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키움 히어로즈 배동현(28)은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팀의 3연패를 끊고 승리 투수가 된 뒤 "한화에서 뛴 지난 5년 동안 많이 배우고 많이 준비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배동현은 2021년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2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됐다. 경기고-한일장신대를 졸업한 배동현은 나름 주목받는 투수였다. 계약금 6000만 원을 받았다. 첫해엔 1군에서 제법 등판 기회를 잡았다. 20경기에서 38이닝을 던져 1승 3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4.50. 그것으로 끝이었다.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 구속이 특별히 빠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구력이 특출난 것도 아니었다. 배동현은 그렇게 잊어졌다.

2022년 상무에 입대했다가 2023년 한화에 복귀했지만 더 이상 자리가 없었다. 2년 넘게 퓨처스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2025시즌 퓨처스리그 37경기에 등판했다. 3승에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했다. 하지만 1군 무대에 설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가 열렸다. 팀별로 35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하고 지명할 수 있는 제도다. 유망주를 살리기 위한 취지다. 배동현은 한화의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포기한 셈이다. 키움이 3라운드에서 배동현을 지명했다. 성실함과 안정감을 평가했다.
키움은 ‘재활 공장’이란 별칭답게 배동현을 2026시즌 개막과 함께 ‘신상’으로 출시했다. 제4선발의 중책이 주어졌다. 4월 1일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신인이었던 2021년 5월 29일 이후 무려 1767일 만의 선발이었다. 공교롭게 그날도 SSG전이었다. 배동현은 어금니를 물었다. 5이닝 5피안타 무실점. 감격적 승리였다. 이때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요행쯤으로 여겨졌다. 7일 두산 베어스전에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나섰다. 5⅓이닝 5피안타 2실점. 팀의 2연패를 끊는 소중한 승리였다.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은 배동현의 진수를 보는 듯했다.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팀의 2-0 승리를 이끌어 내는 완벽한 투구였다. 이번엔 3연패 수렁에서 팀을 건져냈다. 이 경기는 안우진의 복귀전이라 큰 관심을 받았다. 배동현은 안우진에 이어 2회부터 7회까지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투구 수 78개에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최고 구속은 148km.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150km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키움이 거둔 4승 가운데 3승을 배동현이 챙겼다. 16⅓이닝을 던지며 볼넷은 2개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 1.65를 마크 중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에이스로서 손색이 없다.
배동현은 자신의 장점에 대해 "스트라이크를 잘 던진다. 그리고 공격적으로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자 타이밍을 뺏는 것도 자신 있다"고 했다. 배동현의 ‘역전 스토리’는 많은 퓨처스리그 선수들과 독립리그 선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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