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규의 '창'] 김민재를 춤추게 한 뱅상 콤파니의 '용병술'
입력: 2024.11.28 08:56 / 수정: 2024.11.28 14:07
철기둥의 포효 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 김민재가 27일 PSG와 2024~2025 UCL 리그 페이즈 5차전 전반 38분 헤더 선제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UEFA
'철기둥의 포효' 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 김민재가 27일 PSG와 2024~2025 UCL 리그 페이즈 5차전 전반 38분 헤더 선제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UEFA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온통 하얗다. 27일 서울에 폭설이 내리면서 117년 만에 11월 적설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도심의 첫눈이 폭설로 내리면서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출·퇴근길 교통 혼잡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기록적 폭설 소식과 함께 한국 축구를 빛내 또 하나의 기록적 뉴스가 전해졌다.

유럽 축구의 최고 무대인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김민재가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27일 서울에서는 폭설이 내리던 그 때 김민재는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파리 생제르맹(PSG)의 격돌에서, 그는 수많은 스타들을 제치고 경기의 유일한 골을 터뜨리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골은 단순히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한국 선수로서는 UCL 사상 처음 '빅 클럽'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로 골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로서도 UCL 사상 두 번째 골 기록을 세웠다. 또한 UCL 데뷔골에 이어 본업인 수비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의 7경기 연속 클린 시트의 주역으로 활약함으로써 공·수에서 모두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이는 김민재 커리어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또한 한국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바이에른 뮌헨과 파리 생제르맹의 맞대결은 '별들의 무대'인 UCL 매치데이5 경기들 중에서도 주목을 받은 '빅 클럽' 간의 슈퍼 매치였는데,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김민재였다. '골잡이' 해리 케인은 김민재를 축하하는 도우미 역할에 그쳤다. 김민재는 각종 매체와 UEFA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으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한국 팬들로서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PSG의 이강인과 13년 만의 UCL '코리안 더비'를 보는 것만으로 감동적이었는데, 유일한 골을 김민재가 작성함으로써 엔돌핀 폭발을 경험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 김민재(왼쪽)를 춤추게하고 있는 뱅상 콤파니 감독. 사진은 지난 8월 서울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 프리 매치 기자회견 장면.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 김민재(왼쪽)를 춤추게하고 있는 뱅상 콤파니 감독. 사진은 지난 8월 서울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 프리 매치 기자회견 장면.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하지만 김민재의 이러한 활약은 단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 뒤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새로운 사령탑, 명 수비수 출신의 뱅상 콤파니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이 있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후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바이에른 뮌헨 입단 당시 기대를 모았던 모습과 달리, 그는 중요한 순간에 기회를 잃고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으로부터 "탐욕적인 선수"란 악평을 받으며 눈 밖에 났다. 토트넘에서 이적한 에릭 다이어가 김민재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투헬 체제의 바이에른 뮌헨이 무관으로 전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38세의 뱅상 콤파니 감독의 부임 후 대반전이 일어났다. 콤파니는 김민재를 단순히 수비수로만 보지 않고, 그의 피지컬, 위치 선정 능력, 그리고 빌드업 역량을 팀 전술의 핵심으로 삼았다.

지난 시즌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시련을 겪었던 김민재는 뱅상 콤파니 감독 체제에서 한층 더 성숙한 기량으로 공수에서 날개를 달고 있다./UEFA
지난 시즌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에서 시련을 겪었던 김민재는 뱅상 콤파니 감독 체제에서 한층 더 성숙한 기량으로 공수에서 날개를 달고 있다./UEFA

콤파니는 김민재에게 주전을 보장하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는 "좋은 선수는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는 철학 아래 김민재의 잠재력을 믿고 꾸준히 기용했다. 그 결과, 김민재는 시즌 초반부터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7경기 연속 클린 시트라는 기록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김민재는 7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는 동안 주전으로 자리를 굳건히 했다. 김민재와 탄탄한 센터백 조합을 이루고 있는 우파메카노는 6경기를 뛰었다.

콤파니의 전술에서 김민재는 단순한 수비수 이상의 역할을 맡는다. 그는 후방 빌드업의 중심축으로, 팀 공격의 시작점이다. 콤파니는 김민재의 발밑 기술과 경기 시야를 활용해, 상대 팀의 압박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하는 전술을 설계했다. 이번 PSG와의 경기에서도 김민재는 수비뿐만 아니라 공수 전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결승골까지 기록했다.

콤파니는 김민재의 공중볼 장악 능력을 활용해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 옵션으로도 활용했다. 실제로, 이날 결승골은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가 헤더로 성공시킨 것이다. 전반 38분 키미히의 왼쪽 코너킥을 상대 골키퍼가 펀칭 실수를 하자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는 단순한 수비수가 아니라 팀 승리에 직결되는 '완전체' 선수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파리 생제르맹과 경기를 마친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김민재(오른쪽)와 해리 케인./UEFA
파리 생제르맹과 경기를 마친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김민재(오른쪽)와 해리 케인./UEFA

콤파니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심리적 안정에 큰 가치를 둔다. 그는 김민재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압박감을 덜어주고, 부진했던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콤파니는 "리더란 선수의 약점을 채워주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철학은 김민재가 단기간에 폼을 회복하고,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콤파니는 선수 시절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어난 센터백으로 활약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민재에게 필요한 조언과 기술을 세심히 지도했다. 특히, 경기 중 위치 선정,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읽는 법, 그리고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 콤파니가 전수한 노하우는 김민재의 성장에 결정적이었다.

반대로, 김민재의 활약은 콤파니 감독의 성공적인 리더십을 증명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두 사람의 협력은 팀 성적 향상뿐만 아니라 감독과 선수 모두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상생 효과를 만들어냈다.

김민재는 이제 단순히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를 넘어, 세계 축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그의 성공은 콤파니 감독의 지휘 아래 이뤄졌고, 이는 축구에서 리더십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입증했다. 축구계에는 "명장은 선수의 능력을 발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뱅상 콤파니는 바로 그런 명장임을 김민재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도 김민재와 콤파니가 써 내려갈 성공 스토리를 기대해본다.

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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