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TV 돌싱 예능 봇물, '비혼' 또는 '이혼 조장' 경계
입력: 2024.11.18 00:00 / 수정: 2024.11.18 00:00

'돌싱' '나혼자' '나홀로' 표방, 이혼 연예인 사생활 예능프로그램
TV조선 '이제 혼자다' 돌싱 연예인들 '자기합리화 위험성'


돌싱 나혼자 나홀로 등 최근 들어 돌싱 연예인들을 등장시키는 예능이 부쩍 늘었다. 지상파와 서브 채널, 종편, 케이블까지 유사프로그램도 양산되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배우 조윤희, 가수 벤. /더팩트 DB
'돌싱' '나혼자' '나홀로' 등 최근 들어 돌싱 연예인들을 등장시키는 예능이 부쩍 늘었다. 지상파와 서브 채널, 종편, 케이블까지 유사프로그램도 양산되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배우 조윤희, 가수 벤.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연예 스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일거수 일투족마다 관심사입니다. 사소한 일상조차 이슈거리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혹자들은 '연예인들이라고 별거냐 다 같은 사람인데'라며 시니컬하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들이 누구나 다 아는 익숙한 얼굴이다 보니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까지 감추지는 못합니다.

이중에서도 열애나 결별, 결혼이나 이혼 같은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궁금증은 더 특별한 것 같습니다. 대중스타의 모습은 '물거품 같은 인기' 만큼이나 쉽게 변합니다. 각종 스캔들이나 사건 사고에 휘말릴 수 있고, 상황과 처지에 따라 본모습이 달라보입니다. 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돌싱' 연예인들을 등장시키는 예능이 부쩍 늘었습니다. '돌싱' '나혼자' '나홀로' 등을 표방한 프로그램들인데요. 출연자들은 이미 방송을 통해 얼굴이 알려져 있고,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 또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과대포장하고 부추긴다는 것인데요. 지상파와 서브 채널, 종편, 케이블까지 유사프로그램도 양산되는 분위기입니다.

내가 되게 쉬운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가수 벤(이은영)이 최근 방송된 TV조선 이제 혼자다에 출연해 이혼 사유와 함께 속내를 밝혔다. /TV조선
"내가 되게 쉬운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가수 벤(이은영)이 최근 방송된 TV조선 '이제 혼자다'에 출연해 이혼 사유와 함께 속내를 밝혔다. /TV조선

연예인 사생활 자기합리화 모순, 주목도 높이기 위해 과대포장도

"처음 1년은 알콩달콩 잘 지내다가 일이 하나둘씩 생기다 보니까 많이 다퉜다. (그동안 내게) 엄청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되게 쉬운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이러려고 사랑한 게 아닌데, 이러려고 마음을 준 게 아닌데, 내가 이렇게 했으면 넌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벤(이은영)이 최근 방송된 TV조선 '이제 혼자다'에 출연해 전 남편 이욱과 이혼 사유를 밝히면서 한 말입니다. 벤은 지난 2021년 3살 연상의 W재단 이욱 이사장과 결혼한 뒤 슬하에 딸을 뒀지만 올해 2월, 결혼 3년만에 이혼했습니다. 당시 벤은 귀책사유가 전 남편에게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방송에서 배우 조윤희는 "제가 이혼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저희 엄마가 우울증으로 힘든 모습 보면서 저도 이걸 참고 살면 정신적으로 많이 아프겠구나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고 말합니다. 전 남편 배우 이동건과 이혼한 심경을 밝힌 것인데 듣기에 따라서는 '아웅다웅 사느니 갈라서는 게 맞다'며 자랑스럽게 각인시켜주는 것같습니다.

방송은 유행이나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고, 파급력이 큰만큼 다루는 소재에 따라서는 잘못된 인식을 조장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진은 이제 혼자다에 출연한 가수 벤. /TV조선
방송은 유행이나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고, 파급력이 큰만큼 다루는 소재에 따라서는 잘못된 인식을 조장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진은 '이제 혼자다'에 출연한 가수 벤. /TV조선

최동석, '상간남 상간녀' 쌍방소송 이전투구 중에 출연했다가 '역풍'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칫 자기합리화의 모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갈등에는 반드시 상대방이 있게 마련인데, 오직 자신을 기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죠.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 조차도 자신의 눈엔 다르게 보이고, 평가도 주관적으로 해석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설령 잘못된 판단이나 결정조차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설명하려다 무리수를 두고 비난을 자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아나운서 최동석은 이혼소송이 다 마무리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제 혼자다'에 출연했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습니다. 박지윤과 갈등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뒤 누리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도중하차 했는데요. 애초 부부끼리 '상간남 상간녀' 쌍방소송으로 이어지는 이전투구 싸움 중에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방송은 유행이나 트렌드에 매우 민감합니다. 파급력이 큰만큼 다루는 소재에 따라서는 잘못된 인식을 조장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는 현실 왜곡이라는 맹점 때문에 늘 경계의 대상입니다. 돌싱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다 은연중에 이혼을 조장하거나 결혼을 안하고, 아이를 안 낳는 세태를 부추길 수 있다는 건 매우 역설입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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