대호 기자
  • 입력: 2025.02.18 13:42 / 수정: 2025.02.18 13:42
총재 부임 이후 권위주의적 행보 보여
아마야구와 협력은 말로만, 뒤에선 '험담'
야구인들의 기대를 안고 2022년 3월 KBO 수장에 오른 허구연 총재는 취임 3년이 다 됐지만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바람과 다른 행보로 불만을 사고 있다./더팩트 DB
야구인들의 기대를 안고 2022년 3월 KBO 수장에 오른 허구연 총재는 취임 3년이 다 됐지만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바람과 다른 행보로 불만을 사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지난 1월 20일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야구협회) 회장은 신임 인사차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방문해 허구연 총재와 상견례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기구 수장은 국가대표 지원, 야구박물관 건립, 프로-아마 협의체 구성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틀 뒤인 1월22일 김승우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역시 신임 인사차 허구연 KBO 총재를 예방했다. KBO는 발 빠르게 김승우 회장과 허구연 총재의 만남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이틀 전 양해영 야구협회 회장과의 회동은 단 한 줄도 보도자료로 내지 않았던 KBO다.

김승우 회장은 유명 배우 출신이다. 리틀야구연맹은 예산 등 규모 면에서 야구협회의 1/20 수준이다. 누가 봐도 KBO로선 야구협회가 리틀야구연맹보다 우선이고 중요한 파트너다. 협의해야 할 사항도 많다. KBO가 대문짝 만한 사진과 함께 내용도 없는 김승우 회장과의 만남을 보도자료로 낸 이유는 뻔하다.

2022년 3월 허구연 총재가 부임하자 야구인들의 기대는 컸다. 야구 현안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허 총재가 야구인들의 바람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3년이 지났다. 허 총재에 대한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불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허구연 총재는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 수장이다. KBO로부터 연간 12억 원을 지원받지만 아마추어 야구를 운영하는 야구협회는 엄연히 별개 기관이다.

KBO 허구연 총재(오른쪽)는 지난달 22일 KBO를 방문한 한국리틀야구연맹 김승우 회장과 만나 유소년·아마추어 야구 전반에 대한 현안을 논의했다고 도자료를 배포했다./KBO
KBO 허구연 총재(오른쪽)는 지난달 22일 KBO를 방문한 한국리틀야구연맹 김승우 회장과 만나 유소년·아마추어 야구 전반에 대한 현안을 논의했다고 도자료를 배포했다./KBO

하지만 허 총재는 자신이 ‘야구 대통령’이라도 되는 듯 야구협회를 마음대로 주무른다. 학생 선수들이 사용할 훈련장 건설과 U-18, U-23 대표팀 구성 등 야구협회와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에 대해서도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뒤로 돌아선 "야구협회가 무능해 얘기가 안 통한다"고 비난을 퍼붓고 다닌다.

정작 KBO의 도움이 절실한 아마추어 대표팀 유니폼 스폰 등에선 나 몰라라 한다. KBO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는 야구협회로선 울며 겨자먹기로 아무 소리 못하고 냉가슴만 앓는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아시아쿼터만 해도 아마추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데도 일언반구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 드래프트 한 자리를 잃는 현실적 문제에 봉착한 고교와 대학야구 선수 학부모들은 단체행동을 벼르고 있다.

야구인 출신 허구연 총재가 취임하면 그동안 설움 받던 아마추어 야구와 야구협회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한껏 부풀어 있던 꿈은 산산이 깨졌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단 한 차례 소집해 일사천리로 류지현 전 대표팀 코치를 지명했다.

류지현 신임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이다. 류지현 감독 스스로 자신을 뽑은 셈이다. 허구연 총재가 류지현 감독을 지목해 전력강화위원회에 지시했다는 것이 야구계 중론이다. 허울뿐인 전력강화위원회를 없애라는 목소리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허구연 총재는 KBO 사무국 체계도 일인체제로 뒤바꿔 놓았다. 사무총장이 운영본부장을 겸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박근찬 사무총장은 허 총재 수행비서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허구연 총재를 가까이서 지켜본 야구인들은 이런 말을 한다. 허 총재가 방송해설을 오래 해서 그런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너무 집착한다고 한다. ‘사진 총재’, ‘의전 총재’라고 부른다. 허구연 총재는 지난해 1000만 관중에 도취해 있다.

냉정히 말해 프로야구 1000만 관중 돌파는 KBO가 잘해서 이룬 게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현상이다. 허구연 총재 임기는 내년까지다. 2년 가까이 남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허 총재는 야구계, 특히 아마추어 야구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소통’이 뭔지 헤아려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 총재로 기억될 것이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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